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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강원FC의 돌풍... 빛났던 '윤정환 감독의 능력'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4. 11. 18. 23:06

- 지난 시즌 10위로 강등 겨우 탈출한 강원, 올 시즌 3위 오르며 준우승 조준
- '슈퍼 루키' 양민혁 발굴 및 이유현-황문기-이기혁 포지션 변경 통해 경기력 극대화한 윤정환 감독

강원FC / 출처 - 강원FC 공식 홈페이지


환골탈태(換骨奪胎). 올 시즌 강원FC를 지칭하기에 알맞은 말이다. 지난 시즌의 강원과 올 시즌의 강원은 전혀 다른 팀이다.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강원을 향해 팬들은 '윤정환식 감자볼'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강등을 바라봤던 팀에서, 우승을 바라보는 팀까지. 올 시즌, 축구 팬들을 놀래킨 강원은 어떤 스토리가 있었을까?

강원은 지난 2023 시즌 최용수 감독 체재 아래 개막전 이후 8경기 무승행진을 이어나가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이후 9라운드 FC서울(3:2 승), 10라운드 전북현대(1:0 승)를 만나 2연승을 달리며 반등하나 싶었으나, 이후 10라운드~17라운드까지 7경기 무승행진을 이어나가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최 감독은 2023 시즌 17경기 2승 6무 9패를 기록하며 팀을 강등권으로 몰아냈고, 이를 이유로 팀에서 물러났다.

후임은 사간 토스(일본), 울산HD(대한민국), 세레소 오사카(일본),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 제프유나이티드(일본)를 이끌었던 윤정환 감독이었다. 윤 감독은 J리그에서 첫 감독직을 수행했다. 사간 토스를 이끌며 2부리그 중하위권이었던 팀을 1부리그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며 자질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첫 K리그 팀' 울산HD로 부임하여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J리그와 다른 환경 속에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팀을 떠났다. 이후 일본, 태국 무대를 통해 다시 한번 더 재기를 꿈꿨다.

윤 감독은 마지막 팀인 제프유나이티드에서 열악한 재정 환경에도 불구하고 팀의 조직력을 앞세워 '끈끈한 팀'으로 만들어냈다. 리그 하반기 13경기 연속 무패를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내며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고, 더 높은 팀으로 향하기 위해 계약 만료와 함께 팀을 떠났다. 이후 K리그 해설위원으로 활약했고, 공석이 된 강원의 감독직을 수락하며 강원의 10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강원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된 윤 감독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강원의 한 팬은 "윤 감독이 J리그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울산HD 시절에 좋지 못했기 때문에 K리그와 잘 맞지 않을 것이다"고 평가하며 반신반의한 의견을 내비쳤다.

팬들의 예상대로 부임 이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19라운드 수원FC(1:1 무)와의 데뷔전을 시작으로 25라운드 제주유나이티드(1:1 무)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면서 7경기 무승행진을 이어나갔다. 이후 26라운드 울산HD(2:0 승)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첫 승을 이뤄냈다. 그리고 최종 순위 리그 10위로 마무리하며 팀의 자력 잔류를 이끌지 못했고, K리그2 김포FC와 승강PO(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1차전을 0:0 무승부로 끝내고, 2차전을 2:1로 승리하며 '극적 잔류'를 이끌어냈다. 시즌 도중 중도 부임해 다사다난한 시즌을 보낸 윤 감독은 내년엔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와 함께 2023 시즌을 마무리했다.

양민혁과 포옹하는 윤정환 감독 / 출처 - 강원FC SNS


2024 시즌을 돌입하기 전, 윤정환 감독은 튀르키예 전지훈련에서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실험에 나섰다. 그리고 맞이한 1라운드 제주유나이티드(1:1 무)와의 개막전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결정을 내린다. 강원U18(강릉제일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양민혁을 선발로 내세웠다.

양민혁은 경기 시작 20초 만에 왼쪽에서 과감한 돌파로 기회를 만들었고, 곧바로 슈팅한 공이 이상헌의 발에 맞고 골로 인정됐다. 도움을 만들어내면서 2006년 4월 16일생인 그는 17세 10개월 15일 나이로 K리그1 데뷔전을 치른 동시에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강원 구단 역대 최연소 출전 선수, 최연소 공격포인트의 주인공이 됐다.

