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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천하 유로파 슈퍼리그, 그들이 남긴 문제와 숙제.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5. 3. 18:37

지난 4월, 깜짝 공개되고 3일 만에 사실상 취소된 유로파 슈퍼리그

기존 축구 연맹과 축구 팬들에게 남긴 또다른 숙제

(지난 4월 깜짝 공개된 유로파 슈퍼리그 공식 홈페이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현우 기자 = 지난 4월 18일 깜짝 공식 발표된 유로파 슈퍼리그가 구단들의 탈퇴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유로파 슈퍼리그는 유럽의 12개 거대 인기 클럽이 참여하는 새로운 축구 리그로 당초 계획은 2021년 8월 개막 예정이었다. 그러나 슈퍼리그는 발표 직후 축구팬, 선수 및 구단, 심지어 유럽 각 정부와 축구 협회까지 강하게 반발하며 시작부터 휘청거렸다. 결국 3일 만에 대다수의 팀들이 슈퍼리그 탈퇴와 함께 혼란을 일으킨 점을 사과하며 슈퍼리그는 조용히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UEFA 주최의 유럽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 그리고 FIFA 주최의 클럽 월드컵과 국가 월드컵이 있는 가운데. 갑자기 슈퍼리그는 왜 깜짝 등장했을까? 그리고 JP 모건 체이스가 7조 원을 넘게 투자하고, 몇 년간 은밀히 준비된 거대한 프로젝트는 왜 3일 천하로 끝나버렸을까?

(유럽 최고 클럽과 선수들이 매주 경기를 치룰 예정이었던 슈퍼리그, 출처=슈퍼리그 공식 홈페이지)

 


슈퍼리그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먼저 유로파 슈퍼리그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가 개막 4개월 전에 깜짝 발표된 것부터 축구계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사실 슈퍼리그는 2018년 축구계 폭로 사건의 한 꼭지로 등장했다. 당시 불법적인 방식으로 축구계 진실을 공개하던 풋볼 리크스 홈페이지는 2021년부터 빅리그 주요 팀들만 참여하는 슈퍼리그가 계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폭로에는 참여 팀 명단, 공개 날짜, 투자자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었으나, 이후 풋볼 리크스 운영자가 체포되고, 추가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며 찌라시 정보 정도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슈퍼리그는 실제로 수면 아래에서 꾸준히 논의되었다. 슈퍼리그의 초대 이사장인 레알 마드리드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2009년 언론의 인터뷰 때부터 현재 유럽에서 진행되는 챔피언스 리그 이외의 새로운 유럽 클럽 대항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는 물밑 작업을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개 구단, 스페인 라리가 3개 구단, 이탈리아 세리에 A 3개 구단 등과 합의를 마치고 18일 슈퍼리그를 깜짝 발표했다. 동시에 12개 구단 관계자들은 UEFA 직책을 사임하며, 유럽 챔피언스 리그가 아니라 슈퍼리그에 참여할 것을 밝혔다. 

그렇다면 왜 유로파 슈퍼리그가 등장한 걸까? 이미 유럽 축구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라는 세계 최대의 클럽 대항전을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축구팬과 선수들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축구계에서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성공으로 둔다. 이렇게 이미 존재하던 챔피언스 리그를 포기해가며 슈퍼리그가 만들어진 까닭은 결국 ‘돈’이었다.


(대한민국의 황의조 선수가 소속한 프랑스 리그1의 보르도가 최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출처=보르도 공식 트위터)

 


현재 유럽 축구는 코로나 19로 인한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황의조 선수가 소속된 프랑스 리그앙의 보르도 FC도 코로나를 이유로 파산을 선언했다. 심지어 코로나 19가 끝나더라도 유럽 축구의 전망이 썩 밝지 않다. 전 세계 스포츠가 공통적으로 관중과 시청률 감소, 수익성 저하라는 위기를 겪고 있어 축구 시장도 성장이 많이 침체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한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슈퍼리그가 필요한 이유를 수익과 신규 팬으로 들었다. 슈퍼리그에서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유럽 축구팀이 매주 경기를 진행해 신규 팬을 대거 유입하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 축구계 전체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리그와 대회를 운영하던 FIFA와 UEFA의 과도한 제재, 수익 분배, 비리 등도 문제시되었다. FIFA의 경우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회장으로 재임했던 요제프 블라터가 수많은 비리와 독재 끝에 사임되었고, UEFA는 중하위권 팀들을 우선시하는 수익 배분과 과도한 재정 제한 정책들이 슈퍼리그에 참여하기로 한 빅 클럽 팀들의 불만을 얻고 있었다. 반대로 슈퍼리그는 현재 UEFA에서 진행되는 챔피언스 리그보다 6배 이상의 수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은행 JP 모건 체이스도 슈퍼리그에 한화 약 7조 원을 투자하며, 첫 시즌에 13조 원 이상 벌어들일 것이라 예측했다. 따라서 기존에 불만이 쌓여온 빅클럽들은 코로나 19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대거 슈퍼리그 참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유럽 축구연맹 UEFA와 국제 축구 연맹 FIFA)

 


발표 직후 쏟아진 비판과 반발

그러나 슈퍼리그는 발표 3일 만에 12개 팀 중 9개의 팀이 탈퇴를 선언하며 실패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돈과 팬이었다. 

