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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로이 작가, ‘체계적 회화’, 선과 반복으로 구축하는 자기생성의 미학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5. 1. 12. 18:45

김로이 작가


삶은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유기적인 체계다. 선과 반복이라는 기초적인 조형 요소를 통해 체계의 생성과 진화를 탐구하는 ‘체계적 회화’는 예술과 삶이 맞닿아 있는 본질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단순한 선의 반복 속에서 드러나는 조화와 리듬, 그리고 불규칙 속에서 나타나는 질서는 하나의 체계를 이루며, 인간과 사회, 자연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체계적 회화는 선을 출발점으로 한다. 수평선, 수직선, 대각선과 같은 기본적인 선의 형태는 각각 고유의 감각적 특성을 지닌다. 수평선은 고요함과 안정감을, 수직선은 엄숙함과 속도감을, 대각선은 다소 불안정하면서도 동적인 에너지를 내포한다. 특히, 대각선이 만들어내는 작은 공간은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그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감화(感化)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작가는 이러한 선과 반복적인 배열을 통해 체계가 형성되고 진화하는 모습을 조형적으로 표현한다.

90° or 180°red, 2020, Mother-of-pearl, Ottchil on wood panel, 180×80cm


작가는 체계적 회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가 어떻게 체계를 구축하고 진화하는지를 탐구한다.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선택과 변화를 반복하며 유동적으로 진화한다. 외부 환경과 관계에 따라 체계는 고정되지 않고, 변화와 유지를 동시에 선택하며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간다. 체계적 회화는 선의 굵기, 길이, 간격 등의 변화를 통해 이러한 인간과 사회의 체계적 특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과정은 단순히 계산적이거나 기하학적인 접근에 그치지 않는다. 체계적 회화는 선을 통해 인간의 감정, 관계, 그리고 환경적 요소가 결합한 유기적인 체계를 형상화한다.

체계적 회화의 철학적 배경에는 생물학적 개념인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 이론이 자리하고 있다. 오토포이에시스란 ‘스스로를 생성한다’는 뜻으로, 생명체가 자기 자신을 생성하고 유지하며,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창조하고 진화한다는 개념이다. 여기서 창조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체계가 스스로 질서를 형성하고 재구성하며 새로운 형태로 나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은 자연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예술적 창작 과정에도 깊이 연관된다. 체계적 회화는 이러한 오토포이에시스의 원리를 바탕으로, 체계가 반복적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창조하고 진화시키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작품 속 선과 점, 그리고 이들의 배열은 변화와 질서가 공존하는 체계의 창조적 과정을 상징하며, 이러한 시각적 언어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체계적 회화에서 다양한 연작을 통해 이러한 원리를 구체화한다. 선의 체계를 다룬 , , , 과 점의 체계를 다룬 시리즈는 각각 고유한 주제와 규칙성을 바탕으로 체계를 형상화하며, 반복과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Routine #13, 2024, Mother-of-pearl, Hemp cloth and Ottchil on wood panel, 91×91cm


체계적 회화는 단순히 조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삶의 체계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선택하고 유지하며 변화시키고 있는가?” 이는 단순한 예술적 탐구를 넘어 인간의 본질적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인간의 삶은 계산적으로 예측하거나 수치화할 수 없는 관계들로 얽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름의 규칙과 경계를 설정하며 고유한 삶의 체계를 만들어간다. 체계적 회화는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삶과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을 제시한다.

‘체계적 회화’는 단순히 예술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려는 철학적 실천이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며 진화하는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품들은 선과 반복의 미학을 통해 삶의 체계를 유기적이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며,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체계적 회화는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자기생성의 미학을 구현한다.

블루 갤러리 전시전경

금보성아트센터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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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웅재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