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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는 핼러윈 즐긴 20·30세대 탓?... 본질 잊은 혐오 사회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2. 11. 14. 12:40

이태원 간 게 잘못? 세대 갈등 가속화 우려
탓, 탓, 탓... 외신 왜곡해 피해자 탓하는 한국 언론
핼러윈은 MZ세대의 최대 명절, 세대 이해할 수 있어야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김도영 기자]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각종 악성 루머와 유언비어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특정 세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사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30세대에 대한 혐오로 번지며 세대 간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가 이전부터 쌓여왔던 세대 간 갈등에 불을 지폈다고 설명했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 쌓여 있던 세대 간 불만이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결국은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라는 등의 조롱성 표현으로 터졌다."라고 말했다.

출처 =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홈페이지

 

 


앞서 지난달 29일 밤 10시 1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핼러윈 파티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은 대규모 인파가 해밀턴 호텔 옆 좁은 골목길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사상자는 총 354명으로 사망자 157명, 부상자 197명이라고 밝혔다. 단일 인명피해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규모이다.

사상자의 대부분이 20·30세대로 밝혀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혐오성 글들이 수차례 올라왔다. 해당 글들에는 핼러윈 데이를 즐기는 MZ세대의 문화를 '외국 명절에 열광하는 이상한 문화'로 폄하하고 "이태원을 간 게 잘못"이라며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국 명절 따라 하다가 이게 무슨 국제 망신이냐", "MZ세대는 이기적이고 최악의 세대"라며 사고의 본질과는 전혀 관련 없는 주장이 이어졌다.
 

유명 작가, "꼰대 짓 하지 말라" 일침... 세대 갈등 부추길 수도

영화 '터널', '소원'의 원작자로 알려진 소설가 겸 드라마 작가 소재원은 이태원 참사를 희생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일부 비난 여론에 일침을 가했다. 소 작가는 지난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희생자들을 대변하는 장문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소 작가는 "젊음을 즐기는 것이 잘못된 건가? 꼰대들은 '그러게 왜 저길 가?'라는 앞뒤 꽉 막힌 소리를 내뱉는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거리를 나간 게 잘못이 아니다."라며 "미꾸라지 몇 마리의 흙탕물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출처 = 소재원 작가 인스타그램]

 

 


이어 "꼰대의 입장에서 훈수랍시고 떠들면 안 된다. 안타까운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슬픔을 나눠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피해자인 20·30세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 작가의 일침을 두고 기성세대와 20·30세대를 꼰대와 젊은이로 분열시키며 오히려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WSJ "핼러윈, 한국에선 클럽 가는 날"이라고 '정말' 비판했나

한국 언론이 외신의 보도를 왜곡하는 일도 벌어졌다. 참사 직후 일부 언론들은 외신이 한국의 핼러윈 문화를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탕을 주고받는 핼러윈 문화가 한국에서는 20대 젊은이들이 특유의 핼러윈 복장으로 치장한 채 클럽에 가는 행사로 변모했다며 한국의 문화를 꼬집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달랐다.

해당 보도들이 인용한 기사는 모두 월스트리트저널의 '서울 핼러윈 행사에서 최소 151명이 사망했다(At Least 151 Killed in Crowd Crush at Seoul Halloween Celebration)'라는 기사다. 한국의 핼러윈 문화를 분석한 기사가 아닌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는 스트레이트 기사다. 한국의 문화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은 2줄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한국의 핼러윈 문화에 대한 설명이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문제가 된 보도의 내용은 "한국에서 핼러윈은 아이들이 사탕을 주고받는 날로 광범위하게 기념되지 않는다(In South Korea, Halloween isn’t widely celebrated as a candy-grabbing holiday for children). 최근 몇 년 동안 20대 안팎의 젊은이들과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은 핼러윈을 코스튬을 입은 클럽 이벤트로 만들었다(Twenty-somethings and other partygoers in recent years have made Halloween into a major clubbing event, with many decked out in costumes)."이다.

지난 2일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해당 보도에 대해 "그냥 한국에서 이렇다는 스트레이트 기사다. 변질됐다는 것은 집어넣은 것.”이라고 말했고 "핼러윈 문화가 변질되었다고 보도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려고 하는 게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이택광 교수, "핼러윈, MZ세대에겐 크리스마스나 다름없다"

또한 이택광 교수는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20·30세대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Z세대에게 핼러윈 데이라는 것은 우리가 크리스마스나 부처님 오신 날 같은 것을 기념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행사이다."라고 말했다. 문화적 배경에 대해서는 "1982년부터 초등학교에 영어 교육이 도입되고 세계화가 가속화되며 MZ세대들은 핼러윈과 같은 미국의 여러 문화들을 체험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렇다 보니 MZ세대들에게 핼러윈은 이질적인 문화가 아니라 글로벌 문화로 다가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성세대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사회화가 된 세대이지만 지금 20·30세대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인정과 호응을 받으며 큰 즐거움을 얻는 세대이다."라며 "핼러윈 축제 같은 곳에 가서 굉장히 본인들이 정성 들여서 코스프레를 만들고 코스튬을 만들어서 입고 거기에서 본인들이 끼 있는 행동을 하고 그런 것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라가서 호응을 받고 이걸 통해서 굉장히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핼러윈도 바로 그런 방식으로 형성된 문화이다."라고 말했다. 20·30세대가 핼러윈 문화에 대해 기성세대와는 사뭇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출처 =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고려대 사회학과 김수한 교수는 "특정한 세대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과 서로를 배려하는 문제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라며 특정 세대의 문제로 가면 안 될 것을 당부했다. 슬하에 아들, 딸 남매를 두고 있다는 50대 여성 A(52)씨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딸에게 너는 저런 사람 많은 곳 가지 말라는 말부터 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말 자체가 사고 원인을 피해자 개인에게 돌리는 말임을 깨닫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핼러윈 파티에 참석한 피해자를 탓한다면 이러한 참사는 또다시 반복될 것. 누가 죄인인가에 초점을 맞춰 서로를 비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서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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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