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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짤 못쓰는 뉴미디어 일방적 규제, 프로야구의 미래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5. 3. 18:31

출처: 픽사베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규리 기자 = 프로야구는 TV중계와 함께 1년 총 관중수 800만 시대를 열었다. 1982년 출범 이래 37년 만이다. 하지만 2007년 스마트폰의 출시 이후 모바일을 포함한 뉴미디어는 중계의 흐름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뉴미디어는 TV, 신문,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 이외에 새로 생겨난 모든 미디어를 말한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도 투수와 타자의 상대전적 등 경기의 세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모바일을 확인하고 일반 스포츠팬들도 가정, 지하철 등에서 모바일 중계를 보며 경기를 즐기고 있다. 이처럼 크게 TV중계권과 뉴미디어 중계권으로 나뉘는 프로야구 중계권에서 뉴미디어가 차지하는 영역은 점차 커지고 있다. 전체 중계권료에서 뉴미디어가 차지하는 부분은 2005년 0%에서 2017년 33.5%에 이르렀으며, TV는 같은 기간 동안 96%에서 64%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통신사와 포털사이트가 차지한 뉴미디어 중계권

국내 TV방송사들은 모바일이 처음 나올때만 해도 모바일을 비롯한 뉴미디어를 경쟁 상대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TV에서 뉴미디어로의 매체 이용환경 변화로 시청률이 떨어졌고, 광고 수입 악화로 이어졌고 수백억에서 수천억대의 적자가 발생하며 뉴미디어가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KBO의 2014~2018년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구조는 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가 뉴미디어 유통, 재판매 권리를 스포츠 마케팅 전문 업체에 넘기고 그 업체에서 통산3사, OTT(POOQ, 티빙, 아프리카 TV, 유튜브 등), 방송사, KBO10개 구단에 재판매를 하는 형식이었다. 이후 2019년 KBO(한국야구위원회)와 10개 구단이 포털사이트-통신사 컨소시엄에 5년간 무려 1100억원(연간 220억원) 규모의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했다. 지상파 등과 치열한 경쟁 끝에 통신3사(SK, KT, LG유플러스)와 포털사이트(네이버-다음 등) 컨소시엄이 중계권을 따낸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전문가들은 뉴미디어가 프로야구에게 파격적인 중계권료를 지불하게 된 것은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 종목이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야구를 시작으로 다른 스포츠 종목과 대형 국제이벤트까지 TV보다 뉴미디어가 우위를 차지하며 많은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은 "뉴미디어 신기술의 도입에 따라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통해 무한한 정보가 제공되며 스포츠 경기의 묘미를 한껏 높여줄 것이다"라고 말하며 뉴미디어와 함께 스포츠 경기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서 10대~5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98%,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은 67.2%로 조사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미디어 시청시간도 늘어났다. 이용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1%로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 2.3%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대학생 A씨도 "관중제한이 있어서 야구장에 가서 직접 관람하기가 어려워서 보통 인터넷 중계로 보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뉴미디어가 프로야구를 비롯한 스포츠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온라인 저작권 위해 컨소시엄 측, 뉴미디어 저작권 보호팀 만들어

문제는 온라인 저작권이다. 당시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할 때 구단들과 KBO가 'KBO리그 경기영상에 대한 권리를 모두 양도'했다. 따라서 KBO와 구단 유튜브 공식 채널에도 경기 영상은 한 장면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구단 채널에 덕아웃 직캠이나 퇴근길 영상이 주로 업로드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미디어 중계권으로 인한 구단 자체 모자이크/ 출처: 베어스포티비

 


통신사 3사와 포털사이트로 이루어진 뉴미디어 컨소시엄은 중계 영상을 통해 고객들을 유입하거나 플랫폼 사용시간을 늘려 광고 등 부수적인 수입을 늘리기 위해 뉴미디어 중계권을 구입했다. 이들은 인터넷 플랫폼이 주수익원인만큼 팬들이 중계 영상을 녹화해 올리는 것이 수익에 방해가 된다고 여길 것이다. 다만, 야구 대형 커뮤니티에 움짤이라고 불리는 gif 파일을 업로드하거나 중계 영상을 이용해 2차 재가공한 영상을 업로드하는 행위 또한 법적 재제를 가한다. 원칙상 중계 영상의 권리가 KBO에 있으니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영상을 사용한다면 권리 침해'인 것이다. 

지난 2019년 컨소시엄 측에서는 11월부터 KBO 뉴미디어 저작권 보호팀을 결성해 팬들이 업로드한 중계 영상물을 본격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KBO뉴미디어컨소시엄저작권보호팀'과 '저작권보호팀KBO'라는 계정명으로 활동하며, 경기 중계 영상을 업로드하는 팬들에게 경고 댓글을 달고 있다. KBO와 구단에게 사들인 뉴미디어 중계권으로 저작권 보호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도 단속중이며, 저작권 단속 관련 홈페이지를 개설해 중계 영상을 불법으로 업로드하지 말 것을 알리고 있다. 

