2030 곁 맴도는 소리 없는 불청객, 연말 증후군
건강한 대처법은?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서지희 기자 = 12월의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갑자기 힘이 빠진다. 평소에 쓰지 않던 일기를 쓴다. 스마트폰 달력 앱을 보며 일년을 돌아본다. 공허해진 마음을 달래고자 급 인터넷 쇼핑에 매진한다. 혹은 초조한 마음으로 새로운 취미거리를 알아본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는 소리 없는 불청객, 연말 증후군의 신호일 수 있다.
연말 증후군이 무엇이길래
연말 증후군이란 연초의 계획 실패나 외로움이 겹쳐 연말에 우울해지는 병증을 가리키는 심리용어다. 국어사전에까지 등재됐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한 해를 보람차게 보내기 위함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한다. 새로운 취미활동을 찾아 나설 수도 있고, 새로운 모임에 가입해 인간관계를 확장해 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점점 연말이 다가올수록 이들은 스스로를 심판대에 몰아 세운다. 연말이 곧 자가 검진 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본인이 한 해 동안 일궈낸 성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기운이 빠진다. 그리고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존감을 깎는다. 연말 증후군이 무기력함과 연결되는 이유다.
연말 증후군의 증상은 다양하다. 식욕 저하부터 무기력감, 우울증, 외로움, 심한 감정 기복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크게 따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역으로 과한 의욕이 앞서 나타나기도 한다. 완벽한 새해를 맞이해 예전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중압감이 작용한 탓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려고도 한다.
특정 연령층에서 특히 돋보여
연말 증후군은 특히 학생과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사이에서 빈번히 포착된다. 2007년 한국일보 보도자료에 따르면, 20~30대 남녀 10명 중 6명은 연말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통계는 10년이 지난 2018년에도 유효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은 2018년 2030 직장인을 대상으로 연말 스트레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직장인의 58.3%는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한 해 동안 성취한 것 없이 시간이 흘렀다는 허무감’이 55.7%의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사진출처: 원더풀마인드
성과없이 흐른 일 년에 대한 불안감과 내년에 대한 고민이 이들의 심리를 불안케 한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청년 고용 시장이 불안정하고 청년 일자리가 포화된 상황에서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은 맘 편히 연말을 즐길 수 없다.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도 연말 증후군을 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세대” 라며 “경제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는 사실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라고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렇지만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과 연말을 보내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있다고 언급했다.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교 2학년 우예진(22)씨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는 최근 연말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연말이 되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벌써 한 해가 다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조바심이 생기는 것 같다.” 그는 최근 들어 부쩍 진로 고민이 늘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활을 성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3학년 진급을 앞두고서 마음가짐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는 이러한 일이 비단 본인에게만 나타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을 비롯한 요즘 대학생, 청년이 모두 공감할 얘기라는 것이다. 그는 “요즘 청년들은 자기발전, 자기계발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엄격한 태도를 취하며 성장하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며, “그런데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막상 이뤄 놓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고, 1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에 허탈감과 상실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예진씨는 이를 터부시하고 그와 같은 감정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연말증후군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좋지만, 오히려 있는 그대로 이를 받아들여서 다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편을 하나의 대처법으로 제안했다. 그는 “이 기회에 본인의 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 계획을 세울 때 이를 하나의 참고 사항으로 삼아 더욱 현실성 있는 계획을 짜면 어떨까?” 라고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건강하게 대처하기
그럼 유연하게 이를 대처할 수는 없을까. 여기 몇 가지 소소한 팁이 있다. 우선 마음에 있던 근심과 고민을 밖으로 표출해 보자. 말, 글, 그림이든 형태는 상관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걱정되는 고민과 그 이유들을 일기장에 적어보거나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거다. 그럼 마음이 한결 편해질 수 있다.
사진출처: 서울특별시교육청
이와 비슷하게 매일 한 줄 일기를 작성하는 편도 좋아 보인다. 하루하루를 살며 소중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록하는 거다. 처음에는 중요치 않아 보여도 그 글귀들이 모이면 나중에는 본인의 황금빛 역사로 기억될 수 있다. 본인의 SNS 계정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진과 함께 기록해두면 나중에 그 일상의 소중함을 기억하기 더 쉽다.
식습관 관리로도 연말증후군의 후유증을 치유할 수 있다. 행복감을 전달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기분 전환하면 된다. 이에 우유와 초콜릿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밖에 콩과 두부는 불안감과 초조함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추가 들어간 매운 음식도 도움이 된다. 매운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이는 기분을 좋게 해주고 통증을 완화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따라서 적당한 양의 매운 음식은 스트레스 대응도를 높여줄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만약 혼자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보자. 전문가들은 편하게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인을 만나라고 권한다.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민을 덜어내라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대면하기 어려운 요즘은 화상통화나 전화를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부담 없는 요가나 홈트레이닝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느새 시간은 다사다난했던 2020년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의 하늘 풍경은 마치 여러 빛깔을 겹겹이 덧칠해 놓은 수채화 같아서 좀처럼 하나의 색만으로는 그 순간을 묘사하기 어렵다. 이처럼 올해의 시간은 어떤 복합적인 감정의 색채를 남기면서 뉘엿뉘엿 져 갈까.
물론 그 안에는 후회와 불안이 자리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비단 어두운 감정만은 아닐 것이다. 기쁨과 행복, 가슴 벅찬 순간들도 단연 그 안에 있었다. 이를 기억하며 초조한 마음과 올해의 미련은 잠시 내려 두는 것이 좋겠다. 대신 다가올 새해에 자리를 내어주자. 희망이라는 색감으로 다시 채워질 그 가능성을 기대하며.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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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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