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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 “도전에는 끝이 없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의 멈추지 않는 여정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5. 5. 21. 16:49

- 10남매 막내에서 분데스리가의 상징으로…한국 최초의 유럽파이자 ‘차붐’ 신화를 이룬 위대한 도전기

차범근 / 출처 - 차범근축구교실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 축구사에서 차범근이라는 이름은 곧 개척과 도전, 그리고 영광의 상징이다. 선수와 지도자를 거쳐 현재까지도 한국 축구의 정신적 지주로 남아 있는 그는 ‘아시아 축구의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하지 않다.

1953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차범근은 10남매 중 막내로 자랐다. 유년 시절부터 운동에 재능을 보였고, 수원북중과 경신고를 거쳐 고려대학교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축구 선수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교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는, 1972년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한국 축구사의 중요한 전환점에 등장한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시기였다. 차범근은 빠른 발과 저돌적인 플레이, 강한 체력으로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1976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평가받았다. 이후 대표팀에서 121경기에 출전해 55골을 넣으며 국내 최다 A매치 득점자 중 한 명으로 기록됐다.

1978년, 차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로, 아시아 선수로서 최초로 유럽 빅리그에 발을 디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적 초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랐지만, 곧 강력한 체력과 득점 감각으로 팀의 주축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 프랑크푸르트 소속으로 UE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린 최초의 아시아 선수가 됐다. 이후 1979년부터는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활약했지만, 레버쿠젠의 UEFA컵 우승은 차범근이 은퇴한 이후인 1987-88 시즌에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그는 레버쿠젠 소속으로는 유럽 대회 우승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분데스리가 통산 308경기 98골이라는 기록은 당시 아시아 선수로서는 전무후무한 성과였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차범근은 축구와의 인연을 놓지 않았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지휘했고, 이후 K리그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국내 최정상급 구단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수원에서 K리그 우승 2회, FA컵, 아시아클럽챔피언십 우승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며 지도자로서도 명성을 쌓았다. 특히 ‘차붐 사단’이라 불리던 당시 수원은 창의적이고 조직적인 축구로 많은 팬들을 매료시켰다.

차범근은 단지 뛰어난 축구 선수였던 것을 넘어, 한국 스포츠 전체에 깊은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유럽에서의 성공은 이후 이영표, 박지성, 손흥민 등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물꼬를 튼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축구는 인생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해왔고, 자신의 삶 전체를 그 말에 걸맞게 증명해왔다. 현재 그는 방송 해설과 칼럼 기고 등으로 축구와 꾸준히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아들 차두리도 대표팀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며 ‘차붐 2세’로 불렸고, 은퇴 후 지도자 수업을 밟고 있어 ‘차범근 가문’의 축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FIFA가 최근 공식적으로 차범근을 ‘아시아 축구 대표 인물’로 선정했다는 발표는 없지만, 과거 FIFA와 AFC, 분데스리가 등은 그를 ‘아시아의 전설’, ‘개척자’로 조명한 바 있다. 독일과 유럽 축구계는 여전히 그를 “리그의 개척자이자 전설”로 기억하고 있으며, 이는 곧 아시아 선수 전체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그의 축구 인생은 단순히 개인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차범근은 한국 축구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살아있는 증거이자, 세계 무대에서 ‘아시아 축구’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부터 끝없이 도전한 선구자였다. 지금의 한국 축구가 국제적인 위상을 가지게 된 데에는 분명 차범근이라는 거인의 어깨가 있었다.

“도전에는 끝이 없다. 나는 여전히 축구인이다.” 차범근의 말처럼,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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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웅재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