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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느낀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요" 대학생 영화감독, 작은별 '김유빈'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0. 9. 18. 17:55

단편영화 <작은별> 김유빈 감독 인터뷰

"내 경험 안에서 파생되는 감정들에서 영감 얻어"

단편영화 '작은별' 촬영 현장 / 출처: 김유빈 감독 본인 제공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유라 기자 = 우리 삶에 가치 있는 영향을 주는 매체를 꼽자면 단연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우리 가까이 자리하며 그 예술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독립영화는 상업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제작한 영화로써 대중성과는 비교적 거리가 멀다. 이러한 독립영화 연출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시작되는 입문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영화학도들은 독립영화 연출로 영화의 첫 발걸음을 뗀다. 독립단편영화 <작은별>로 제24회 인디포럼, 제12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 2020, 헤이리시네마 '음악,인' 기획전에 이름을 올린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4학년 김유빈 감독을 만나 학생 영화감독으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24회 인디포럼(2020) GV 현장



- 단편영화 <작은별> 영화 소개와 본인이 맡은 역할을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요.

 



‘작은별’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 영향을 받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어린아이의 시선과 감정에 집중하여 만든 단편 영화에요. 저는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고 각본, 편집도 함께 했습니다.



- 제24회 인디포럼, 제12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 2020, 헤이리시네마 '음악,인' 기획전 등 여러 영화제에 오르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학교 밖의 낯선 사람들에게 제 영화를 보여 준다는 게 기대가 됐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제 작품을 어떻게 볼지 모르니까요. 근데 막상 사람들로부터 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 다양한 시선이 오히려 제게 영화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단편영화 '작은별' 스틸컷 / 출처: 김유빈 감독 본인 제공


- 배우 캐스팅에 대한 칭찬이 많았는데, 어떤 기준으로 배우를 캐스팅했나요?



주인공 은별 역을 캐스팅할 때는 나름 저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었어요. 눈빛이 인상적인 배우와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은별이라는 캐릭터는 영화 제목처럼 작지만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나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눈빛을 유심히 봤던 것 같아요. 사실 은별 역의 조아인 배우, 엄마 역의 조하영 배우 두 분 모두 첫 번째 미팅 때 큰 고민 없이 캐스팅했어요. 두 배우 모두 눈빛이 인상적인 배우였어요.



- 영화 <작은별>은 "김유빈 감독만의 색깔을 잘 나타낸 영화"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써서 연출했나요?



제 색깔이 뭔지 저도 아직 잘은 모르지만, 대부분의 아마추어 창작자가 그렇듯 자신의 경험이나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쓰게 돼요. 저 역시 그렇게 이야기를 써왔기 때문에 그 속에서 겪어본 자만 알 수 있는 소소한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그런 평가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작은별>에서는 저의 직접적인 경험을 담은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디테일에 대한 것을 깊게 고민했어요. 예를 들어 엄마가 은별이에게 전하는 쪽지와 은별이가 엄마에게 전하는 쪽지로 바라볼 수 있는 그들만의 소통 방식과 같은 지점이 고민한 흔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평범한 이야기지만 그 평범한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작은별>은 은별이의 서툰 피아노 연주가 이 평범한 영화에 어떠한 힘을 덧칠해 줬어요.



단편영화 '죽기 살기로' 촬영 현장 / 출처: 김유빈 감독 본인 제공



- 대학생 신분이다 보니 영화 연출과 제작에 있어서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아무래도 가장 큰 건 재정적 부담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영화 제작에 있어서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요. 이 부분에서 생기는 시행착오 때문에 기존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스태프를 꾸리는 것도 쉽지 않아요. 학생영화는 품앗이를 해야 해요. 내 작품을 도와준 친구가 있으면, 저도 그 친구의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해서 도와줘요. 상부상조하는 거죠.(웃음) 하지만 이 어려움들이 오히려 배울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 재정적 부담과 품앗이 문화 등 학생 영화 제작에 있어서 누구나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작품을 냈는데, 감독님이 언급하신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했나요?

 



우선 재정적 문제는 최대한 부모님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도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모님 도움을 조금씩 받았어요. 다음 작품에는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아서 남는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품앗이 문화는 사실 해결법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뭐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들이니까요.



- 학기 중에 만든 작품이다 보니, 교수님의 피드백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교수님께서는 어떤 점을 가장 강조하셨나요?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 은별이의 ‘감정’에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하기를 강조하셨어요. 하지만 제 첫 번째 편집본에서는 감정의 흐름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뒷부분의 시나리오를 다시 쓰고, 결말까지 바꿔가며 추가 촬영을 진행했고 몇 번의 재편집을 반복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했어요. 교수님의 진심 어린 피드백이 없었다면 저 역시 이렇게까지 열심히 영화를 재조립해보지는 못했을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단편영화 '작은별' 스틸컷 / 출처: 김유빈 감독 본인 제공



- 영화 제작 및 촬영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영화 장면 중에 주인공 은별이가 학예회에서 반주자로서 서툴지만 열심히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있어요. 은별이의 느리고 엇박자인 피아노 연주에 친구들이 맞춰서 불러줘요. 은별이가 비록 서툴지만 자신의 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아간다는 영화의 주제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을 촬영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많은 아역배우분들과 함께 촬영을 했는데 그 친구들도 자신의 꿈을 위해 잘하든 그렇지 않든 이곳에 와서 용감하게 자리하고 있는 거잖아요. 영화 속 은별이와 촬영장 속 그들이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어요. 영화 속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처럼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습니다.



