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점화되는 '음원 사재기 의혹'
처벌 가능하나 실제 사례는 없어
공정한 음원 시장을 위한 노력 촉구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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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유라 기자 = 음악 플랫폼 서비스에서의 '공정'이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는 음원 사재기 의혹은 이러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부추긴다. 그러나 이는 옳고 그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합리적 의심만으로는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 논란,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 음원 사재기란 무엇인가
음원 사재기란 브로커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하고 특정 가수의 음원을 연속 재생하여 음악 순위 목록 및 실시간 스트리밍 순위 등을 조작하는 행위다. 이 논란은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수가 인기 아이돌 가수를 제치고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현상을 시작으로 벌어졌다. 과거부터 꾸준히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음원 사재기로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명확한 증거가 없을뿐더러 밝혀내기 쉽지 않다. 이처럼 음원 사재기 논란과 관련된 문제는 아직까지 명쾌하게 해결되고 있지 않다.
출처: 멜론,지니뮤직,벅스,플로 제공
-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논란이 드러나는 근원지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서비스다. 이용자의 취향에 따라 추천곡과 플레이리스트를 나타내는 해외 사이트와 달리 멜론(Melon), 지니뮤직(genie), 플로(FLO), 벅스(BUGS), 바이브(VIBE) 등과 같은 한국 음원 사이트들은 실시간 차트 서비스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차트에 노출된 음악을 더 많이 접하게 된다. 그래서 음원 사재기 업체들은 '차트인'을 하기 위해 주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새벽 시간대를 겨냥해서 수십만 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음원을 스트리밍 한다. 차트에 진입하고 순위가 상승하면 일반 이용자들은 호기심을 갖고 그 음악을 접하게 되고, 자연스레 스트리밍에 동참하게 된다.
의심받는 곡들의 공통된 특징은 순위 상승의 뚜렷한 계기가 없다는 점이다. 흔히 단순한 '역주행'이라고 불리는 곡들은 순위가 낮은 곳에서부터 차근차근 느리게 상승하는 반면, 사재기 의혹을 받는 곡들은 순위 상승 속도가 갑작스럽게 증가한다. 다른 곡들에 비해 일간 순위와 실시간 차트 등이 비정상적 추이를 보이는 것이다.
또한, 대중들의 인기 체감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곡의 순위 상승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인기가 상승하고 다들 이러한 인기를 체감하게 된다. 그러나 사재기를 의심받는 곡에 대해 대중들은 다소 생소하게 느끼며 아티스트의 인기 또한 비교적 체감하기 어렵다.
- 군중심리 작용 …음원 산업 생태계 교란 우려
대중문화 소비에 있어서 군중심리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음원 시장에서의 밴드 왜건 효과는 두드러진다. 밴드 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란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 현상을 말한다. 이는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편승효과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높은 차트 순위에 올라와 있는 음악을 더 듣게 된다는 것이다. 본인이 선택해서 듣는 것이 아니라 군중심리에 의해 듣는 것이므로 주체적인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면 결과적으로 음원 산업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K팝 전체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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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적 처벌 가능할까?
