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안팎에 침투한 성소수자 차별문제
다양성 존중을 사회 우선 가치로 두어야
[한국연예스포츠 신문] 서지희 기자 =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가 최근 국내에서 성소수자 차별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스타벅스 매장이 제공하는 인터넷 망이 국내 최대 성소수자 커뮤니티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평등법 제정 촉구가 한창인 가운데,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는 여전해 보인다.
사회적으로 혐오와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성소수자 혐오 실태와 그 원인을 파악하고,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때다. 두 편의 영화와 함께 고민해보자.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차별 논란
스타벅스 코리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정한 ‘인터넷 내용 등급 서비스’ 기준에 따라 외부 사이트 접속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스타벅스가 접속을 막은 사이트는 국내 최대 성소수자 커뮤니티이다. 하루 평균 5만명 내외가 방문한다고 알려졌다. 그간 스타벅스는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해 왔기에 이번 논란은 더욱 거셌다.
성소수자들은 사이트 원천 봉쇄에 반발했다. 이미 사이트 내에 성인 인증 장치가 마련돼 있어 청소년 유입을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런 과도한 통제 때문에 그들의 결정권과 자유가 침해당했다 한다. 또한, 국내 타사 커피 전문점에서는 접속이 가능하다며 이는 형평성 이치에 맞지 않음을 지적했다. 이에 스타벅스 코리아는 미성년자를 고려한 조치였을 뿐, 성소수자 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일부 언론도 성소수자 혐오 및 차별을 부추겼다는 논란을 일었다.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을 때 정부가 감염자 동선을 확인하며 질병 확산의 원인 경로를 추적했다. 그리고 그 진원지가 성소수자들이 오가는 유흥 시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몇몇 언론은 이를 보도할 때 자극적인 어휘를 사용했다. 포털에서는 유흥시설을 ‘게이클럽’이라 칭했고 확진자를 ‘동성애 성향’이라고 표현했다. 보도 내용의 핵심이 되어야할 방역 지침 준수 여부 대신 특정 집단의 성격이 드러나는 어휘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낙인효과를 불렀다. 퀴어 아티스티 히지 양 씨는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미디어가 성소수자와 질병을 연관해 자극적으로 기사를 써 혐오가 만연해지는 것이 걱정됐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스크린 너머 영화 속 세계는 어떠할까. 함께 살펴보자.
그들의 사랑은 틀린 게 아니었다│영화 <캐롤>, 영화 <친구사이?>
영화 '캐롤'의 한 장면 / 출처: 와인스타인컴퍼니
<캐롤>과 <친구사이?>는 성소수자들의 삶을 조명한다. 1950년대 뉴욕,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캐롤은 남편과 별거 중이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을 무시 못해 때때로 쇼윈도 부부 행세를 하곤 한다. 그런 도중 우연히 그녀는 백화점 점원 테레즈를 만난다. 테레즈는 캐롤을 보고서 강한 이끌림을 느끼고, 그렇게 그들은 가까워진다.
<친구사이?> 주인공 민수와 석이는 연인이다. 여느 연인과 같이 민수의 군 면회를 간 석이는 그곳에서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어째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신경 쓰인다. 면회 방문록에 두 사람의 관계를 써야하자 그는 ‘애인’이라는 두 글자를 지우고 ‘친구’라 적는다. 민수 엄마를 만났을 때도 본인을 민수 ‘친구’라 소개한다.
- 왜 이 영화에 주목하는가?
<캐롤>의 배경은 동성애를 정신질환 취급하던 1950년대의 뉴욕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사회가 던진 낙인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삶을 꿋꿋이 이어간다. 이런 주인공의 행보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21세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들도 세상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영화를 통해 전해진다. 메시지도 던진다. ‘다름’을 아우를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영화 '친구사이?' 한 장면 / 출처: 인디스토리
<친구사이?>는 한국 단편 퀴어영화다. 20대 남성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런데 그들은 넘어야할 산이 많다. 보통의 연인처럼 평범하게 사랑하고 싶은데 사회가 그들을 억압한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혀 공개적인 사랑을 이어갈 것인가? 아님 이를 숨기며 둘만의 추억으로 남길 것인가? 두 갈래길에 선 한국 성소수자들의 자화상이자 고민을 드러냈다.
