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혜진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교육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등교 시기가 여러 차례 달라짐에 따라 학사일정도 연달아 바뀌었기 때문이다. 5월부터 간신히 등교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학생 사이에서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일부 학교는 등교 중지와 재개를 반복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장 고심인 것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당장 대학교 입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능 연기는 물론 횟수 변경 등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적 모른 채 대입 전략 구상?
일반적으로 고3은 3월에 치르는 전국연합학력평가(이하 학평)를 기준으로 대학입시 전략을 구상한다. 3학년이 되어 처음 치르는 전국 단위 시험인 만큼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학평을 기준으로 수시 전형에 집중할 것인지, 정시 전형에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올해 고3은 3월 학평을 활용할 수 없다. 코로나19 우려로 일정이 다섯 차례나 연기되었고, 결국 4월 말 집에서 자율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감독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전국단위 공동 채점과 성적 처리도 하지 않았다. 3월 학평이 갖는 기능 중 그 어떤 것도 작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3들은 자신에 대한 객관적 분석도 하지 못한 채 대입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가장 큰 피해는 내신과 정시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이다. 대부분 학생들은 학교 중간고사·기말고사 성적과 수능을 대비하는 모의고사 성적을 비교해 수시와 정시 전형 중 한 가지를 선택한다. 어느 전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준비 과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신과 정시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은 보통 3월 학평을 기준으로 세부 전략을 구상한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하는 동시에 본격적으로 대입 준비를 시작할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3월 학평이 제대로 치러지지 않으면서 전략에 큰 차질이 생겼다. 올해 고3이 된 A씨는 “내신도 수능도 2~3등급이라서 전략이 막막한 상태였다.”라며 “3월 학평 결과를 보면서 전략을 짜려고 했는데 세울 수가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수시 전형으로 마음을 굳힌 학생들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B씨는 “수시 전형에 집중하기로 하고, 올해 일찍부터 중간고사 준비에 들어갔다.”라며 “그러나 등교가 미뤄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어ᄄᅠᇂ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걱정했다.
고3 일정은 밀렸는데, 대입은?
5월 말부터 등교가 간신히 시작됐지만, 학생들의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3월에 시작되어야 할 일정들이 5월 말에서야 시작되면서 입시까지 해야 할 것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등교하자마자 중간고사부터 각종 모의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러야 한다.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더 바쁘다. 비교과활동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의 중요한 평가 지표 중 하나인 비교과 활동은 봉사활동·진로활동·동아리활동 등 성적 외 다양한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매월 진행되는 시험 틈틈이 독서와 봉사, 동아리, 교내대회 준비 등까지 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시를 준비하는 B씨는 “고3 일정은 미뤄졌는데 입시 일정은 거의 그대로라서 앞으로 일정이 정말 촉박해졌다. 각종 시험도 몰려있고 비교과활동도 채워가야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마음이 바쁜 것은 학생뿐이 아니다. 교사들도 마음이 급하다. 이미 일정이 촉박한 가운데 확진 환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등교 중지 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에 등교 때 모든 평가와 활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해법은 재수?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고3 학생들이 해법으로 ‘재수’를 찾고 있다. 올해는 집중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내년도를 목표로 움직이자는 것이다. 특히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학습량 부족’ 상태에서 N수생과의 경쟁을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입에서 N수생의 비중은 컸다. 그런데 올해는 고3 학생들의 학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작년 11월 교육부가 정시 전형 확대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N수생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특정 전형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비율을 2023년까지 40% 이상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정시를 준비하는 C씨는 인터뷰를 통해 속상함을 토로했다. C씨는 “현역 고3보다 N수생이 정시에서 유리한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라며 “수능 특성상 반복 학습이 중요한데, N수생은 고3 1년에 더해 모든 시간을 수능 공부에만 쏟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올해 고3들은 코로나19 때문에 학습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라며 “그럼에도 수능은 2주 밖에 연기되지 않았다. 당연히 고3이 불리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코로나19 때문에 대학에 못 갈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라며 “담임선생님을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상담을 하기도 힘들고 불안하다.”라고 토로했다.
적극적 대책 마련 절실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21일 수능 연기를 제안했다.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가을 재유행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라며 “많은 분들이 재수생들과 경제적 여건이 좋은 학생들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더 유리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능 일시를 연기하고, 시험 횟수를 2회로 늘려 그중 좋은 시험 결과를 반영하자.”라고 제안했다.
가을 신학년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1년 학사 일정을 9월에 시작해 5월에 끝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미 이번 학기가 시작되었고, 대입 일정이 확정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학생부에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피해 현황을 적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는 학종 전형 요소를 조정해 현 고3과 재수생 간의 대입 형평성을 맞추는 것은 역으로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기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학생부에 개학일, 온라인 수업 일자, 학교 폐쇄 기간 등을 명기하자는 것이다. 관계자는 “향후에 학생들이 재수, 삼수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학생의 학습 환경 변화를 입학사정관들이 참고해서 평가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협의회의 의견에 대해 교육부는 의견을 수렴해 도움을 줄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방안은 올해 고3뿐만 아니라 고2, 고1의 형평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 고교생들은 ‘코로나19 세대’로 불릴 정도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학생부와 학습에 피해를 입었다. 만약 이들이 재수를 한다면, 내년도 학생보다 부실한 학생부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학생부는 해당 학기가 지나면 수정할 수 없으므로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명확히 기재하면, 추후 평가 시에도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그 어느 해보다 학생들의 압박감과 불안감이 큰 시기이다. 일정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떠나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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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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