슈퍼리그 이사장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슈퍼리그가 없다면 대다수 구단들이 몇 년 안에 파산하고 말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 19의 특수성 때문이지 당장 파산할 정도의 어려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UEFA가 주장해 온 수익 분배 근거도 다시 한번 힘을 얻었다. 현재 스페인 라리가의 경우 거대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라리가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의 세리아, 독일의 분데스리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수익 대다수를 차지하는 클럽들이 다시 수익을 이유로 슈퍼리그로 들어가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축구계 전체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들의 수익만을 위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유로파 슈퍼리그와 관련된 해명을 위해 스페인의 한 방송에 출연한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 출처=스페인 엘 치링기토 TV)

 


슈퍼리그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매우 폐쇄적이고 비공개로 진행되었다는 점도 팬들과 선수들을 이해시키지 못했다. FIFA와 UEFA가 독재, 비리 등 어두운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 내부로 자생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었고, 기존의 대회들과 규칙이 큰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여전히 기존의 리그와 대회를 준비해왔던 대다수 축구팬, 슈퍼리그에 초청받지 못한 소형 구단, 그리고 축구 관계자들은 일부 대형 클럽 팀과 축구 관계자가 멋대로 만들어낸 새로운 규칙에 집단 반발했다. 

심지어 슈퍼리그에 참여하기로 한 클럽의 선수들과 관계자들도 이 사실을 몰랐던 경우가 태반이었다. 대표적으로 슈퍼리그 클럽 팀 선수 중 보이콧을 선언한 레알 마드리드의 토니 크로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브루노 페르난데스, 맨체스터 시티의 주앙 칸셀루 등이 SNS 혹은 공식 인터뷰를 통해 슈퍼리그 경기를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축구 관계자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전 감독,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 등도 공식적으로 슈퍼리그 출범을 비판했다. 

사정이 이러니 유럽 축구 팬들도 강한 시위를 이어갔다. 슈퍼리그에 참가하지 못하는 클럽의 팬들은 가난한 클럽들을 무시하고, 부자 클럽들만 배 불리는 리그라 비판했다. 슈퍼리그에 참가하는 클럽의 팬들은 축구는 돈이 전부가 아님을 강조하며 현장 시위와 SNS를 통한 비판을 이어갔다. 결국 발표 직후 유럽의 각 도시마다 슈퍼리그에 참여하는 것과 무관하게 모든 축구팬들이 1인 시위와 플랜카드, 심지어는 유니폼을 불태우고 찢는 행동으로 슈퍼리그 창설을 반대했다.

(지난 4월, 슈퍼리그를 반대하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서포터즈, 출처= 'Bayernfans gegen Super League' 인스타그램)

 


끝으로 슈퍼리그가 지적한 FIFA와 UEFA는 슈퍼리그에 참여하는 모든 클럽들에 대해 자신들이 주최하는 리그와 대회, 지원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특히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슈퍼리그에 초청받은 6개의 팀을 제외한 14개의 팀이 당장 리그에서 6개 팀을 퇴출하라는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 스페인 정부가 슈퍼리그 반대의사를 SNS를 통해 밝혔다. 사실상 전 유럽이 슈퍼리그를 비판한 것이다.

 

3일 만에 꼬리 내린 슈퍼리그와 남은 문제들.

사정이 이러하니 슈퍼리그 이사장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공식 발표 2일 뒤, 스페인 언론을 통해 해명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4월 30일 기준 12개 팀 중 10개 팀이 공식 탈퇴를 선언하고, 주요 투자사인 JP모건 체이스마저 슈퍼리그의 반대를 선언하면서 슈퍼리그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슈퍼리그는 관계자는 해체가 아닌 보류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슈퍼리그 참가 팀들에 대한 징계가 이어지고, 여전히 팬들과 축구 관계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슈퍼리그라는 이름을 당분간 다시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슈퍼리그는 수익성과 팬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시작되었지만 같은 이유로 취소되었다. 결국 슈퍼리그는 많은 해명에도 시장주의, 돈을 위한 스포츠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은 언제든 제2의 슈퍼리그가 등장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슈퍼리그가 주장한 해명들 중 현재의 수익 분배, FIFA와 UEFA의 비리와 독단 행동들에 대한 문제는 실제로 산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축구의 상업화가 문제시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결국 또 다른 슈퍼리그가 등장하거나,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스포츠가 희생되는 사례는 다시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슈퍼리그의 실패를 유럽 축구계가 그저 탐욕자, 혹은 배신자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끝낼지 지켜보아야 한다. 만약 슈퍼리그라는 이슈에 잠겨 실제 축구계에 남은 문제들에 등한시한다면 다시 슈퍼리그는 등장하고, 그때는 누구도 수익성과 팬들을 위해서라는 슈퍼리그를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Tag#슈퍼리그#축구#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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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