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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자 엘리트야구, 이제 때가 됐다”…장안대 여자야구부 주역들을 만나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4. 9. 23. 21:01

장안대학교, 엘리트 여자야구부 창단…현재 수시 1차 모집 진행 중

안연화 감독이 2022 LX배 한국여자야구대회에서 심판위원으로서 경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 제공 - 안연화 감독


대한민국 여자야구가 시작된지도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2004년 비밀리에 여자야구단이 최초 여자 사회인야구팀으로서 창단됐고, 2007년 전 LG트윈스 감독인 이광환 감독을 주축으로 한국여자야구연맹을 창립했다. 18개팀으로 시작한 연맹은 이제 49개팀이 소속한 단체가 되었고, 자체 리그와 여러 전국대회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여자야구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대부분 여자야구 선수들은 리틀야구단을 거친 뒤 사회인야구팀에 입단하는데, 이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실업팀과 프로까지 엘리트 여자야구팀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자야구 선수를 위한 엘리트코스는 전무하다.

열악한 현실의 여자야구를 위해 발벗고 나선 이들이 있다고 하여 지난 13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바로 장안대학교에서 최초 엘리트 여자야구부 창단을 준비하고 있는 안연화 감독과 김기범 교수다. 장안대 여자야구부는 관광레저경영과와 연계해 창단될 예정으로 수시 1차 모집을 다음달 2일까지 진행하고, 2차 모집은 11월 진행한다.

여자야구 경력만 20년인 안연화 감독은 비밀리에 여자야구단 선수로 입문해 은퇴 후 지도자와 심판(전 한국여자야구연맹 심판위원)으로서 그라운드에 남아 있다. 한국여자야구연맹 초대 사무국장과 대학야구연맹 운영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심판위원으로 몸담고 있다. 김기범 교수는 장안대 관광레저경영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장안대학교 캠퍼스를 배경으로 안연화 감독과 김기범 교수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출처 - 최영서 기자


Q. 먼저 안 감독님께 엘리트 여자야구부 창단 기획 계기를 묻겠습니다.

안 감독: 여자야구 내부에서 점진적 발전은 있었지만, 생활체육으로 국한된 모습만 보였습니다. 유소년들이 야구에 진입해도 다음 단계로는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여자야구계 모두가 엘리트 팀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진행되지 않았는데, 2020년 대학야구연맹 운영팀장으로 일해보면서 이제는 창단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Q. 운영팀장으로 일하시면서 어떤 것들을 느끼셨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 감독: 2020년은 코로나 19로 직격타를 맞은 해였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야구 선수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일이기에 경기는 진행됐습니다. 선수들의 시합을 보며 야구 사랑에 존경심과 대단함을 느낀 한편, 부럽기도 했어요. 여자야구도 남자야구처럼 엘리트화 되고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야구에만 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때부터 바로 여자야구부 창단 제안서를 쓰기 시작했어요.

Q.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안 감독님의 여자야구부 창단에 동의해 추진하셨나요?

김 교수: 우선 여자야구 최초 대학야구부라는 타이틀에 욕심이 났습니다. (웃음) 여자야구가 장안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다면 서로에게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했고요. 물론 부담감은 있었지만 그만큼 보람 있고 역사에 남을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여자야구 수요를 위한 결정이기도 했어요. 여자야구계에서 꾸준히 엘리트 야구가 필요하다고 말해온 상황에서 우리 대학이 여자야구를 위한 장을 마련한다면 좋은 의미가 될 것이라 생각했고, 이 또한 대학의 역할이라 느꼈습니다.

Q. 좋은 취지인 것 같습니다. 체육대학이 아닌 관광레저경영과와 연계된 야구부 창단이라 당황한 학생들도 적지 않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볼게요.

김 교수: 관광레저경영 전공은 절대 약점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여자야구를 꿈꾸는 이들에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야구 이외 다양한 길을 제시하고, 삶의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죠. 특히 이번 창단으로 여자야구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는데요. 하면 할수록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업팀과 프로팀은 전무하고, 감독이나 코치직으로 나아가기 힘든 환경이기 때문에 여자야구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차선책이 필요해요.

Q. ‘차선책’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 교수: 저희 과에 진학하면 레저 및 관광 교과목을 들으며 취업에 대비할 수 있어요. 관련 분야가 넓기에 큰 불안 없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거죠. 또한 원한다면 4년제 학위를 따거나 대학원으로 진학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야구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에요. 지도자나 심판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일본야구 유학까지 가능하다면 도울 의향이 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전폭적으로 야구를 지원하면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거죠. 학생은 스스로 어떤 길으로 나아갈지 선택만 하면 됩니다.

