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합

취업도 서울 공화국?···지역 균형 잃은 ‘스펙’ 쌓기 활동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0. 12. 1. 17:35

수도권 밀집해 있는 대외활동 및 인턴 기회

지역 간 불균형 해소 위한 대안은?




드라마 '미생' 속 인턴들 / 사진 출처: tvn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서지희 기자 = ‘서울시 거주자 우대’, ‘수도권 거주자 우대’. 대외활동 모집 요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문구다. 요즘 청년들은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들을 찾아서 한다. 흔히 말하는 ‘스펙’ 쌓기 활동이다. 대외활동도 그 중 하나다. 연합동아리 활동과 인턴 경험, 자격증 취득도 그러하다. 그런데 여기서 지역 간 불균형 문제가 나타난다. 이러한 기회들은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몰려 있다.


모집 활동 개수에서 현저히 차이나

11월 넷째 주, 기자는 대학생 대외활동 정보가 한데 모인 사이트에 들어가봤다. 총 274건의 공고가 올라와 있었다. 지역 제한이 없는 활동을 제외하고 그 중 서울, 인천, 경기에서 모이는 활동을 검색해 봤다. 그러자 나온 검색 결과는 총 87건이었다. 135건 중 87건으로 약 64%에 달한 비율이었다. 부산, 울산, 대구를 포함한 경상은 총 27건이었다. 대전, 세종, 충청권은 8건. 광주와 전라는 9건, 강원은 한 건, 제주는 세 건이었다.

물론 지역 제한이 없는 활동도 꽤 있었다. 이는 총 13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부분 온라인 서포터즈 활동이었다. 특정 상품을 체험하고 이를 홍보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워크샵이나 면접이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주최측 기업이나 기관은 서울에 위치했다. 지원자가 비수도권 지역에 거주할 경우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대외활동 사이트 통해 본 지역 별 모집 건 수 비교 차트 / 디자인: 서지희



지역 제한 없음을 내걸었지만 모집 대상을 한정한 사례도 발견됐다. 기업 실무 교육이었다. 교육은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모집 대상을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으로 한정했다.

동아리 상황도 비슷했다. 지역 제한 없다는 공고임에도 실질적으로는 수도권 활동이 주를 이뤘다. 특히 콘텐츠 제작 동아리가 그러했다. 총 39건의 동아리 중 지역 제한 없음을 제외하면 33건이었다. 그 중 수도권 활동이 28건이었다. 비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학구열을 높이고 취미생활을 공유할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다.



취업 및 채용 인프라 부족

기업 설명회, 채용 박람회, 인턴 기회 등 취업 준비생을 위한 취업 및 채용 인프라 역시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취업 공고 사이트 잡코리아가 비수도권 지역 4년제 대학 졸업 구직자 503명을 대상으로 2019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9.3%가 거주 중인 지역에 취업 및 채용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방에서 구직활동 중 취업 소외감을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에 80.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채용설명회가 수도권에 집중돼서’(65.8%)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면접을 보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해서’(54.2%)와 같은 이유도 지목됐다. ‘면접비 지급 등 지방 구직자를 배려하는 기업이 적어서’(26.7%)도 뒤를 이었다.



출처: Break News



자격증 시험 스터디 모임도 수도권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수도권에서 시험 관련 정보를 얻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 대학생 A씨는 토익 스터디를 위해 서울에서 2주간 머문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시험 고사장 역시 지역 차가 있다. 대중적인 시험인 토익과 컴퓨터활용능력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해 있다. 하지만 전산회계운용사, 인터넷정보사 등 대중적이지 않은 자격증 시험일수록 지역 편차가 심하게 나타난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그러하다. 예를 들어 같은 전라도 지역에 살아도 큰 규모의 도시에 거주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목포나 순천, 여수로 가야한다.


두 개의 엇갈린 시선

스펙 쌓기 활동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어 불만인 건 비단 비수도권 대학생만은 아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실시한 학교들이 많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의 생활 비용을 절감하고자 본가로 내려간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에는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프라 시설이 적다. 이로 인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들도 터져 나왔다.

