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고 우는 아이는 싫어… 원하는 모습만 소비하려는 시청자들
자극적인 연출에서 오는 정서적 학대도 무시 못해
무심코 업로드하는 아동 콘텐츠에 사생활 침해∙범죄 위험도 있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광고 3B 법칙에서 Beauty(미인), Beast(동물), Baby(아기)가 등장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미디어에 등장하는 아동은 많은 이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는 한다. <아빠!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등 육아 예능 프로그램부터 SNS나 유튜브 속 아이들까지 실제로는 마주친 적 없는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가까운 친밀감을 느끼며 ‘랜선 이모’ 또는 ‘랜선 삼촌’이 되어본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창구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아동의 인기 몰이와 함께 이들의 인권 보호와 관련된 논란과 이슈도 함께 따라오고 있다.
아동을 위한 올바른 ‘덕질’이란?
시청자들은 아이들의 솔직하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귀엽다는 이유로 좋아하면서도, 말을 안 듣거나 떼쓰는 아이를 보면 쉽게 질타를 보낸다. 아동을 향한 긍정적인 관심으로 시작한 ‘덕질’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양날의 검처럼 느껴진다. 덕질의 대상이 되는 아동이 악플이나 과도한 관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주는 사례는 줄곧 있어왔다. 가끔은 상황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아동을 향할 때가 있는데 아직은 댓글과 시청자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나이라는 이유로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되리라는 법은 없다.
합격자 발표를 듣고 눈물 쏟는 초등부 참가자들/ 출처: '미스트롯2' 방송 캡쳐
‘내일은 미스트롯2’에서는 9세부터 13세까지의 아동으로 구성된 초등부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초등부 임서원(10)의 무대 영상은 3월 16일 기준으로 네이버TV 캐스트에서 약 40만 뷰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같은 날 공개된 다른 성인 참가자들의 조회수가 평균 10만회 정도임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화제성을 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재능 있고 끼 많다고 칭찬받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악플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월 7일 방송된 ‘미스트롯2’에서는 본선 2차 팀미션 경연이 펼쳐졌고 초등부 참가자 7명이 발표가 날 때까지 소리를 지르며 안절부절하는 모습과 불합격 통보를 받고 주저앉아 눈물을 쏟는 장면 등이 여과없이 방영되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욕심이 과한 것 같다’, ‘징징거리는 모습이 보기 불편하다’, ‘너무 울어서 음소거를 하고 봤다’ 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방송 후에 TV조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클립도 “초등부 합격자는 4명! 발표할 때마다 눈물바다ㅠㅠ”라는 제목을 사용하면서 아이들의 울음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출처: 노노카 유튜브 영상 캡쳐
지난해 11월 일본 동요 대회에서 ‘강아지 경찰’이라는 노래를 불러 은상을 수상한 무라카타 노노카의 영상이 SNS에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무수한 패러디 영상이 등장하고 한국 팬클럽이 개설되었다. 무라카타 노노카는 3세 아동으로 인형처럼 깜찍한 외모와 노래를 부를 때 나오는 귀여운 동작들로 수많은 랜선 이모, 삼촌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지난 1월 4일 첫 영상이 게시된 노노카의 유튜브 채널에는 한국 팬들의 애정과 관심에 감사 인사를 건네는 노노카의 한국말 인사도 올라와 있다. 갑작스럽게 노노카를 향한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한국 공식 팬 계정도 운영을 중단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노노카가 우동을 먹는 영상에 “한국에도 우동이 있나요?”라고 묻는 자막이 달리자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던 것이다. 노노카의 부모는 후에 “한국에는 어떤 우동이 있나요?”라고 전달하려던 것이 번역이 서툴러서 오역되었다고 말했지만 이미 도를 넘은 악플이 댓글창을 도배한 상황이었다.
정서적 학대가 우려되는 상황에 놓여지기도
육아 프로그램에 흔히 등장하는 ‘몰래카메라’ 설정 또한 아동의 숨김 없는 반응을 통해 화제성을 얻고자 하는, 아동을 상업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포맷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아동에게 직접적으로 신체적인 해를 가하지 않기에 심각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지만 학대 의도가 없었더라도 아이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칠 위험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정서적 학대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출처: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 화면 캡쳐
국제아동인권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3월 방송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가수 개리의 아들 하오가 개리가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하는 상황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개리가 체육관 관장과 대련하면서 연달아 맞는 모습을 본 하오는 울음을 터뜨렸고 후에 당시 심경을 묻는 인터뷰까지 진행되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며 아동을 ‘놀리기 좋은 상대’로 보는 시각은 시청자에서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아동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해당 방송이 ‘인권 보호’나 ‘출연’ 조항 등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가 결정되었고 후에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법정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경고로 사안이 마무리되었다.
