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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O 돌아보기]‘윤나고황‘ 중심으로 세대교체 이루어진 롯데 자이언츠, 더 이상의 ’비밀번호’는 없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5. 1. 5. 17:27

- ‘윤나고황’ 필두로 한 세대교체와 육성의 시즌
- 역대급 외국인 트리오
- 다음 시즌엔 후반기 뒷심 살려야 한다

출처 -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오랜 기간 포스트시즌을 가지 못하고 부진할 때 그 기간의 순위를 나열하는 일명 ‘비밀번호’라는 인터넷 밈(meme)이 존재한다.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 역시 2018년부터 이번 시즌까지의 순위를 나열한 ’710788877’이 있으며 현재 진행형이다.

롯데는 최근 긴 암흑기를 겪고 있다. 육성 부재, 잦은 감독 교체, FA 성과 부진, 후반기 뒷심 부족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이번 시즌은 과거 두산에서 7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에 빛나는 김태형 감독이 취임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최종 성적 7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최종 성적과 별개로 올 시즌은 분명한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암흑기의 원인으로 손꼽힌 육성에서 여러 성과가 드러나며 다음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이번 시즌의 성과와 개선점을 살펴보자.

▶’윤나고황’, 롯데를 새롭게 이끌 야수진들

왼쪽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 / 출처 -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이번 시즌 롯데 팬들을 웃게 해 준 롯데의 젊은 야수진 4인방은 단연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일 것이다. 이들은 전반기 적응이 끝난 5~6월부터 좋은 타격감과 주루 센스로 팀의 중심에서 활약하며 가을 야구의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주전 외야수로 출전한 윤동희는 2022년 롯데에 입단하였으며 2003년생으로 4인방 중 가장 젊다. 컨택, 파워, 수비를 모두 갖춘 사실상 올라운더형 타자로 141경기 156안타 14홈런 85타점 타율 0.293 OPS(출루율+장타율) 0.829로 활약했다.

2021년 롯데에 입단한 2002년생 1루수 나승엽은 중장거리형 타자로서 장타 위주의 타격으로 공격적인 타선을 만들어 냈다. 121경기 127안타 7홈런 66타점 타율 0.312 OPS 0.880을 기록했으며 특히 127안타 중 3분의 1가량인 35개의 2루타를 기록했다. 4인방 중 가장 높은 OPS를 기록한 것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이다.

고승민은 2019년부터 롯데에서 활약한 2000년생 내야수다, 1루와 2루를 오가다 올 시즌 주전 2루수로 출장한 이후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120경기 148안타 14홈런 87타점 타율 0.308 OPS 0.834을 기록했다. 특히, 박정태(現 SSG 2군 감독)의 83타점을 넘은 팀 프랜차이즈 2루수 최다 타점을 경신했으며 KBO 역대 32번째 사이클링 히트 기록 등과 함께 팀의 주축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1997년생으로 4인방 중 최연장자인 황성빈은 2020년부터 팀에 합류한 외야수로 컨택에 특화된 타격과 빠른 발, 상대를 흔드는 여러 센스있는 플레이로 활약했다. 올 시즌 125경기 117안타 4홈런 26타점 51도루 타율 0.308 OPS 0.834로 테이블 세터로 팀에서 활약했다. 잔부상등으로 규정 타석에는 못 미쳤으나 팀의 상위타선에서 활약하며 주전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단일시즌 역대 최다안타 레이예스와 막강한 원투펀치

왼쪽부터 레이예스, 윌커슨, 반즈 / 출처 -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윤나고황‘ 4인방 외에도 올 시즌 롯데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도 큰 성과를 기록했다.

빅터 레이예스는 주전 외야수로 144경기를 전부 출장하여 574타수 202안타로 역대 KBO 리그 단일시즌 최다안타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2루타 40개로 1위, 15홈런 88타점에 타율 0.352로 2위를 기록했다.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의 중요 상황 타격 지표 / 출처 - 스탯티즈 상세분석


거포형이 아님에도 레이예스가 팬들에게 환호받는 이유는 안타뿐 아니라 중요 상황의 타격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득점권 타율 0.395, 2사 이후 득점권 타율 0.443, CL & Late(3점차 이내, 7회 이후) 타율 0.434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국인 원투펀치였던 애런 월커슨과 찰리 반즈 역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월커슨은 32경기 196.2이닝 12승 8패 167탈삼진 평균자책점 3.84로 팀 내 유일한 10승 투수이자 리그 이닝 1위를 차지하며 에이스의 자리를 지켰다. 반즈는 25경기 9승 6패 171탈삼진 평균자책점 3.35로 아쉽게 10승은 차지하지 못했으나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2025년 신규 계약한 롯데 자이언츠 터커 데이비슨 / 출처 -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롯데는 지난 시즌 피안타 리그 1위(210개)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던 월커슨과 재계약하지 않고 터커 데이비슨과 95만 달러(보장 금액 85만+인센티브 10만)에 계약하며 외국인 구성을 마쳤다. 구단은 "데이비슨은 투구 타점이 높고 디셉션(투구 시 감춤 동작)이 좋은 투수"라며 "직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라고 전했다. 롯데의 다음 시즌 반등을 위해 외국인 선수들의 올 시즌과 같은 활약을 기대해 보아야 할 전망이다.

