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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유혹부터 펜트하우스까지, '막장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1. 15. 16:15

선정성, 폭력성 논란에도 사랑받는 '막장드라마'

'현실 갈증 자극'하며 시청자에 즐거움 선사


드라마 '펜트하우스' 포스터/ 출처 : SBS 공식 홈페이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SBS 드라마‘펜트하우스’가 종영한지 약 일주일이 지났다. '펜트하우스'는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황후의 품격'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작품으로 최고 시청률 28.8%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다음달 시즌 2가 이어질 예정이다.

시즌 2를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시즌 2를 기다리며 '시즌 1을 복습하겠다'라거나 '기다리는 한 달이 일 년보다 길다'는 재치 있는 하소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펜트하우스'에 대한 콘텐츠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시즌 2에 대한 각종 추측들을 내놓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역시 관련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막장'이라며 혀를 내두르지만 대중들은 드라마를 시청하고, 관련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펜트하우스'뿐만이 아니다. '막장'드라마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08년 방영한 '아내의 유혹'은 최고 시청률 37.5%를 기록했고, 지금까지도 '복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민정'이라는 역대급 캐릭터를 만든 '왔다! 장보리'도 최고 시청률 37.3%와 함께 극중 연민정을 연기한 배우 이유리에게 그해 MBC 연기대상을 안겼다.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2019년 2월 종영한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최고 시청률 17.9%를 기록했고, 같은 시기 방영된 JTBC 드라마 'SKY캐슬'은 엄청난 화제를 이끌어 내며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비난과 비판 속에서도 막장드라마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를 통해 느끼는 부와 명예

2019년 전희락과 남궁영이 발표하고 한국주관성연구학회에서 발행한 ‘드라마 시청 동기에 관한 시청자의 주관성 연구’에 따르면, 드라마를 시청하는 유형 중 '대리 만족형 유형'이 존재한다. 자신의 현실에서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일, 가보지 못한 곳, 동경해온 환경 등을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하려는 유형이다. 여기에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으로 주인공의 역할과 활동을 통해 드라마 세계를 간접 체험하려는 '가상현실 체험형 유형'도 존재한다. 즉 자신의 현실과는 다른 곳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드라마를 통해서 해소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막장드라마'는 이러한 욕구를 가장 잘 다루고 해소하고 있다.


'펜트하우스' 장면/ 출처 : SBS 공식 클립영상 캡처본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강남에 위치한 초호화 펜트하우스인 헤라 펠리스 주민들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 성악가, 기업 대표, 의사, 변호사의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의 삶은 호화와 욕망 그 자체다. 자녀들의 예고 입시를 위해 못할 것이 없고 심지어 ‘오윤희’(유진 분)는 예비 순번인 딸의 입학을 위해 살인도 저지른다. 오윤희는 작중 가장 드라마틱한 성공을 이룬 캐릭터이다. 자격증 없이 불법 부동산 컨설턴트 일을 하는 그녀는 가난에 익숙해졌지만, 딸을 위해 성공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로 헤라 펠리스에 입성하게 된다. 오윤희의 인생역전 성공 가도를 보며 시청자들은 본인이 성공을 겪는 것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팍팍한 현실 속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작가가 확실히 잡은 것이다.



주인공들의 짜릿한 복수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했지만 자신을 사랑한다던 남편은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여자를 반겨주던 시어머니는 어느새 자신을 이혼을 요구하며 내쫓으려 한다. 위기에 처한 이 여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여자는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2018)’의 주인공 ‘오써니’다. 오써니가 현실 세계 속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아마 남편의 불륜 사실을 남편 회사에 퍼뜨리고, 이혼소송 시에 거액의 위자료를 챙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더욱 강력한 복수가 이뤄졌다. 이혼을 하기보단 오히려 황후 자리를 지키며 황실 비리와 각종 범죄 증거를 찾아내어 실상을 폭로, 급기야 입헌군주제 체제를 무너뜨린다.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스케일의 복수가 이뤄진 것이다.


드라마 '황후의 품격'/ 출처 : SBS 공식 홈페이지



현실에서는 자신에게 학교폭력을 휘둘렀던 동창, 괴롭히는 시어머니와 장인어른에 대해 제대로 맞서지 못한다. 표현하고 싶어도 참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상상을 하며 ‘그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확 소리를 질렀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행동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막장드라마에선 통쾌한 복수를 하며 시청자들에게 일명 ‘사이다’를 선사한다. 여기에는 위에서 언급했던 대리 만족형 유형이 반영되어 있다.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없는, 못하는 일을 대신 해내는 주인공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팍팍한 현실보단 롤러코스터 드라마

가상현실 체험, 대리만족과 이어지는 또 다른 인기 이유가 있다. 바로 ‘현실 회피’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로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찾는다. 극단적인 맛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막장드라마도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팍팍한 현실보단 롤러코스터처럼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때로는 현실을 잊고 순간의 즐거움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개연성은 떨어질지 모르나 이를 뛰어넘는 엄청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전희락과 남궁영은 이러한 유형의 시청자들을 현실의 압박이나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현실 회피형 유형'으로 분석했다.