영상연출자가 꿈인 대학생 B씨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다. 본가는 경남이다. 그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 작년까지 과동아리와 스터디 모임 등에 참여했다. 그는 교내 활동에 이어 올해 서울시 연합 동아리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감염병이 창궐해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계획들을 철회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불가피하게 본가에 내려와 지낸다. 게다가 지난 학기 비대면 수업을 경험한 이후로 이번 학기는 휴학을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본인에게 필요한 기자단이나 영상 서포터즈와 같은 대외활동이 잘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찾지 않아도 곳곳에 다양한 활동들이 홍보되어 있는 반면,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선 잘 찾아봐야 겨우 서너 개 보이는 정도다” 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회 자체가 부족한 곳에서 발버둥 치려고 하니 답답하다”는 심경을 표했다.

또한 그는 “경력이 중요한 직업인 만큼 크루를 만들어 영상을 제작하고 공모하고 싶지만 함께 작업할 동료들과 모이는 것부터 쉽지 않다” 라고 털어 놓았다. 그에 따르면 가까운 부산에서는 어느 정도 관련 글이 올라오는데 그마저 부산지역 대학생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어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비대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시국이라 답답하다.”

그는 요즘 들어 종종 후회와 조급함이 밀려온다고 했다. ‘서울에 남은 친구들이나 수도권 사는 친구들은 여러 경력을 쌓고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 자꾸 비교되어 조급해 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더해 “습작을 쓰고 혼자 서적을 읽어가며 공부하고 있지만 그래도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더해진다” 라고 고백했다. 끝으로 그는 지자체가 지역에 있는 대외활동 홍보라도 꾸준히 잘 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출처: YTN


반면 취업 준비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대학생 취업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이는 대외활동을 개최할 여력이 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특히 공기업 신입 채용 시 지역 할당제가 있어 실제 취업 현장에서 본인들(수도권 대학 졸업생) 역시 차별당하고 있음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힘들게 공부해서 서울로 왔는데 정작 블라인드도 아닌, 한쪽에게 유리한 제도를 도입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앞서 인터뷰했던 B씨는 결국 수도권에 모든 인프라가 집중돼 발생하는 갈등이라고 보았다. 교육이든 취업이든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에 기회가 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 궁극적으로 기업이 전국에 고루 분포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지방에 있는 기업에서 대외활동이나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구상해 제대로 시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역 간 불균형 문제, 대안은?

우선 자체적으로 대외활동 규모를 늘려 여러 지역권으로 나눠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대기업이 아닌 중소 기업 위주로 정부가 이들에게 활동 지원금을 보조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인프라 설비 비용과 활동비 등 대외활동 운영에 들어가는 예산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행복나눔재단은 SK SUNNY 리더그룹 활동을 서울, 수원경기, 인천부천, 청주충북, 대전충남, 부산경남, 대구경북, 전주전북, 광주전남, 제주로 나눠 진행한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이러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시나 도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대학생과 취준생을 위한 연합 세미나, 동아리 활동을 늘리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예산을 확대 산정할 필요가 있다. 올해 경상남도는 청년 동아리 지원사업을 벌였다. 청년 동아리 활동 지원 사업은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청년을 육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경남 청년 4인 이상으로 구성된 모임에 팀당 최대 10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했다. 이와 함께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공모전이나 활동 기획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양질의 일자리가 비수도권에도 존재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을 비롯한 사기업에 정부는 경제적 유인책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그저 ‘떠밀기’ 식으로 이전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프라와 편리한 교통, 숙련된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놓고 이들을 유인해야 한다. 알아서 자발적으로 움직이게끔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153개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됐지만 민간 기업 상위 1,000개 중 약 75%가 여전히 수도권에 머물러 있다.



예나 지금이나 수험생의 로망을 집약해 나타내는 표현이 있다. ‘In 서울’이다. 그런데 대학생이 된 후에도 이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In 서울’을 희망한다. 취준생이 되어서는 그 소망이 더더욱 간절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 간 기회의 불균형을 완화해야 할 때다. 모두가 ‘인서울’의 로망을 안고 미래를 그리도록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각자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일을 성취하는 꿈을 그릴 수 있도록 정부는 혁신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Tag
#취업
#스펙쌓기
#서울공화국
#지역불균형
#기회의불균형
#대외활동
#인턴
#균형


저작권자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지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