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랑해요 K-콘텐츠” 넷플릭스의 두 얼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1. 27. 19:22

넷플릭스, K-콘텐츠 독식하나
무임승차에, 과세 논란까지... 해외사업자에 유리한 관련법도 문제
K-콘텐츠 도약을 위해선 국내 플랫폼 경쟁력 키워야


(좌) 넷플릭스 로고, (우)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겸 CEO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다영 기자 = 넷플릭스의 전 세계 유료 가입자 수가 2억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2017년 1억명을 넘어선 데 이어 3년여만에 2배로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늘어난 가입자 수는 3700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성장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가파른 성장세에는 한국 콘텐츠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한해 동안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의 넷플릭스 인기 순위 상위권은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의 한국 콘텐츠가 휩쓸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성적도 훌륭하다. 넷플릭스는 <킹덤> 시리즈를 비롯해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 꾸준히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여온 가운데, 지난해 12월 공개된 <스위트홈>은 공개 후 첫 4주 동안 전 세계 약 2,200만 유료 구독 가구가 시청하는 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를 통해 아시아 전역에서 이전 한류의 인기를 뛰어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 CEO도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 공식석상에서 'K-좀비' 열풍을 일으킨 <킹덤>과 <사랑의 불시착>을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라고 꼽으며,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는 K-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업주의 관심을 반영하듯 넷플릭스는 드라마를 넘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한국 관광 홍보영상을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국의 콘텐츠 제작이 줄줄이 멈춰선 상황에서도 한국은 큰 여파가 없었다는 점도 넷플릭스에게 한국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다. 더욱이 지난해 한국에서만 결제 수입이 5000억원 이상, 유료 가입자 수도 작년 12월 기준 약 410만명으로 집계돼 결제 수입과 가입자 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은 호재로 넷플릭스에게 한국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넷플릭스, K-콘텐츠 독식하나

그러나 넷플릭스의 한국사랑이 커질수록 K-콘텐츠가 만들어 내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정작 넷플릭스가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영화 산업이 ‘고사’ 위기에 빠지면서, 제작사와 배급사는 제작비 회수를 위해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기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판권 구입시) 제작비 대비 10∼20% 수준의 이익을 남겨주는 선에서 최대 10년까지 분할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는 당장의 손해를 막는 것에 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콘텐츠 관련 지식재산권를 (넷플릭스에) 넘기는 구조여서 향후 수출이나 부가 판권, 리메이크 판권 등에 따른 추가 수익은 모두 넷플릭스 몫이 된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킹덤' 포스터 / 출처: 넷플릭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포럼에서 “한국 제작사들이 넷플릭스 하청업체가 되고 있다”며 “에이스토리가 넷플릭스에 <킹덤>을 제공했을 때 그 과실은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로 나타났지 에이스토리가 돈을 더 받게 되는 모델이 아니었다”며 넷플릭스를 통한 콘텐츠 제작 및 유통 구조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5년부터 약 7,700억 원을 투자해 한국 콘텐츠를 발굴, 육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에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제작 지원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경기도 파주시 및 연천군 두 곳에 콘텐츠 스튜디오(총 1만6000㎡)와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하며 단순 판권 매입을 넘어 K-콘텐츠 기획 제작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한류 콘텐츠의 적극적인 육성 및 제작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임승차에, 과세 논란까지... 해외사업자에 유리한 관련법도 문제

K-콘텐츠를 앞세워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넷플릭스가 국내 망 품질 의무 등을 외면하며 ‘망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온 문제다. 관련법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현재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차지하는 국내 발생 트래픽은 70% 이상에 달한다. 막대한 트래픽으로 국내 망 유지에 부담을 주면서도 관련 의무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글로벌 CP에 망 품질 유지 의무를 강제하는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고 이달 18일 적용 대상 사업자를 지정했다. 그러나 모호한 기준과 구체적이지 않은 가이드에 한동안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세 사각지대 논란도 잇따른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IT 기업 134개사가 한 해 동안 납부한 부가세는 2367억 원으로 네이버 1개사의 법인세(4500억 원)보다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천억, 수조 원의 수익을 내는 글로벌 IT 플랫폼들이 과세 의무는 다 피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K-콘텐츠, 도약을 위해선 국내 플랫폼 경쟁력 키워야

전문가들은 한국 문화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면 해외 OTT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콘텐츠 플랫폼의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실장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서 넷플릭스 등 해외 OTT에 맞서는 대응 전략으로 국내 OTT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당나라 쳐들어왔는데 고구려, 백제, 신라가 싸우고 있어야 하냐”고 꼬집었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실장이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온라인으로 주최한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 연사로 나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국내 OTT 사업자의 플랫폼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출처: 유튜브 차세대미디어대전



이 실장은 “국내 OTT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시적 협력이 필요한 시기”라며 “정부 부처는 국내외 OTT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콘텐츠 사업자들은 힘을 합쳐 국내 사업자들이 모두 강해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류승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신한류(K-Culture) 도약을 위한 기회와 도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넷플릭스 등 세계적 콘텐츠 플랫폼의 성장세를 한국 문화 콘텐츠가 다양한 지역에 진출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국내 콘텐츠 플랫폼의 자체 경쟁력도 키워나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류 연구원은 이어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려면 콘텐츠 제작 여건의 안정성 유지와 기반 시설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창작자 창의성이 보장되고 장기 투자가 가능한 안정적인 산업 여건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디바이스 그리고 콘텐츠까지 3박자를 갖춘 유일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국내 기업과 정부 정책 등이 콘텐츠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기업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K-콘텐츠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제도 개선, 기존 기업들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적절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Tag
#OTT
#넷플릭스
#K콘텐츠

저작권자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다영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