2020년은 끝나지 않는 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 위기, 계속되는 각종 사회 문제들로 피로한 해였다. ‘펜트하우스’가 이런 사회 분위기를 잘 탄 예라고 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정신을 놓을 틈이 없는 김순옥 표 막장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드라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2011년 김순옥 작가는 모교 이화여자대학교와의 인터뷰에서 막장드라마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를 밝혔다. 엄청난 악플에 힘들어했던 그녀는 우연히 방문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아내의 유혹’을 시청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괴롭게 투병생활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현실의 고통은 잊고 자신의 작품을 몰입해서 시청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김순옥 작가에게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줄 수 있는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집필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했다. 현실은 잠시 잊고 드라마에 몰입하는 순간을 즐기던 경험은 꼭 환자가 아니더라도 있을 것이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자극적 소재들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는 막장드라마이지만 언제나 환영받는 상황은 아니다. ‘인생을 갈 때까지 간 사람 또는 그러한 행위를 꾸며 주는 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막장’이라는 말처럼 막장드라마에선 갈 때까지 간 내용들이 등장한다. 불륜, 살인, 마약, 학교폭력 등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개연성과는 무관한 자극적인 소재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는 막장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이자 비판 대상이다.

‘황후의 품격’에서는 임신부 성폭행 장면과 시멘트 살인 장면이 논란이 되었다. 임신부 성폭행 장면에서 겁탈을 암시하는 장면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관계자에 대한 징계’와 15세 이상 시청등급 조정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펜트하우스’ 역시 선정성, 폭력성 논란으로 지난 4일 방심위에서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지상파 3사와 케이블 TV, 종편 채널을 합치면 수십 개의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그 속에서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즉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 소재를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다른 방법도 존재한다. 우선 탄탄한 줄거리의 대본이 큰 몫을 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지면 관심은 저절로 집중된다. ‘펜트하우스’에 이목이 집중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위 ‘개연성을 무시하는 연기력’이라는 수식어의 연기를 뽐내며 극에 완전히 몰입되어 있는 배우들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쏟아냈고 시청률에도 큰 역할을 차지했다.

작품의 성패가 시청률로 결정되는 드라마 시장 속, 시청자들을 향한 자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막장드라마의 선정성, 폭력성 논란은 깊게 고찰해 보아야 할 문제임은 틀림없다.



집단따돌림, 금품갈취..모방 범죄 가능성은?

모방 범죄의 가능성 역시 막장드라마가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나 사회적 학습을 하기 쉬운 환경에 놓인 대중매체에서 다뤄지는 범죄 내용은 모방 범죄의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청소년 범죄에 대한 모방 범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펜트하우스’의 경우 극 중 ‘민설아’에게 폭력을 가하는 청소년과 성인의 모습이 문제가 되었다. 미성년자를 발로 밟거나, 폐차장에 데려가 차에 감금을 시도하고, 화재를 방관하는 등 꽤나 수위 높은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2007년 남재성이 발표한 ‘모방 범죄의 유형과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모방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중매체를 통한 모방 범죄의 경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만큼 범죄 내용을 보도, 다루는 데에 있어서 매체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펜트하우스’를 즐겨보았다는 장 씨(24세)는 “극 중 민설아를 괴롭힌 장면은 선을 넘은 것이다. 살인이 아니어도 모방 범죄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하며 드라마 시청을 통한 모방범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학생 김 씨(24세)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로 본다. 문제는 모방 범죄를 할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 있다는 것이다”라며 낮은 자기 통제력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랑받는 막장드라마

비판의 이유가 뚜렷하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막장드라마에 열광한다. 건전한 콘텐츠가 아님을 알면서도 막장드라마에 관심을 쏟는 이유가 있다. 대중이 드라마를 통해 얻고자 하는 첫 번째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흥미로운 전개를 통해 많은 시청자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희로애락을 느낀다. 그러한 매력이 시청률로 드러나는 것이다.

막장드라마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전개로 극 중 인물의 희로애락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그를 증명한다. 물론 비판받고 보완해야 할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화제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나친 자극이나 모방범죄 가능성 등은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시청자의 관심을 가장 잘 이끌어내고 있는 장르 중 하나가 막장드라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좋은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도 시청자의 관심이 없다면 조기 종영이나 저조한 시청률 등을 기록하며 사라질 것이다. 비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막장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와 요소는 명확히 분석하고, 미흡하거나 비판받는 점은 보완해 한국 드라마의 수준 자체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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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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