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그들의 인생 스토리
공감의 힘
출연진 보호, 선택 아닌 필수
출처 : 채널A홈페이지, SBS 홈페이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민지 기자 = 지금까지 일반인이 출연했던 TV 프로그램들은 주로 ‘짝’, ‘하트 시그널’ 등 연애 프로그램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 밖의 프로그램에서 일반인들은 주체가 아닌 객체로 머물러야 했다. 일반인 시청자들을 위해 제작하는 TV 프로그램이지만, 정작 연예인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온통 보여 주기 식 방송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프로그램의 판도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역으로 일반인이 프로그램의 주체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본인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유퀴즈 온더 블럭’, ‘무엇이든 물어보살’, ‘아무튼 출근’ 등의 프로그램이 흥행하면서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성공비결 1. 각자가 가진 인생 스토리
출처 : tvN 홈페이지, '무엇이든 물어보살' 공식 SNS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는 말이 있듯,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는 그들만의 특별하고 소중한 인생 이야기가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각자만의 ‘인생 스토리’가 프로그램의 흥행 요소가 된 것이다. 바로 ‘유퀴즈 온더 블럭’,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이야기다. tvN의 예능 ‘유퀴즈 온더 블럭’은 유재석, 조세호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각종 분야, 직업, 인생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여행’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KBS joy의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일반인 출연자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출연해 고민, 사연을 털어놓으면 보살 역할을 맡은 이수근, 서장훈이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며, 각종 조언이나 충고를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일반인 출연자들은 부부의 이혼, 형제자매 간 갈등과 같은 가족 간 불화부터 사기를 당했던 이야기, 어렸을 적 겪은 트라우마, 친구와의 싸움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는 연예인이지만, 프로그램의 주된 핵심 키는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달린 것이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살아온 인생, 겪어온 일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공감하고 프로그램 자체에 몰입한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에는 고정 멤버가 아닌, 매번 다른 일반인 출연자가 등장하기 때문에 회차마다 새로운 인물들의 색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시청자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성공비결 2. 공감
출처 : MBC홈페이지, 티빙 공식 SNS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두번째 성공 비결은 바로 ‘공감’에 있다. 2013년에 방영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방영하고 있는 MBC의 ‘나 혼자 산다’는 언제부턴가 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바로 ‘공감’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는 방영 초기에는 머나먼 존재로만 느껴졌던 연예인들의 소소한 일상,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 방식 등을 보여 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근래의 방영분에 드러난 호화스러운 인테리어와 일상과는 거리가 먼 ‘보여 주기 식’ 하루 일과들에 지친 시청자들이 더 이상 그들의 모습에 공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나 혼자 산다’는 2017년 방영을 시작한 이후 최저 시청률인 4.2%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로부터 점점 외면받고 있다. 그렇게 관찰 예능에 대한 불신만 가득했던 상황 속에서 ‘공감’을 바탕으로 새롭게 떠오른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일반인 대상 관찰 예능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과 ‘환승연애’이다.
‘환승연애’는 일반인들의 만남과 이별 등의 연애를 주 소재로 다뤘던 Tving의 일반인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유튜브 선공개 영상의 조회수가 392만 회를 기록하는 등 올해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직장인 브이로그’ 형식을 이용해 사람들의 다양한 밥벌이와 직장생활을 엿보는 일반인 관찰 예능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10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하는 등 큰 사랑을 받으며 시즌2를 기약한 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일반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는 일반인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내에서 출연자들이 자신의 일상을 거짓되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감정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연예인 관찰 프로그램들보다 큰 사랑을 받았다.
특별한 모습, 자극적인 내용이 없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오히려 더 큰 힘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의 일상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공감하기 어려웠던 연예인 관찰 프로그램과는 달리, 일반인들의 일상은 누구든지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직장 생활, 연애 등의 일상적인 소재가 모두의 관심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 유의할 점
다만,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 직면해야 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일반인 출연자들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과 ‘신상 털기’ 문제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올라 근거 없는 추측, 비난, 신상 폭로 등으로부터 고통받아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고민을 토로한 A 씨는 방영 직후 SNS에서 악플 세례가 쏟아졌다. A 씨는 "당시에는 3일 동안 아무것도 못 했다"라며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되짚었다. 일반인들은 연예인들과 달리 그들을 보호해줄 공식적인 소속사도 없을 뿐더러, 악플과 비난이 처음 겪는 일인 만큼 혼자 감내하기엔 너무나 힘든 일이다. 이를 우려해 방송 출연을 꺼리는 사람도 많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출연자들이 혼자 이겨내야 할 문제로 넘기지 않고, 제작진들이 먼저 나서 이들을 보호해 주기 시작했다. 출연자들의 신상 정보를 최대한 보호하고, 그들을 향한 비난을 막기 위해 온라인 게시판이나 유튜브 댓글을 차단하는 등 각종 대비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제작진의 배려가 특히 돋보인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JTBC의 ‘금쪽같은 내 새끼’이다.
출처 : '금쪽같은 내새끼' 공식 SNS
‘금쪽같은 내 새끼’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육아 고민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육아 솔루션 버라이어티’로, 유아 및 초등학생 아이와 부모의 일상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육아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특성상 아이들의 문제 행동 및 가정사, 개인사 등을 방송에 그대로 내보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 존재했다. 이러한 어려움으로부터 출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작진은 아이들의 실명 대신 ‘금쪽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밖에도 아이나 부모를 향한 무분별한 비판을 막기 위해 유튜브 업로드 영상에 댓글을 달 수 없도록 댓글창을 사전에 폐쇄했고, 출연자의 신상 보호를 위해 출연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명을 밝히지 않는 등 출연자를 위한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가 이어졌다.
실제로 ‘금쪽같은 내 새끼’의 김승훈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출연 가족들, 특히 아이에게 피해가 안 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라며 "가정사를 다 보여 줄 수 없는 어려움이 있지만 출연자 보호가 우선이고,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제작진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진 것일까. 사실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자극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금쪽같은 내 새끼’는 ‘따뜻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으며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10대 20대 시청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자극적인 장면, 악마의 편집이 있어야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더이상 시청자들은 악마의 편집에 속지 않으며, 자극적이기만 한 방송을 원하지 않는다. 이제는 특별하지 않더라도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제작진과 출연진의 유대관계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분위기를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느끼기 시작했다. 방송의 트렌드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출연자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온전한 “사람”으로 느낄 수 있도록 그들만의 이야기와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이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제작진들의 세심한 배려와 출연자 보호가 반드시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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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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