- 스크린 안팎을 점령한 혐오 감정
출처: 대한민국청소년의회
혐오에서 비롯한 차별 문제는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군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군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한 변희수 전 육군 하사에게 육군 본부는 심신장애 3급을 판정하고 전역처분을 내렸다. 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다는 변 하사의 의사는 거절당했다. 남성성이 군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육군은 강제 전역조치를 강행했다. 그리고 변희수 전 하사가 제기한 ‘전역처분 취소 신청’도 기각했다.
지난 6월 30일 인권위가 제정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둘러싸고 일부 종교 단체와 성소수자 연맹 단체도 충돌했다. 성소수자 차별 반대 단체 무지개행동은 이번 입법 사안이 시민들의 평등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평등법 제정을 환영했다. 반면, 반동성애 기독 시민연대 등 일부 종교 시민단체들은 “평등법은 동성애 독재법”이라며 이를 발의한 정의당을 규탄했다.
인터넷상의 혐오 표현도 상당했다. 인권위와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17년 수행한 온라인 혐오표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으로는 “변태”, “호모” 등이 주를 이뤘다. 그들의 존재성을 부정한 발언이다. 또한 성소수자의 성적지향과 성 정체성을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혐오표현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이 ‘친하지 않은 지인’ 으로부터 혐오표현을 경험한 사례가 94.4%(중복 답변 허용)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 등 친한 사람’은 80.9%에 달했다. 돌이켜보면 영화 속 주인공 캐롤, 테레즈, 민수, 석이 모두 지인과 가족이 보내는 불편한 시선에 노출됐다.
- 혐오 감정의 뿌리는 무엇인가?
혐오는 두려움의 감정을 동반한다. 사람들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두려움을 느낀다. 이때 경계선을 형성해 안과 밖을 나눈다. 본인이 속한 공간은 내집단, 본인의 가치가 통용되지 않는 공간은 외집단이 된다. 익숙하지 않은 존재의 등장으로 본인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사람은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집단의 결속을 다진다. 그 유대감을 존속하기 위해 꺼내 드는 카드가 외집단을 향한 투사적 혐오다. 사실 그 존재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존재로 인해 본인이 피해보고, 믿어 왔던 가치와 신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울 뿐이다. 그래서 그 특정 외집단에 혐오 감정을 투영한다. 그렇게 투사적 혐오는 편견과 혐오 표현, 차별을 낳는다.
바이러스,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의 씨앗을 틔웠다. 그동안 국가 안보에 힘써왔다는 군의 자긍심과 뿌리 깊은 기독교 문화 수호에 앞장섰다는 일부 종교단체의 신념이 성소수자 차별 노선을 택했다. 그들이 쌓은 가치가 무너지리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캐롤의 남편 하지와 민수의 어머니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회가 임의로 규정한 정상 범주에 자신의 아내, 아들이 포함될 수 없다는 좌절감과 두려움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옹호하는 평등할 권리
하지만 혐오는 사회의 다양성과 인권을 해치는 독이다. 다양성과 인권을 상실한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이 때문일까? 성장을 저해하는 혐오 근절을 위해 지난달, 차별금지법(평등법)이 발의됐다. 이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회 구성원의 평등할 권리를 내세운다. 인권위가 밝힌 평등법 시안 일문일답에 의하면, 평등법 제정 취지 중 하나는 ‘사회의 주류적 경향과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개인, 그리고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우리사회에 존재하고,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의 동등한 주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본인의 정체성을 마주하며 당당히 살아갈 수 있게 숨통을 터줘야 한다. 모두가 평등해야 할 권리를 기억하며 사회 포용력을 넓히는 데에 일조해야 할 때다. 정상-비정상을 규정하고 가르는 흑백 세상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는 더 다양한 색채로 빛나야 한다. 다양성과 인권이 사회의 우선 가치로 자리잡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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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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