 

출처: KBO 뉴미디어저작권보호 홈페이지

 


지난해 2월, KBOP는 "움짤(인터넷 상에서 움직이는 사진, 그림 또는 동영상)을 포함한 모든 경기 영상 콘텐츠를 컨소시엄과 합의 없이 배포할 경우 저작권 위반"이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뉴미디어 중계권을 소유한 포털사이트-통신3사 컨소시엄은 최근 "5월부터 법적조치를 할 수 있고 이후는 선처가 없으니 48시간 안에 영상을 삭제할 것을 권고한다" 라며 법적조치를 선언하기도 했다.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까지 받게 된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재작권 그 밖에 이법에 의해 보호되는 재산권 권리를 복제, 공연, 방송, 전시, 전송, 배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상 길이나 움짤 사용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컨소시엄와 KBO는 이와 관련해 계속적인 협의를 진행중이다. 팬들이 올리는 영상을 통해 야구 신규 팬들을 영입하는데 도움이 된다. KBO 또한 이를 알고 있지만, 돈을 내고 정당하게 권리를 받은 컨소시업 입장을 무시할 수 없어 난감한 상태이다. 움짤을 무조건 허용했을 시 영상의 무단 사용이 대폭 늘어날 것이며, 유튜브와 개인 SNS에 경기영상 관련 콘텐츠를 올려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논의가 길어지고 있어 최종적인 결론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뉴미디어 일방적 제재로 인한 문제점은?

출처: 픽사베이

 


팬들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재가 야구 신규팬 유입률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20대 프로야구 관심도는 30%까지 떨어졌다. 2015년 같은 항목의 조사 결과인 49%에서도 무려 19%가 하락한 것이다. 20대 남성의 국내 프로야구 관심도는 2015년 49%였으나 2018년부터 3년째 35% 안팎에 머물며, 20대 여성은 2015년 36%에서 14%까지 하락했다. 온라인 콘텐츠, 게임 등 다양한 취미활동이 늘어나는 가운데 젊은 세대의 프로야구 관심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KBO의 뉴미디어 중계권 양도가 시대 착오적인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팬들과 관계자 프로야구가 바뀐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짧고 동적이며, 속도감 있는 디지털 환경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에 더이상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야구는 '어려운 존재'이다. 9회까지 경기를 하면 3시간이 넘고 연장까지 가서 경기가 길어지면 5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야구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끝까지 보겠지만,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출처: 유튜브 '덕아웃캠' 검색

 


관중제한으로 인해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코로나19 속 유튜브 채널을 통한 비대면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영상을 접한 뒤 새롭게 팬이 되기도 했다는 여러 경험담에 '나무위키 읽기, MBTI 검사' 등 예능형 기획 등의 마케팅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는 것이다. 즉시 질의응답이 가능한 실시간 방송 또한, 구단의 입장을 전달하며 팬들의 생생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뉴미디어 중계권을 모두 양도한 상태에서는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한정되어 있다. 야구 명장면이나 호수비, 홈런 모음 영상이 주로 이루어진 영상은 구단마저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팬들이 나서서 홍보 활동을 해주는데 이러한 선순환을 막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팬들은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인은 "움짤과 유튜브 제재는 프로야구에서 젊은 층 이탈을 가속화하고, 야구가 인터넷에서 이슈화되거나 대화거리가 되는 빈도를 급격하게 줄인다"며 "경기 내용을 공유하고 대화할 수 없다면 야구의 저변 확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온라인에서 KBO리그 관련 2차 영상 가공물이 만들어지는 움직임이 위축될 것이라는 의미다.

 

저작권 논란, MLB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출처: 픽사베이

출처: 유튜브 'MLB' 공식채널

 


미국의 MLB(Major League Baseball) 또한, 2015년 팬들의 움짤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는 논란이 있었다. 공식 홈페이지 하이라이트 영상에 있는 장면과 같은 움짤이 SNS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면 게시물을 제제하는 요청을 했다. MLB 측이 내려달라고 요구한 움짤은 야구팬들이 야구 홍보를 위해 팬들이 만든 것들이었기에 시대에 뒤처진 행보라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MLB는 KBO와 다르게 움짤을 자체 제작, 제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언제든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 MLB는 유튜브에 공식 영상을 올리는 행위 또한, KBO와 동일하게 공식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하지만, MLB는 MLB official 채널, MLB Network 채널 등 많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KBO는 팬들의 업로드를 제재하기만 할 뿐, 실시간 중계 외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에 처해있다. 

MLB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뉴미디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과 중계권을 체결하며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MLB사무국이 전국 방송에 대한 중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과 뉴미디어 중계권을 체결할 때 시즌 중계권 자체가 아니라 경기 당 중계권을 계약한 것이다. 모든 중계권을 컨소시엄과 체결한 KBO와는 다른 형태이다. 

 

출처: 픽사베이

 


중계료에서 뉴미디어가 차지하는 부분이 늘어나 뉴미디어에서의 스포츠 중계가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뉴미디어가 TV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젊은 세대에 프로야구 관심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온라인, 모바일 콘텐츠와 맞붙어 이기기 위해 프로야구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신규 팬 영입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야구말고도 즐길거리가 많아진 지금, 새로운 팬들을 유입하기 위해 프로야구만의 경쟁력을 살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앞서 움짤 사용 제재, 영상 재가공 불가 등의 사례를 보면, KBO의 대처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말이 맞다. 제한된 영상 유통 통로는 프로야구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디저털 환경에 친숙한 MZ세대는 SNS 등을 통해 이미 수많은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움짤 등을 이용한 팬덤 문화가 확산된 만큼 프로야구가 젊은 세대에게도 사랑받는 프로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KBO가 뉴미디어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다. 2024년까지 뉴미디어 중계권이 없는 KBO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팬들의 콘텐츠 생산 및 홍보 활동이 적극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당한 '권리' 또한 중요하지만,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호간의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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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