전지훈련을 통해 양민혁의 재능을 알아본 윤 감독은 이후에도 꾸준히 선발로 내세워 능력을 극대화했다. 그는 윤 감독의 신임 아래 전경기 출장하며 37경기 11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며 '슈퍼 루키'란 별명을 따낸 그의 활약은 K리그뿐만 아니라 유럽 무대도 주목했다. 수많은 팀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을 확정 지으며 한국 최연소 EPL 진출의 사나이가 됐다. 미리 도장을 찍은 양민혁은 올해 12월에 토트넘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이유현, 황문기, 이기혁 / 출처 - 강원FC


윤정환 감독은 양민혁 발굴과 함께 '포지션 변경' 카드를 꺼내며 3명의 선수를 K리그 수준급 선수로 키워냈다. 해당하는 선수는 이유현, 황문기, 이기혁이다.

첫 번째, 이유현은 전남드래곤즈에서 데뷔 후 줄곧 우측 수비수로 활약한 선수다. 그는 전북현대, 김천상무에서 다소 아쉬운 활약을 보여주며 성장이 정체된 선수였다. 김천상무에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전북현대로 돌아왔을 때, 안현범과 최철순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 그리고 울산HD-국가대표 팀에서 활약하던 김태환까지 합류하면서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선발로 뛰기 원하는 이유현은 강원으로 합류하며 윤 감독의 보살핌을 받게 됐다.

윤 감독은 이유현을 1라운드~3라운드까지 우측 수비수로 기용했으나, 다소 아쉬운 활약을 보여준 탓에 19라운드까지 적극적으로 기용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미드필더로 분류된 황문기가 우측 수비수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우측에서의 경쟁력을 잃었다. 그러나 윤 감독은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20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1:0 승)와의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풀타임 기용을 시작으로 점점 출전 시간을 늘려나갔다. 그는 '주전 MF' 김동현의 파트너로 출전해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중앙에서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마치 2명의 선수가 경기장에서 활약하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의 활약으로 강원은 수비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나갈 수 있었다.

강원FC의 황문기 / 출처 - 강원FC SNS


두 번째, 황문기는 울산HD 유소년 출신으로 아카데미카(포르투갈)에서 데뷔 후 중앙 미드필더로 기대받던 선수였다. 그러나 부상-코로나19 등등의 이유로 유럽 무대 생활을 접고 2020년 FC안양을 통해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2021년 강원으로 둥지를 옮긴 후에도 반등하지 못하며 그저 그런 선수로 자리 잡고 있었다.

2023 시즌 도중 부임한 윤정환 감독은 그를 후반기부터 우측 수비수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볼 배급과 찬스 창출 능력은 측면에서 빛을 바라며 강원의 '키포인트'로 단숨에 자리 잡게 됐다. 올 시즌 리그 36경기 2골 7도움의 활약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황문기는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팔레스타인), 2차전(오만)에 나서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1차전에 선발 출전하며 자신의 첫 성인 국가대표팀 데뷔를 이뤄냈다. 최근 5차전(쿠웨이트), 6차전(팔레스타인)에 나서는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으나, 부상으로 하차했다.

강원FC의 이기혁 / 출처 - 강원FC SNS


세 번째, 이기혁은 울산HD 유소년 출신으로 수원FC에서 데뷔 후 측면 수비수-미드필더, 수비형-중앙 미드필더 등의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며 많은 기대를 받는 선수였다. 2022년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 나설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2024 시즌을 돌입한 윤정환 감독은 그의 빠른 스피드, 뛰어난 빌드업 능력과 더불어 왼발을 사용한다는 점을 이용해 중앙 수비수로 탈바꿈 시켰다. 그의 패스 능력으로 강원의 공격 전개는 한층 더 메끄러워졌으며, 강투지와 김영빈을 도와 수비에 이바지했다. 이외에도 다른 포지션을 소화할 상황이 생길 때도 자연스럽게 포지션을 옮겨 팀에 헌신했다.

이기혁도 황문기와 같이 뛰어난 활약을 인정받아 홍명보 감독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5차전(쿠웨이트), 6차전(팔레스타인)에 나서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2년 만에 성인 국가대표팀 복귀에 성공했다.

강원FC의 윤정환 감독 / 출처 - 강원FC


윤정환 감독은 '슈퍼 루키' 양민혁 발굴 및 '포지션 변경' 이유현-황문기-이기혁의 활약에 힘입어 한 시즌 3번의 감독상(5월, 7월, 10월)을 수상하며 2013년 이달의 감독상 신설 이후 최초 3회 수상자가 됐다. 그리고 강원의 '역대 최고 성적' 3위(38경기 18승 7무 12패, 승점 61점)를 이끄는 중이다. 2위 김천상무(37경기 18승 9무 10패, 승점 63점)와 준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2023 시즌 '강등 위기' 강원을 2024 시즌 '우승 경쟁팀'으로 만들어낸 윤 감독이 준우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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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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