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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 ‘철인왕후’... 끝없는 ‘역사 왜곡’ 논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1. 15. 16:08

시청률 잘 나오는데 역사왜곡 논란 속앓이
안일한 실제 역사 차용 지적


출처: tvN '철인왕후'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다영 기자 = tvN 주말드라마 '철인왕후‘의 '역사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드라마 '철인왕후'는 시대도, 성별도 뛰어넘어 조선시대 중전 몸에 불시착한 문제적 영혼의 기상천외한 궁궐 생존기를 그린 퓨전 사극 코미디 드라마다. 배우 신혜선의 첫 사극 도전인데다 독특한 소재와 설정, 코믹함을 극대화한 티저 영상으로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첫 방송 이후 '철인왕후'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조선시대 실존 인물인 신정왕후 조씨가 온갖 미신에 심취해있는 인물로 그려졌고, 역사적 배경지식이 풍부하단 설정의 주인공이 조선왕조실록을 '한낱 지라시'라고 언급한 것이다. 여기에 기생집 ‘옥타정’이 지난해 집단 성폭행 사건이 터진 클럽 옥타곤을 연상케 하고, 주요 인물 대사도 성희롱에 가까워 불쾌했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 밖에도 왕대비가 궁녀들 앞에서 임금과 중전의 잠자리를 노골적인 손짓으로 표현하는 장면이나 대왕대비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과장된 안면 마사지를 받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방송 직후 방송통신위원회에는 700여 건에 달하는 민원이 쏟아졌고 비판 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번졌다. 시청자들은 특히 우리나라 국보인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을 폄하한 것에 격분했다.

역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급기야 신정왕후의 후손 격인 풍양 조씨 종친회도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제작진은 급히 극의 주요 축을 이루는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 집안을 각각 안송 김씨, 풍안 조씨 등으로 수정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고, '조선왕조실록' 대사와 관련해서는 "해당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 문제가 된 내레이션을 삭제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 밖에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표현할 의도는 없었다"며 해당 극은 '코미디 장르'의 '픽션'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이 중반으로 접어든 현시점에서도 극에서 설정한 시대 배경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연출이 이어지고 있어 비판 여론도 계속되고 있다.


출처: '철인왕후' 캡처



왕의 직속 사법기관인 의금부가 철종에게 칼을 겨누는 장면이나 수라간 대령숙수나 궁녀들이 중전에게 무례한 언행과 하극상을 보이는 장면 등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가상 왕조 배경이었으면 몰라도 조선 시대라는 것을 알고 보면 말도 안 된다’, '조선의 권력 기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시청자들은 '허구적 B급 코미디'라서 역사 왜곡 소지가 다분하다면 조선 시대 배경과 실존 인물 설정 자체를 '가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철인왕후'는 아시아 16개국 OTT 서비스 업체인 VIU에서 시청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팬들이 '철인왕후'를 통해 한국의 역사 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역사 왜곡 문제가 오랜 골칫거리인 가운데 굳이 자국 드라마까지 역사 왜곡의 '빌미'를 줄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이 드라마가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표현하거나, 조선왕조를 그리는 방식은 향후 충분히 중국이나 일본에서 역사 왜곡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좋은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며 "건강한 웃음이나 풍자, 표현의 자유가 아닌 한 문화와 역사의 정체성을 파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출처: tvN '철인왕후'



일각에선 코믹 드라마인 '철인왕후'에 지나치게 진지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극 자체도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픽션’인 만큼 일정 수준 작가의 재량적 재해석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인왕후’에는 실존 인물인 철종, 철인왕후, 순원왕후, 신정왕후 등이 등장한다. 또한 조선 후기 세도정치의 폐단을 그리는 등 실제 역사적 사건과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조선 왕조를 차용하고 조선 후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전면에 내세웠기에 ‘퓨전’, ‘판타지’, ‘코믹’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변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금까지 많은 퓨전사극 드라마에서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왔으나 '철인왕후'가 이토록 논란인 것은 사극이라는 장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퓨전사극, 팩션 사극의 붐이 일면서 역사적 기록에서 벗어나 허구성 강한 시대극이 다수 등장했지만 보편적 가치는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인왕후’ 사례 드라마의 역사 왜곡과 스토리 창작 논쟁을 초월한 것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계속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철인왕후'는 전체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최고시청률 12.8%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번외편 추가 제작을 발표했다. 1회 분량의 대본이 추가되었고 이를 10분씩 6회로 나누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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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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