아이를 유튜버로 양성하고자 하는 전문 학원과 강좌가 생겨나는 등 키즈 유튜버의 성장세를 보며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키즈 유튜브에서는 아동의 보호자가 곧 콘텐츠의 제작자이기도 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보호자가 아동 인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자율적인 지침으로만 경고하는 수준에 그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의 ‘추억 남기기용’으로 시작한 유튜브라고 하더라도 수익이 창출되는 순간부터 상업성을 띠기에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놀이가 어쩌면 콘텐츠를 ‘뽑아내야만 하는’ 노동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출처: '보람튜브 브이로그' 캡쳐
현재는 구독자 수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활동 중단에 들어간 ‘보람튜브’라는 키즈 유튜브 채널은 2020년 기준으로 무려 40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보람이라는 7세 아동이 주로 등장하는 해당 채널은 온가족이 함께 운영하고 있었으며 월 40억원가량의 수입을 벌어들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들은 2018년 6월 법원으로부터 아동학대 판결을 받고 보호처분이 내려진 적이 있었다. 아동이 도로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모는 영상, 출산 연기를 하도록 설정한 영상 등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아동의 사생활 보호와 잊혀질 권리는 어디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방송이나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아동의 사진이나 영상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는 SNS라는 공간이 있다. 부모가 SNS에 자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공유를 뜻하는 ‘셰어(share)’에 양육을 뜻하는 ‘페어런팅(parenting)’이 합쳐진 ‘셰어런팅’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공개된 공간에 노출된 아동은 악성 댓글이나 신분 노출로 인한 범죄의 대상에 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셰어런팅이 지닌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달 0~11세 자녀를 둔 부모 중에서 3개월 이내에 SNS에 콘텐츠를 올린 경험이 있는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녀에게 사전에 이해를 구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4.6%에 불과했다. 외국에서는 실제로 자녀가 어린 시절 사진을 SNS에 게시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8세 소녀가 어릴 적 사진을 지워줄 것을 부모에게 요구했으나, 부모가 이를 거절하자 고소를 진행했다. 프랑스에서는 당사자의 동의없이 사진을 배포하는 경우 4만 5000유로 (약 5700만원)의 벌금과 1년 징역형에 처한다.
법안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
「방송출연 아동·청소년의 권익보호를 위한 표준제작 가이드라인」/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 방송과 TV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학부모정보감시단’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아동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각종 시민단체들의 협조와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지침 확보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정보감시단은 인터넷 유해 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이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아동∙청소년 연예인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20년 6월 30일 발표된 ‘인터넷 개인 방송에 출연하는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지침’에서는 콘텐츠를 제작할 때 지양해야 하는 열 세가지 유형을 포함해서 ‘아동과 보호자에게 사전 동의 구하기’, ‘1일 6시간 이상의 생방송 진행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올해 1월 18일부터 방송 프로그램 제작 시 준수해야하는 지침으로는 「방송출연 아동·청소년의 권익보호를 위한 표준제작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고 있다. 방통위는 출연자의 건강권과 학습권, 안전 조치 등이 포함된 항목을 마련하고 ‘제작을 위한 사전조치’, ‘제작과정과 후속조치’, ‘제작진의 책임과 의무’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다.
새롭게 개정된 법안들이 자율 지침인만큼 방송 관계자들과 제작자들이 해당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다면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동 인권 감수성의 높은 독일의 경우에는 3살부터 6살까지는 8시부터 17시 사이에 최대 2시간, 6살부터 10살까지는 8시부터 22시 사이에 최대 3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지침이 세분화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방송 지침에서 1일 6시간 이내로만 기준을 정했는데, 이는 아직 아동의 연령대와 특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지점이다. 물론 후에 법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초석이자 아동 보호를 위한 공식적인 울타리로서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는 것에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아동 청소년, 보호자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당장은 강제성을 부여하는 데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지침 홍보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속 아동 향한 인식 변화 필요
도 넘은 관심과 정서적 학대,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로부터 아동을 지켜내려면 시청자와 아동의 보호자, 콘텐츠 제작자를 비롯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도덕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말 잘 듣는 착한 아동의 기준을 세우고 미디어에 출연하는 이들을 ‘어른이 원하는 아이’라는 판타지를 충족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잘못된 소비 양상은 아동의 의지와 상관없이 편집된 영상에서 비춰지는 모습으로만 쉽게 이들을 평가하게 만들거나, 혹은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진 노동을 하게끔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뿐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결정할 때 이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아동 최선의 이익’과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에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아동 의견 존중’이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아동이기에 그들만의 매력으로 방송에 출연하고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들의 의견과 권리가 피력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영국에서는 ‘샤프론’이라고 불리는 아동보호관찰관 제도가 존재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여 현장관찰관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각자가 아동 인권 감시관을 자처하며 미디어에 등장하는 아동을 단순한 오락의 대상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토대로 보호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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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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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령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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