-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고 느꼈으면 하는 감정 혹은 생각이 있나요?

누군가의 사소해 보이는 고민이 그에게는 사소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고민의 시간이 지나가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스스로 길을 만들 거예요. 이게 비단 은별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고민이든, 누군가의 고민이든 이러한 사소한 ‘일’들을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김유빈 감독 본인 제공



- 본인이 직접 각본과 연출 그리고 편집까지 하는데, 주로 어디에서 어떻게 영감을 얻나요?

저는 어떠한 사건보다는 그 사건에서 파생되는 감정을 위주로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해요. 꼭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더라도 제 경험 안에서 떠오르는 감정들에서 영감을 얻어요.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무수히 많으니까요. 그 감정 하나하나가 방식만 다를 뿐 새로운 이야기들을 몇 번이고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 학생 영화만이 갖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미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하지 않은 것, 날 것의 느낌이랄까요. 영화는 연출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사운드 등 여러 파트가 모여야 완성될 수 있는 창작물이기 때문에 분명 그 안에서 크고 작은 균열이 존재하고 영화에도 티가 나기 마련이에요. 학생 영화는 더더욱 그래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전문적인 사람들이 모여 비교적 완벽한 모양새로 완성된 상업영화보다 배움의 과정에서 만든 균열 있는 영화들을 볼 때 더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돼요. 이는 연대감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이런 점에서 사실 학생 영화는 일반 사람보다 영화학도에게 더 매력적인 분야일 거예요.



-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대학생 영화과 학생들을 위해 어떠한 지원 혹은 정책이 이루어지면 좋겠는지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사실 지금도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독립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서 이런 지원이 축소되지 않고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하지만 이 같은 외부의 제작지원 사업은 지원받을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선정되지 못한다면 대부분 사비로 영화를 찍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대학생들이 배움을 위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인 만큼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을 위한 지원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자신이 책임자가 되어 진행하는 작업이니까 사비가 아예 안 들 수는 없겠지만요. 저희 학교를 예로 든다면,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과 연계하여 학과 내 학생 몇 명을 한정해서 장비 혹은 제작비 지원을 하고 있어요. 이처럼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이 조금 더 다양하고 폭넓게 시행된다면 학생들의 더욱 적극적인 작품 활동에 이바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2019 New Filmmakers Showcase



- 학창 시절 때부터 영화감독을 바라보며 영화과 진학에 성공하고 직접 영화 연출도 하는 등 본인만의 커리어를 잘 쌓고 계신 것 같아요. 같은 진로를 꿈꾸는 10대 혹은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가 처음에 영화과에 들어왔을 때 동기와 선배들을 보며 후회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모르는 게 많고요. 근데 내가 왜 영화과에 들어왔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느낀 감정을 이야기로 만들고 싶고 그 이야기를 통해 나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느끼길 바랐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일이 재미있어서 영화과에 들어왔어요. 이처럼 다들 분명 영화과에 지원하려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학교는 배우기 위해 오는 곳이고 모두 똑같은 학생이에요. 다만 영화과에 온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죠. 이유를 하나라도 갖고 있다면 '잘 왔구나'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배우면 돼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문턱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요? 그리고 자신의 향후 진로 방향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가족은 ‘집’이라는 공간에 함께 하며 그 어떤 이보다 가깝게 느껴지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이처럼 ‘가족’이라는 텍스트가 갖는 모순적인 감정을 다루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진로 방향은, 앞으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영화는 언제든 만들 생각입니다. 영화를 할 때마다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가능해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느끼는 게 정말 재밌거든요. 하지만 제가 진로를 영화 쪽으로만 단정 짓고 싶지는 않아요. 아직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모르니까요. 졸업 후 1년 동안은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일들을 가리지 않고 해 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더라도 그 한 가지만 하는 사람은 되지 않을 거예요.





학생의 신분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영화인들은 꾸준히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김유빈 감독은 인터뷰 내내 자신을 아마추어라고 칭했지만 누구보다도 더 프로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와 동시에 영화인으로서의 그녀의 야망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문화예술은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닌, 작고 사소한 지점에서 출발하여 그 가치가 실현된다. 김유빈 감독처럼 앞으로 점점 더 한 계단씩 올라가 다양한 가치를 창조할 예비 영화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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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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