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합

연예인의 유튜브 진출, 이들이 레드오션에 뛰어든 이유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1. 27. 19:14

기성 미디어 대신 주체성∙지속성 갖춘 유튜브가 인기

팬들과 편안한 소통을 위한 창구로 활용

경쟁력 있는 콘텐츠 구상이 관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누구나 콘텐츠 제작자가 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다. 블로그, SNS 등 텍스트 위주의 공간을 넘어 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조사한 ‘유튜브 앱 사용자 현황’에 의하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사용자수는 4319만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83%에 달하는 수치이다. 유튜브 통계분석 스타트업 플레이보드는 채널 광고 수입을 얻는 국내 유튜브 계정이 5만5847개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이 폭증한 유튜브 시장에 ‘생태계 최강자’라고 불릴 법한 연예인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유명 유튜버들의 방송 진출에 이어 연예인들이 역으로 유튜브에 진입하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기성 미디어를 주요 무대로 삼던 이들이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다른 기회의 장

전통 미디어의 추락과 함께 연예인들은 방송 활동의 기회를 잃어갔다. 한정된 방송 프로그램을 두고 경쟁해야 했으며, 급기야 오랜 기간 사랑받던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위기도 맞았다. 2017년 SBS ‘웃찾사’의 폐지에 이어 2020년에는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KBS ‘개그콘서트’마저 막을 내렸다. 주요 활동 무대가 사라진 개그맨들이 ‘생존의 길’로 택한 곳은 다름 아닌 유튜브였다. ‘1세대 연예인 유튜버’라고 불리는 강유미, 김기수를 시작으로 김준호, 이수근, 이국주, 김민기·홍윤화, 손민수·임라라 등 많은 개그맨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모였다.


(위) 강유미 유튜브 캡처/ (아래) 엔조이커플 유튜브 캡처


연예인과 유튜브의 조합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던 때의 우려와는 다르게 기대 이상의 구독자를 모으며 안정적으로 유튜브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늘어났다. 먹방, 메이크업, 일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 중인 ‘좋아서 하는 채널’의 강유미는 7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네 미용실, 메이크업샵 막내, 러쉬 알바 등 다양한 역할에 맞는 상황극인 ‘asmr 롤플레이’ 영상을 제작하며 독보적인 유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저번 주 강남역에서 만난 알바생이랑 똑같아요”, ‘’개그맨들은 역시 천재성이 없으면 못하는 직업” 등 현실 고증을 완벽하게 해내는 강유미의 개그 감각을 칭찬하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개그맨 커플 유튜버 구독자 1위를 달성한 ‘엔조이커플’의 손민수·임라라도 어려웠던 신인 시절을 지나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2017년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구 몰래카메라’ 영상이 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이후에 꾸준히 먹방, 커플 상황극, 브이로그를 업로드하고 있다.

유튜브에서의 인기 상승세가 방송 섭외로 연결되기도 했다. 강유미와 ‘엔조이커플’ 모두 개그맨 유튜버를 주제로 한 방송에 출연하여 유튜브 활동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음을 밝혔다. 강유미는 “개그맨 생활 10년 동안 신기할 정도로 수입이 동결이었다. 개인 채널 수입은 그 시절보다 몇 배 정도 많다”고 말했다. ‘엔조이커플’도 “처음에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퇴짜맞은 아이디어를 올리면서 가볍게 시작한 유튜브였다”며 “유튜브 시작 후에 8개월간 거의 수입이 없던 때를 지나 지금은 수익이 안정화되었다”고 덧붙였다.

기성 미디어보다 예산이나 방송 심의 등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점에서 아이디어 창작자 개그맨들에게 유튜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작소이다. 송은이와 함께 ‘비보TV’를 운영하고 있는 김숙은 “연예인 입장에서도 내 방송국을 가지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김현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자신만의 채널을 통해서 방송 파워와는 상관없이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연예인의 유튜브 진출 계기를 분석했다.


‘신비주의’보다는 소통이 통하는 시대

(위) 강동원 유튜브 캡처 / (아래) 지창욱 유튜브 캡처


예능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신비주의’ 연예인들까지 새로운 소통 창구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강동원이 유튜브 채널 ‘모노튜브’에 일상 브이로그 시리즈를 공개한다는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강동원 일상을 집에서 보게 될 줄이야” 등의 댓글로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강동원&친구들 #0: 뜨거운 LA여행의 서막’을 제목으로 한 첫 영상은 무려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지창욱도 ‘지창욱 유튜브의 서막’이라는 영상으로 유튜브 시작을 알리며, “거창한 목표는 없지만 올리는 영상들을 보고 재미있어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나 화보 촬영장 비하인드 영상을 올리며 팬들과 편안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위) 이하늬 유튜브 캡처/ (아래) 한예슬 유튜브 캡처


유튜브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하늬는 유튜브 개설 이유에 대해 “소통하지 않으면 제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삶에 대한 생각, 생활 습관, 취미,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려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한예슬도 8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친근한 말투로 ‘이쁜이들’이라는 구독자 애칭을 부르며 직접 고른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거나 다이어트 팁을 공개하는 등 스스럼없이 대중에게 다가오고 있다.


