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합

길고양이 둘러싼 갈등,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생명” vs “이유 없이 싫어하는 건 아냐”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1. 18. 14:32

한파에 길고양이 보금자리를 지키는 '캣맘'

"악취와 쓰레기, 소음 문제에 시달려요" 시민들 불편함 호소

'길고양이 보호소 사업'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경찰은 지난 12일, 길고양이와 야생 동물 학대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고어전문방’이라는 이름을 단 해당 채팅방에서는 동물 학대에서 나아가 “사람의 신체를 흉기로 찌르는 등 생체 실험을 해보고 싶다” 등 사람에 대한 학대와 살인까지 논의되었다. 이용자들을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나흘 만에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번 '고어전문방'은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이러한 사례 외에도 길고양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논쟁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캣맘'과 주민들 사이의 다툼이다.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놓지 않는 사람들



동물권행동 카라는 길고양이 보온통 제작 방법을 공유했다
/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트위터



한강물이 얼어붙는 영하 20도의 한파에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의 걱정은 늘어가고 있다. 2년째 꾸준히 길고양이의 끼니를 챙겨주고 있는 L 씨 (35세)는 “겨울에는 식수가 빨리 얼어붙어서 물통 밑에 꼭 핫팩을 넣어줘야 한다”며 “길에서 살아가는 생명에게 겨울의 추위는 너무 혹독하다”고 덧붙였다. 금방 얼어붙는 습식 사료 대신에 건식 사료로 밥그릇을 채워주는 등 이들이 겨울철 길고양이들을 지키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처럼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식수를 챙겨주는 이들을 '캣맘'이라고 부른다. 역할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먹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성화수술이나 병원 치료를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캣맘의 행동들은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생명에게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내놓는 바람직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도 있다.



‘캣맘’과 주변 시민들, 의견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캣맘'의 활동반경에는 당연히 '고양이'가 함께한다. 먹이를 주는 곳에는 고양이들이 몰리고, 고양이들이 몰리다 보면 소음이나 쓰레기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주민들에게 발정기 때 나는 울음소리나 영역 싸움으로 인한 소음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길고양이를 챙겨주고 나서 남은 음식물을 제때 처리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은 쓰레기 냄새에 시달려야 한다.

길고양이 보금자리가 많은 동네에서는 주민센터나 경비실로 꾸준히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서초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특히 여름철에는 악취 문제로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며 “올해 여름 길고양이 집 주변에 나프탈렌이 뿌려져 있는 등 소란이 있었고 관련 경고문을 부착했다”고 답했다.





출처: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캣맘과 주민들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는 과격한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캣맘 폭행사건의 가해자를 처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청원은 서울 동대문구에서 다친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포획작업 중에 '캣맘'이라는 이유로 폭언을 듣고 심지어 폭행까지 당했다는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청원인은 “가해자가 손으로 5초가량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얼굴을 내리쳤다”며 약 2주간의 치료를 받았던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은 경과를 설명했다. 무혐의로 결론 난 해당 사건은 엄연히 혐오를 불씨로 한 범죄라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이다.

캣맘에 대한 혐오와 분노는 오래도록 지속되어 왔다. 지난 2012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여성이 50대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2015년에는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여성이 벽돌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캣맘과 주민의 갈등, 해법은 없을까.



중재자로 등장한 길고양이 급식소∙겨울집



서초구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 출처: 서초구 제공



캣맘들은 따가운 시선에 상처 입고, 주민들은 배려 없는 태도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지자체는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방안으로 ‘길고양이 보호소 사업’을 시작했다. 지자체는 ‘캣맘협의회’와 연계 활동을 진행하며, ‘지정급식소에서 일정한 시간에만 먹이주기, 30분 안에 먹을 수 있는 양만 제공하기, 이웃에 불편함을 주는지 점검하기’ 등의 급여지침을 권고하고 있다. 공식적인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민원을 빠르게 반영하고 동물 복지 의식을 높이기 위한 취지인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강동구,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 동대문구 등 9개구가 188개소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 중이다. 서초구는 2017년부터 구청사 인근, 우면산, 서리풀공원을 시작으로 각 동별로 1곳씩 총 18곳의 급식소를 설치했다. 한파에 견딜 수 있도록 바닥과 벽면에 단열 시트를 붙여 제작한 ‘겨울집’도 150여 개에 이른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앞으로도 체계적인 동물보호 사업을 통해 주민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도록 서초형 동물복지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호소 사업이 굶주린 길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골칫거리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면, ‘중성화 수술 사업(TNR)’은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TNR은 포획(Trap), 중성화 수술(Neuter), 재방사(Return)의 앞글자를 딴 단어로, 2kg 이상의 길고양이를 포획한 후 지정 병원에서 수술하는 방식이다. 수술을 마친 길고양이들은 다시 본래의 활동 영역으로 돌려 보내진다. 귀 끝이 잘린 고양이들은 TNR을 받았다는 표시이다.




출처: 서울시 제공



안락사 대신에 중성화 수술이 현실적인 대책으로 채택된 이유에는 영국 야생동물학자 로저 테이버가 주장한 ‘진공효과’가 있다. 한 지역의 고양이가 제거되더라도, 이웃 영역에서 넘어온 고양이들이 다시 개체 수를 불리기 때문에 안락사는 비윤리적이라는 지적만 받을 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TNR은 개체 수 감소에 성공적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2월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길고양이 개체 수는 11만6019마리로 2013년(24만7029마리)와 비교했을 때 53%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길고양이가 2013년 6003마리에서 지난해 1만1183마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중성화 수술사업 확대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아직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 남아있어

하지만 지자체 사업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완벽한 중재 역할을 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여전히 곳곳에 갈등의 불씨가 존재하며 길고양이 보호소 사업도 철거 민원을 피할 수 없는 시행착오 단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보호소가 주택가 길목, 등하굣길, 놀이터 등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위치한 경우, 기존에 개인들이 자유롭게 운영하던 급식소에서 별반 개선되는 점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영역동물인 길고양이는 거처하는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지 못하는 탓에 보호소의 위치를 인위적으로 옮길 수 없다는 것도 난처한 부분이다.

서울 종로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성화 수술과 고양이 급식소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담당 인원이 적어 더 나은 해결책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답했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고양이 급식소에 대해서도 ‘증설’과 ‘반대’의 입장이 팽팽하다”라고 덧붙이며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각자의 입장을 존중하는 자세 필요

모든 이에게 길고양이를 사랑해달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소통을 막고 혐오의 마음만 키우는 강요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앞서 언급한 가학적인 동물 학대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면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라도 힘을 합치는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존중과 배려’에 있다. 동물행동권 카라의 한 관계자는 “도심 속 길고양이들이 완벽히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고양이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역시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길고양이 돌봄 활동이 결과적으로 건강한 공존을 위한 노력임을 인식하고 캣맘을 ‘지역사회 활동가’로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중성화 수술을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방사 후에도 꾸준히 경과를 지켜보며 관리해주는 과정에서 캣맘들은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동물 보호 활동가는 “캣맘이라는 용어가 길고양이에 대한 애호만을 강조하기에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며 ‘길냥이 돌봄이’ 혹은 ‘길봄이’와 같은 용어를 제안했다. 주변 시민들을 배려하며 책임감 있는 활동을 지속하는 ‘길봄이’들과 도심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 길고양이를 인정하는 시민들의 협동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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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령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