안연화 감독이 여자야구 대회에서 심판위원으로 임하는 모습의 사진이다. / 출처 - 안연화 감독


Q. 네, 교수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학과 차원의 목표를 말씀해주셨으니 이번엔 감독님께서 여자야구부 창단 목표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 감독: 궁극적인 목표는 국가대표 선수 육성입니다. 생활체육은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엘리트체육은 결국 육성이 목적이죠. 현 여자야구 시스템에서는 국가대표 선발이 커리어 정점이기 때문에 이를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장안대 여자야구부에서 체력적 관리와 기술적인 보완, 그리고 반복 훈련을 받으며 실력을 쌓는다면 결국 그들이 국가대표가 되겠죠. 더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실업팀 창단 명분을 만들어주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Q. 국가대표 육성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엘리트 야구다운 훈련 시스템 구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세워두신 운영 계획이 있으신가요?

안 감독: 훈련 계획의 큰 틀은 잡혀 있습니다. 선수 개개인 신체 조건에 적절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연간 훈련을 계획하고, 전지훈련이나 해외교류전 같은 계절별 훈련을 통해 정신력 강화와 체력 및 전문 기술이 완성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1학년은 여러 체력 요소를 측정해 훈련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2학년은 전문 체력 유지와 개인 특기 완성 및 시합 적응력 향상 등에 집중하려 합니다. 야구를 처음 하는 친구여도 선수로 성장하는데 문제 없어요. 장안대 여자야구부의 반복 훈련과 기술적 학습만 있다면 모두 경기에 나가 활약할 수 있습니다.

Q. 감독님을 제외하고 다른 여자야구부 구성원분들은 모집 완료되었나요?

안 감독: 우선 감독 1명과 코치 2명을 생각했습니다. 전임 코치로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할 여자야구 선수 출신 코치 1명과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할 남자 코치 1명을 계획했는데요. 남자 코치는 전 SK와이번스 프로야구 선수 출신 한상준 코치로 확정됐습니다. 더불어 전문 체력 관리를 위해 헬스 트레이너 남녀 한 분씩 총 두 분을 섭외 완료했습니다. 이분들께 일주일에 한 번은 PT 강의를 받게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광환 감독님께서 명예 감독직을 수락해주셨고, 늘 장안대 여자야구부의 성장을 지켜보며 제주도 전지훈련을 온다면 선수들을 봐주시겠다고도 하셨습니다.

상단 장안대학교 기숙사, 하단 장안대학교 체력단련실 / 출처 - 장안대학교 여자야구부 공식 인스타그램 (@janganbaseball_womens) 뉴스 영상


Q. 장안대 여자야구부 선수들이 활약할 대회나 관련해 받을 특강은 생각해두신 게 있나요?

안 감독: 연맹 전국대회 5개는 전부 참가하려 합니다. 해외 교류전 또한 생각하고 있고요. 이미 중국에서 글로벌스포츠교류협회를 통해 연락이 온 상태라 창단 후 일정 조율만 하면 되고, 일본팀 교류도 일본여자야구연맹 부회장님과 얘기를 했습니다. 더불어 여러 강연도 준비중인데 전 여자야구국가대표 코치이자 한화이글스 선수였던 정근우 코치께서 일정만 맞는다면 언제든 특강 진행해주겠다 하셨고, 20년 경력 전문 기록원분 강의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Q. 두 분 모두 열정적인 답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부탁드려요.

김 교수: 지금 학교에서 여자야구부를 통해 그리고 있는 그림이 참 많아요. 예를 들어 평생교육원과 연계된 어린이야구단을 창단해 그 곳에서 우리 학생들이 야구를 가르치는 계획이 있습니다. 여자야구 선수들이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고, 다시 그 아이들이 선수가 되는 하나의 좋은 모델을 구상중인 거죠. 사실 여자 엘리트선수들에게 관련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이제는 여자야구 지도자도 여자 선수 출신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 감독: 여전히 여자야구 인식은 부족하지만 20년 전에 비하면 여러 측면에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도를 만들어준 것은 모두 선수들 덕이죠. 이 기회를 빌어 많은 사회인 여자야구 선수분들에게 꼭 감사 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김라경(25·서울대), 박민성(22), 박주아(21·이상 창원창미야) 같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첫 창단이라 고민 많이 하고 있을 예비 지원자분들께도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도전하세요! 기회가 왔을 때 잡으셔야 합니다. 대학 여자야구 선수 1호 타이틀은 지금 지원하는 여러분들만 얻으실 수 있어요! 장안대에 오셔서 꼭 재미있고 파이팅 넘치는 야구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안 감독과 김 교수는 인터뷰 중에도 여러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장안대 여자야구부의 미래를 그렸다. 다른 대학에도 여자야구부가 생긴다면 ‘연고전’ 마냥 교류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하며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고 미소 짓기도 했다. 장안대 여자야구부는 실기 없이 수시는 내신, 정시는 수능 성적으로만 학생들을 선발한다. 입학생 1학기 등록금 면제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시행한 장안대 여자야구부의 행보를 지켜보자.

장안대학교 여자야구부 모집 공식 포스터 / 출처 - 안연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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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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