일상부터 소신 발언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아

출처: 신세경 유튜브 캡처


신세경은 ‘연예인 브이로그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려한 편집은 없지만 직접 입힌 자막과 함께 잔잔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묘하게 중독적이고 기다려지는 영상이라며 ‘인간 신세경’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8년 9월 첫 영상 이후에 지난 7월에는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했으며 꾸준히 유튜브 수익금을 기부하고 협찬이나 광고 영상을 싣지 않는 등 일기장 같이 소박한 공간으로 채널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 신세경은 "유튜브 같은 경우도 음식 하는 장면들을 일기처럼 기록해 두고 싶고, 강아지 자랑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 것들은 아니었다"라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싶다는 소망을 언급했다.

출처: 엠버 유튜브 캡처


유튜브는 일상 영상을 공유하는 곳에서 나아가 당당하게 소신을 전달하는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TV에서는 기회가 없어서, 혹은 편집이 되어서 다룰 수 없었던 내용들까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기에 유튜브가 담을 수 있는 콘텐츠 스펙트럼은 무궁무진하다. 에프엑스로 활동했던 엠버는 ‘Amber Liu’라는 유튜브 채널에 ‘내 가슴을 찾아서’라는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여성성을 강요하는 악플러들에게 자신의 솔직한 신념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일침을 날린 것이다.


MCN 회사와의 협업으로 본격화된 활동

MCN(Multi Channel Network) 회사와 계약을 맺고 방송국 프로그램 못지 않은 퀄리티의 영상을 업로드하는 채널도 늘어나고 있다. MCN이란 유튜버를 관리하는 유튜브형 연예기획사로, 콘텐츠 제작, 기획, 수입 관리 및 광고 섭외 등을 진행하는 유튜버들의 '소속사'를 뜻한다. 대표적인 MCN회사로는 소속 크리에이터 1400여명과 함께 하고 있는 ‘다이아TV’와 유튜버 도티와 이필성 대표가 공동 창업한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대형 유튜버가 늘어나면서 거대해진 유튜브 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출범했으나, 최근에는 연예인들과도 파트너십을 맺기 시작했다.


출처: 박미선 유튜브 캡처


다이아TV와 손을 잡은 박미선은 ‘미선 임파서블’이라는 채널을 통해 방송에서는 도전하지 못했던 새로운 1020세대 문화를 체험하는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홍대 오락실 체험기, 실내 스카이다이빙 도전, 2020 신조어 퀴즈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동안에 약 36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최근에는 뷰티 유튜버 씬님과 함께 ‘신데렐라 코스프레’에 도전하는 콜라보 영상을 찍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인과 유튜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에 MCN회사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다이아 티비 황상준 사업팀장은 “오랜 콘텐츠 제작 경험을 갖춘 곳의 도움을 받아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스타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라며 연예인이 MCN과 협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뒷광고로 이미지 실추 사례도 발생

강민경 사과문 /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일반 TV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이 협찬 제품에 관해 직접적인 홍보를 할 수 없지만 유튜브 채널에서만큼은 각종 광고 콘텐츠를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다. 한 대형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연예인들도 리뷰 콘텐츠나 브이로그를 꾸준히 올리면서 광고 섭외를 기다리기도 한다”고 유튜브를 통한 홍보 효과를 언급했다. 하지만 문제는 광고 여부를 미리 고지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내돈내산’ 콘텐츠로 직접 구매한 제품을 공유한다는 목적의 영상이 금전적 대가가 포함된 홍보 영상이었다면 구독자들은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2020년 7월부터 시작한 뒷광고 논란은 연예인도 빗겨갈 수 없었다. 뒷광고란 유튜버나 유명인들이 SNS나 유튜브에 PPL임을 표기하지 않거나 우회적으로 표기하며 광고법을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평소에 즐겨 쓰는 아이템을 소개하는 영상을 업로드 하던 강민경은 광고로 받은 제품의 표기를 누락해 문제를 일으켰다. 강민경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여러 브랜드 측으로부터 협찬과 광고 제안이 많아졌고 그 설렘만 앞서 저의 채널을 아껴 주셨던 구독자분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긴 사과문을 게시했다. 현재는 노래 커버 영상을 제외한 모든 영상이 내려가 있는 상태다.


앞으로는 더욱 치열해질 유튜브 시장

유튜브에 진출한 연예인들이 ‘골목 상권에 진출한 대기업’과도 같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으로 쌓아온 인지도와 화제성 덕분에 일반 유튜버보다 구독자를 모으는 데 수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공간에서 연예인들에게만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연예인 역시 좋은 콘텐츠가 없다면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결국엔 자신만의 콘텐츠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변화의 흐름이 빠른 유튜브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 모색에 힘쓰지 않는다면 연예인이라고 해도 오래도록 인기가 유지된다고 확신할 수 없다.

‘자기 PR의 시대’에 점점 더 많은 연예인들이 스스로를 브랜딩하며 유튜브를 활동 범주에 포함할 전망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기성 방송과의 수직적 유대 관계가 사라지면서 유튜브는 또 다른 미디어 영역이 됐다”며 앞으로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튜브가 또 하나의 ‘작은 방송국’ 역할을 하는 요즘, 과도한 경쟁 속에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승부수로 띄우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신뢰를 무너뜨릴 행동이기에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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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령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