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과 부진. 악재의 연속에서 찾은 이번 시즌의 의미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독립리그 신화‘ 황영묵의 신과 구의 조합
출처 - 한화 이글스 공식 SNS
올 시즌 시작 전 전문가들이 5강 전력으로 뽑은 팀 중 가장 다크호스였던 팀은 바로 한화 이글스(이하 한화)였다. 노시환, 문동주 등 상당한 성과를 이룬 투/타 핵심 자원에 더불어 ‘코리안 몬스터’로 불린 메이저리거 류현진이 복귀했던 것이 가장 큰 근거이다.
시즌 초반에는 기세를 몰았던 한화였으나 중반부로 들어설 때부터 부진이 이어졌다. 결국 시즌 중반 감독 교체라는 강수까지 두었으나 최종 순위 8위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한화의 예상 밖 부진에는 어떤 요소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무너진 선발진에 꺾여버린 초반 기세
한화 이글스 류현진 계약당시 / 출처 - 한화 이글스 공식 SNS
시즌 초 한화는 7연승을 달리며 3월까지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류현진의 초반 부진, 외국인 선발진 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가 모두 부상과 부진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였으며 국내 4~5선발이었던 김민우의 부상 시즌아웃, 문동주의 부진으로 급격하게 무너졌다.
한화 이글스 황준서 / 출처 - 한화 이글스 공식 SNS
초반 무너진 선발진에서 새롭게 등장한 선발 투수는 2005년생 고졸 신인 황준서였다. 3월 31일 김민우를 대신해 선발로 나선 황준서는 5이닝 1실점 5탈삼진으로 데뷔전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황준서는 시즌이 갈수록 제구력과 우타자 상대 약점이 드러나며 불펜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빠른 볼을 가졌으나 직구와 포크볼뿐인 투 피치 투수의 약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젊은 좌완 파이어볼러의 특색을 살려 한화의 미래 자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타이밍을 빼앗아 줄 커브, 슬라이더 등의 브레이킹 볼을 익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
전 한화 이글스 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 / 출처 - 한화 이글스 공식 SNS
신인 투수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무너진 선발진에는 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의 원투 펀치의 부진이 치명적이였다.
페냐는 22시즌부터 한화에서 활약했던 경력이 무색하게 9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6.27을 기록하였고 결국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인 5월 27일 웨이버 공시가 발표되며 팀을 떠나게 되었다.
산체스는 11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6월 15일 팔꿈치 불편함을 호소하며 1군에서 말소되었다. 이후 후반기가 되자 7월 28일 부상 대체 선수로 들어왔던 라이언 와이스 정식 계약을 맺으며 산체스는 떠나고 말았다.
한화 이글스 와이스 / 출처 - 한화 이글스 공식 SNS
한편, 페냐가 떠나고 들어온 하이메 바리아는 20경기 6승 7패 평균자책점 5.15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와이스는 16경기 5승 5패 평균자책점 3.73으로 준수한 활약을 보이며 2025년에도 함께하게 되었다.
반대로 타선에서는 오히려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만이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었고 노시환, 채은성, 안치홍 등 국내 핵심 선수들이 부진하며 7연승의 기세를 완전히 잃고 급격한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페라자 마저 후반부로 갈수록 기량이 점점 떨어지며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결국 한화는 5월 최원호 감독을 경질하고 김경문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김경문 감독의 지휘 아래 부진했던 선수들이 몇몇 기세를 찾고 5강 경쟁에 들어서기도 했으나 후반기엔 결국 전력의 한계로 시즌 막판 가을 야구에 실패했다.
▶리그 적응은 끝났다. 5월부터 부활한 ‘괴물 투수‘
한화 이글스 류현진 / 출처 - 한화 이글스 공식 SNS
시즌 전 한화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선수는 단연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데뷔 시즌인 2006년 리그 최초 신인상-MVP-골든글러브 3관왕에 투수 트리플 크라운(평균자책점, 승리, 탈삼진 1위)을 달성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13년부터 메이저 리그에서 커리어를 이어갔으며 2019년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리그 평균자책점 1위 및 사이 영 상 1위에 수상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직구 외에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커터, 투심 등 다양한 변화구를 모두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또한 정교한 제구력을 통해 원하는 곳 어디든 공을 집어넣을 수 있어 카운트 싸움에 매우 유리한 강점을 가졌다.
