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난민 문제 재조명
난민 수용 찬반 대립은 여전
영화로 살펴보는 난민 인권문제, 지향점은?
출처: AP Photo
[한국연예스포츠 신문] 서지희 기자 = 코로나19의 그림자가 난민촌에도 드리웠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갈 곳 잃은 난민들의 사연이 보도됐다. 끊임없는 폭력과 전염병에 난민의 삶과 인권은 무너져가지만, 집단 이해관계 때문에 난민 이슈는 늘 수용 찬반 갈등을 수반한다. 이 시점에서 난민 인권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영화와 함께 고민해보자.
정착할 곳 없는 난민의 떠돌이 신세
방글라데시 난민촌도 코로나19의 습격을 피하진 못했다. 두달 전, 로힝야족이 머물던 이곳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로힝야족 약 70여만명은 2017년 8월 말 미얀마군에 쫓겨 방글라데시 난민촌으로 피난 왔다. 그 후에도 그들은 수차례 밀항을 시도하며 폭력을 피해 정착할 곳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올해 예상치 못한 전염병 확산으로 그들은 다시 갈 곳을 잃었다.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그들이 탄 배가 입항이 금지된 채 남아시아 해상에 표류했던 것이다. 가까스로 그들은 지난 24일, 인도네시아 어부들에 의해 구조됐으나 AFP통신에 따르면, 배에 탔던 로힝야족 난민 15명은 항해도중 숨졌다. 나머지 난민 99명은 빗물과 소변을 마시며 부족한 식량과 식수를 해결했다.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는 과거 로힝야족(무슬림) 난민을 수용했으나, 코로나 사태 발생 후에는 감염 확산을 우려해 입국 거부 정책을 펼쳤다. 인도네시아가 현재 그들을 받아들이고 있으나 난민을 자국에 정착시킬지는 미지수다.
다시 이슈로 떠오르는 난민 문제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해 바다에 표류했던 난민은 비단 로힝야족만이 아니다.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에서 온 다국적 난민들은 리비아 해안을 떠돌다 지난 달 말, 구조됐다. 난민 180명은 프랑스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와 국경없는의사회가 공동 운영하는 구조선 ‘오션 바이킹’ 호를 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간다. 이후 이달 5일 시칠리아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내주는 배로 갈아타 14일간 격리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그리고 코로나19 창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폭력과 감염병에 노출된 난민의 사례가 속속들이 보도되면서 난민 인권문제가 재조명 받는 와중, 설상가상 팬데믹 사태로 난민 수용 문제도 세계적 이슈로 재부상했다.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집단은 난민 인권 수호를 최우선의 가치와 과제로 둔다. 그에 따르면, 난민은 전염병에 취약하고 그들을 영구 보호해줄 안정적인 사회와 체제는 없다. 폭력과 바이러스에 맨몸으로 내던져진 난민이야 말로 보호받아야 할 약자라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입장은 난민으로 인해 국가 경제와 안보가 위협받고 있음을 역설한다. 난민이 유입되면 범죄가 증가할 것이며 일부 테러리스트의 국내 침투 위험성이 증폭되리라 여긴다. 게다가 감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보니 더욱 예민하다. 또한, 가짜 난민들이 몰려 자국민의 일자리가 실종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렇듯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리고 난민의 삶은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 우리는 난민 인권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바는 무엇일지 다음 두 편의 영화를 보며 함께 생각해보자.
내전의 참상과 그후 이야기 │영화 <그림자가 사라진 날>, 영화 <봄이 지나가고>
영화 '그림자가 사라진 날' 장면 中 / 제공: 아랍영화제 / 출처: 세계일보
영화 '봄이 지나가고' 장면 中 / 출처: Kickstarter
두 영화는 시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다. <그림자가 사라진 날>은 내전으로 극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내전이 발생하자 전기와 수도, 가스는 끊겼다.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사나가 아들에게 요리해주기 위해 가스 연료를 구하러 길을 떠났다. 하지만 그 길에서 정부군을 맞닥뜨리고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수차례 시위에 가담해 모진 고문을 당했던 잘랄을 만났다. 그런 그를 보며, 그가 그림자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봄이 지나가고>는 시리아 내전 이후 요르단에 위치한 자타리 난민촌으로 넘어간 두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내전의 참상도 드러내지만 그보다 내전을 겪은 사람들이 이후에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중점으로 보여준다. 인상적인 건, 이곳에서는 내전 후유증을 극복하고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기 위해 태권도 교실을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스포츠맨십과 독립심을 길러주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이 거닐고 뛰놀던 고향의 땅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 왜 이 영화에 주목하는가?
내전이라는 극단적인 현실 속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의 품과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인간의 의지가 돋보인다.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의지로써 아프더라도 삶을 택한다. 일말의 희망을 안고서 말이다. 하지만 폭력이 개입돼 이를 훼방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무시되는 인권과 내전이 남긴 상처를 읽을 수 있다. 또한, 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보게 된다.
- 전쟁이 앗아간 일상과 기본권
<그림자가 사라진 날>에서 사라는 영화 초반 아들과 저녁을 먹다 무장 반군의 습격 위기에 처한다. 시위대 사람들은 무차별 폭력에 쓰러져간다. 묘명 없는 무덤은 늘어간다. 사람들은 영혼을 잃어간다. 그렇게 우선되어야 할 기본 인권마저 무참히 짓밟혔다.
<봄이 지나가고>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난민들은 가족과 친구를 빼앗긴 채 고향을 떠나와 타지에서 생활한다. 전쟁이 있기 전 자신들의 고향은 매우 평화로웠다. 그 곳에서의 추억도 많았다. 그러나 전쟁이 몰고 간 자리엔 상처와 불안이 자리한다.
유엔난민기구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지구촌 강제 이주민 수는 7950만 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80%는 극심한 식량,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당시 타국으로 강제 이주 중인 난민은 2960만명으로 전체의 약 37%에 달했다. 이 중 시리아 난민이 660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곱씹어보면
가족과 친구 곁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상황이 곧 지옥이다. 그것이 난민들의 삶이다. 폭력에 노출된 그들은 그림자를 잃음과 동시에 영혼을 잃어간다. 트라우마가 영혼을 갉아먹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아늑한 보통 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과 평화는 본인이 자고 나란 땅의 감촉을 편히 느낄 수 있는 안정감에서 나온다. 그런데 폭력이 그 기본적인 권리를 그들에게서 앗아갔다. 빼앗긴 그들의 인권과 행복은 누가 기억해 줄 것인가?
난민 인권문제는 여러 생각들을 점화한다. 우선, 난민을 배척의 대상이 아닌, 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권리조차 가지지 못한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연대의식을 쌓자는 얘기다. 하지만 난민 수용 문제는 그만큼 애로사항을 동반한다. 복합적이면서도 정답이 없는 어려운 사안이다.
그렇지만 난민이 겪는 비인간적 대우를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그들의 인권을 묵살하는 건 옳지 않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그 권리를 기억해 줄까. 우리가 일상의 소중함을 매일 느끼듯 그들도 일상이 주는 평화로움을 맞보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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