FA 이적생들, 다음 시즌에는 ‘먹튀‘ 오명 벗어야 한다

2023년 입단식, 왼쪽부터 한현희, 유강남, 노진혁 / 출처 -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젊은 유망주들과 외인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해 준 반면 기존의 다수 베테랑 선수의 부진으로 인해 전력 누수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특히 2023년 FA로 입단한 3인방인 유강남(4년 총액 80억), 노진혁(4년 총액 50억원), 한현희(3+1년 총액 40억)의 부진이 2024년에도 이어지게 되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프레이밍(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 위해 미트를 움직이는 기술), 체력, 2할대 중후반의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준수한 타격을 가진 포수인 유강남은 이번 시즌 도입되었던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로 인해 가장 큰 장점이 퇴색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즌 중 7월에는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까지 되며 롯데는 리그에 등록된 모든 포수가 1군 출전 기록을 갖는 등 사실상 주전 포수가 없는 상황에서 시즌을 이어가게 되었다.

20홈런 이상이 가능한 파워와 좋은 수비 능력을 갖춘 유격수인 노진혁은 롯데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영입되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73경기 137타수 30안타 2홈런 13타점 타율 0.219로 부진했다. 시즌 내내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팀 내 유망주 박승욱에게 주전 유격수를 내주게 되었다.

사이드암 투수로서 핵심 불펜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은 한현희 역시 57경기 76.1이닝 5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5.19로 FA 몸값에 비해 부진했다. 다만, 한현희는 나균안, 김원중, 구승민, 최준용 등 팀 내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확실한 유망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의 어려운 시기를 함께하며 나름의 활약을 해 주었다는 평가 또한 존재한다.

▶‘봄데‘도 이제 옛말? 올 시즌 월별 성적은

프로야구 원년 팀 롯데는 오래된 역사만큼 여러 특징과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봄데‘이다. 매년 시즌 초반에는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만 여름-가을로 이어지는 후반이 될 수록 힘이 빠져 순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2024년 월별 순위


그러나 올 시즌에는 조금 다른 흐름을 보여주었다. 롯데의 월별 순위 변화를 살펴보면 오히려 3~4월에는 9위, 10워라는 하위 성적을 기록했으며 5월과 6월에 반등이 시작된 것을 볼 수 있다. 이후 전/후반기 분기점인 7월에 주춤하다가 다시 반등 후 마지막 가을 야구 경쟁 순간에 다시 무너진 것이다.

흐름상 3~4월의 부진이 순위 경쟁에 발목을 잡았다고도 볼 수 있으나 내용과 함께 살펴보면 유망주들의 적응 기간(3~4월)을 넘긴 후 ’윤나고황‘의 필두로 한 유망주들의 활약이 시작되자 반등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롯데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유망주의 부재에서 벗어났다는 해석 또한 가능하며 다음 시즌의 초반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7월과 9월~10월에 벌어지는 후반부 경쟁에서 힘이 빠지는 것은 아직 나아지지 않은 고질적인 문제이다. 여전히 불펜진의 과부하, 체력 안배와 선수층 부족 문제 등은 다음 시즌 반등을 위한 롯데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진짜 보여줄 때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 훈련 모습 / 출처 -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롯데는 이번 시즌은 타 시즌에 비해 특히 유망주들의 활약이 돋보인 시즌이었다. ’윤나고황‘ 외에도 박승욱(유격수), 손성빈(포수), 손호영(3루수) 등 여러 포지션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고 부진했던 투수진에서도 정현수, 김진욱, 박진 등 여러 선수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스토브리그의 롯데는 팀 내 불펜과 마무리인 구승민과 김원중을 모두 4년 54억, 2+2년 21억에 FA 계약을 맺고 투수진 보강을 위해 정철원을 영입하였다. 부족했던 투수진을 보강하고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운영한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야수 육성에 강점을 보이며 ’빅볼‘ 위주 타격 중심 운영을 보인다.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며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끄는 김태형 감독의 2024시즌은 젊은 중장거리형 타자들을 필두로 한 롯데만의 색깔을 다시 만들어 준 것에 큰 의미가 있다.

2025년의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의 매직은 이제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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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우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