환경 변화나 공인구 변화 외에도 제구의 장점을 초반에 살리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새롭게 도입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언급된다. 메이저리그 시절 류현진은 심판마다 조금씩 다른 스트라이크 존을 투구 중 파악하여 보더라인 끝부분을 공략하는 투구로 우위를 잡았다.
류현진의 월별 투구 기록 / 출처 - 스탯티즈 상세분석
한국에 돌아온 첫 시즌엔 ABS로 인해 이러한 장점이 퇴색된 듯 보였으나 ABS에 적응한 4월 말부터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았다. 실제 류현진의 월별 기록을 살펴보면 4월 10개의 볼넷을 허용한 이후 줄어든 볼넷 수와 향상된 전반기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세를 잡은 류현진은 시즌 BB/9(9이닝 당 볼넷)에서도 1.88로 리그 4위, 국내 선수 중 1위를 기록했다.
다만, 후반기에 평균자책점이 4.21로 전반기의 3.62보다 높고 피홈런 수와 피안타율이 상승하는 등 에이징 커브를 우려할 만한 수치도 보인다. 하지만 류현진은 팀에서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모두 돌며 규정 이닝을 채웠고 연패를 끊는 에이스 역할을 해주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리그 적응이 완전히 끝난 2025년의 활약을 기대해 보아야 할 상황이다.
▶독립리그 신화 황영묵
한화 이글스 황영묵 / 출처 - 한화 이글스 공식 SNS
여러 악재가 겹쳐 기대보다는 부족한 시즌을 보낸 한화였으나 육성에서는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좌완 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준 황준서부터 황영묵, 문현빈, 장진혁, 김서현 등 여러 선수가 있었다. 그중 가장 극적인 활약을 보여준 것은 성남 블루팬더스(2019)-스코어본 하이에나들(2021)-연천 미라클(2022~2023)을 거쳐 한화의 주전 내야수로 우뚝 선 황영묵이다.
황영묵은 2023년 JTBC의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해 활약했고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1번(전체 31순위)으로 한화의 지명을 받아 8천만원에 계약하였다. 이후 1군 캠프에도 합류하는 등 기대를 받았다.
이번 시즌 총 123경기 105안타 3홈런 35타점 타율 0.301로 데뷔 시즌부터 3할대의 타율을 기록했다. 경기 내용의 면에서도 과감하게 몸을 던지는 수비와 1루까지 늘 전력으로 뛰는 워크에식으로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황영묵의 투구 위치별 스윙율과 컨택트 비율 / 출처 - 스탯티즈 상세분석
다만 출루율 0.365에 볼넷 31개의 낮은 선구안은 명확한 개선점이다. 삼진 수는 56개로 많지 않으나 공 위치에 따른 스윙 비율을 보면 낮은 공에 5~60%대, 바깥쪽 빠지는 공에 3~40%대의 스윙율과 높은 컨택트 비율을 보인다. 이렇게 유인구에 속아 범타를 내는 비율을 줄인다면 상위 타선으로서 상대 투수에게 더욱 큰 압박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김경문 감독과 함께하는 2025년의 전망은?
출처 - 한화 이글스 공식 SNS
지금 한화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부상, 부진 등 악재에 견딜 수 있는 두꺼운 선수층이다. 어떤 팀이든 위기는 찾아오지만, 그 순간을 잘 넘기고 다시 올라서는 것이 강팀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한화의 2025년은 꽤 긍정적인 전망이라 볼 수 있다.
스토브리그마다 큰 손이라 불리는 한화답게 이번에도 심우준과 엄상백을 FA로 영입하며 전력 강화에 힘썼다. 한승주, 장진혁 등을 보상 선수로 보내기도 했지만, 시즌 중 전역 예정인 윤산흠, 2024년 고교야구에서의 활약으로 이슈몰이를 한 정우주 등 젊은 선수들과 후반부에 감을 찾은 류현진, 안치홍 등 베테랑 선수들도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 / 출처 - 한화 이글스 공식 SNS
한편, 시즌 중 합류한 김경문 감독은 2008년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하였으며 두산과 NC의 감독으로서도 좋은 성적을 낸 바 있다. 김 감독은 과감한 플레이와 적극적인 작전 활용뿐 아니라 선수 육성의 강점을 보이고 있기에 한화의 반등을 위한 적임자라는 관점도 있다.
베테랑 감독의 지휘 아래 2025년 더욱 강해진 한화 이글스의 활약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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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우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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