음원 사재기는 불법이다.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음반 등의 유통질서 확립 및 지원)에 따르면, 음반·음악 영상물 관련 업자 등이 제작·수입 또는 유통하는 음반 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음반 등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관련된 자로 하여금 부당하게 구입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실질적 처벌 사례는 거의 없다. 이는 사재기 자체가 의혹에 불과하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확실한 근거 없이 논란을 유포하면 자칫 명예훼손이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한 반박
의혹에 대한 반박 입장도 팽팽하다. 그들은 단지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란 네티즌들이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제작하여 널리 퍼지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들은 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정하게 마케팅을 실행한 것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달리할 말이 없다. 그들은 딱히 유의미한 증거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처럼 음원 사재기 논란은 그저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만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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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원 사이트의 미온적 태도 …신뢰도 하락
일각에서는 음원 사재기의 핵심적인 원인이 '음원 사이트'라고 지적한다. 음악 소비 패턴의 단순화에 따라 음원 사이트의 힘이 막강해졌다. 이에 따라 그들의 울타리 안에서 차트가 종속화되어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음원 사이트의 방관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사재기 의혹은 수없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 여러 비정상적 징후가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이상 징후가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원인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 막강하다. 대중들은 음원 사이트는 더 이상 미온적 태도에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작 논란이 크게 일었던 멜론(Melon)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멜론 이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682만여 명(아이지에이웍스 기준)으로 연초와 비교해 61만 명이 감소했다. 한때 60%를 웃돌았던 멜론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월 38.6%(코리안클릭 기준)로 40% 선마저 무너진데 이어 2·3위인 지니(25.7%), 플로(17.7%)와 격차를 크게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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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재기 근절을 위한 움직임
초반에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음원 사이트들도 논란 종식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방관으로 인한 대중들의 사이트 신뢰도 하락 및 이용 감소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플로(FLO)는 일방적인 차트 의존을 지양하고 음악 생태계의 건강한 변화를 이끌기 위해 실시간 차트를 폐지했다. 플로 관계자는 “그동안 기존 음악 플랫폼의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왜곡이 일어나 실제 팬과 대중의 관심과 동떨어진 순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라며 "이번 변화로 짧은 시간 내 비정상적인 행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차트 왜곡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멜론(Melon) 역시 문제의 근원인 실시간 차트를 폐지했다. 플로와 유사하게 '최근 24시간 기준 차트'라는 새로운 차트 집계 방식으로 변경하여 공정성을 위한 노력을 가하고 있다. 멜론 측은 "순위 경쟁보다는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음악과 트렌드를 발견하고, 감상으로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바이브(NAVER VIBE)는 'VPS(VIBE Payment System)'를 도입했다. 이는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횟수를 기준으로 아티스트에게 스트리밍 요금을 지급하는 새로운 정산 시스템이다. 그간 국내 음원 사이트는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의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사용료를 정산하는 비례 배분제를 채택했다.
예를 들어 한 아티스트의 음원이 1,000번 재생됐고, 전체 음원 재생 수가 1만 번이라면 음원 재생으로 발생한 수익의 10%를 이 아티스트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전체 재생 횟수가 늘어날수록 팬덤이 두터운 인기 아티스트의 수익은 증가하지만, 재생 횟수가 일정한 인디 아티스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수익 역시 감소하게 된다. 반면 바이브가 도입한 결제 시스템은 비율을 따지지 않고 일일이 재생 횟수마다 수익을 곱해 지급한다.
이처럼 플랫폼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으로 수익 배분 방식이 바뀌게 되면 이용자들은 자신의 이용료가 어떤 아티스트에게 전달됐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음원 시장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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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한 다양한 입장
일각에서는 음원 사재기 문제에 대한 원인이 유통 문제에 있다고 꼬집는다. 모든 음원이 몇몇 차트에 의해 유통되는 구조가 대형 기획사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음원 사재기는 물론 잘못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음원 사재기 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음원 유통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힘을 싣고 있다.
또한 음원 사재기가 순기능을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메이저 아티스트들이 독식하던 음원 환경에서 신입 혹은 비인기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며 새롭고 실력 있는 인물을 발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재기 자체는 불법 행위다. 소위 '음원 강자'라고 불리는 유명 아티스트의 음원 독식을 타파하고 다소 덜 유명한 아티스트의 잠재성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음원 업체는 사재기 근절을 위한 방안을 더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또한 정부적 차원에서의 노력도 촉구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원 사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배포해 구조적 틀을 확실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건전한 음원 시장 발전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사안에 대해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 최근 K팝의 위상이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국내 음원 시장도 이에 발맞춰 성장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막는 조작 행위는 양심과 직결된 문제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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