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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퍼포먼스 일등공신’ 안무에도 저작권이 있나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11. 29. 15:31

K팝을 돋보이게 해 주는 화려한 안무들… 저작권이 인정되고 있을까?


아직은 부족한 안무 저작권 의식과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해

 

/freepik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은교 기자 = 요즘 가장 핫한 프로그램으로 얼마 전 종영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리더 계급 미션에서 댄서 노제가 만든 ‘David Guetta - 헤이 마마(Hey Mama)’ 안무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SNS에 올라온 패러디와 커버를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히트 안무를 만들어도 안무가에게 저작권 수익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BS 문명 특급 스트릿 우먼 파이터 편’에서 MC 재재는 “작곡가들은 죽어서도 저작권이 70년까지 보장되는데 안무는 그렇지 않아서 허무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안무의 저작권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출연자들이 동의하며 안무와 관련한 지속적인 수익은 없는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됐다.

 

춤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춤에도 저작권이 있다!”이다.

춤은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로 분류된다. 방송에서 보는 아이돌이 추는 안무,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나온 안무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요약하면 ‘표절이 아니어야 하고,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기존의 댄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안무가의 창조적 변형이 있고, ▲춤이 음악과 어우러져 해당 음악의 흐름에 맞게 완결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안무가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 창작물에 해당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저작물이 되어 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안무가가 만든 안무로 영리적·비영리적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창작자인 안무가에게 이용 허락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순 커버 같은 비영리적인 활동이더라도 동의를 구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춤의 저작권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2013년 싸이(PSY)가 ‘젠틀맨’의 안무에 사용한 브라운아이드걸스 ‘시건방춤’의 저작료를 안무가인 배윤정 씨에게 지불했다. 사실 ‘젠틀맨’ 사례는 개인의 저작권 의식에서 비롯된 것에 가깝고, 법적으로 안무의 저작권이 인정된 것은 시크릿의 ‘샤이보이’ 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시크릿의 소속사에서 ‘샤이보이’ 안무를 가르치고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학원에 소송을 걸어 승리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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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춤에 ‘저작권이 없다’고 하나요?

얼마 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중독성 있는 안무’로 인기를 끌었던 포텐독의 ‘똥 밟았네’ 안무는 티아라의 ‘Sexy Love’, 슈퍼주니어 ‘Sorry Sorry’, 비의 ‘깡’ 등 다양한 히트곡의 안무를 부분적으로 따 왔다. 사실 안무의 저작권이 엄격하게 인정되었다면 이런 안무는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당 안무를 방송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저작권료가 어마어마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똥 밟았네’ 안무는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저작권이 잘 보장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위에서 분명히 춤에도 저작권이 있다고 했는데, 왜 저작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다고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드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먼저 안무와 같은 무용 저작물의 창작성을 판단하는 것이 어려워서다. 해당 장르에서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춤 동작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고, 이전에 제작되었던 다른 안무와 유사성이 있을 수도 있다. 크레용팝의 ‘빠빠빠’ 안무에는 팝핑(popping) 동작과 미국 댄서 돈 캠벨(Don Campbell)이 고안한 락킹(locking) 동작이 쓰였다. 또한 후렴 부분에는 미국 댄서 미스터 위글스(Mr. Wiggles)가 만든 락킹 안무도 나온다. ‘빠빠빠’ 안무 일부는 쉽게 응용할 수 있는 춤의 기초 동작에 가깝고, 다른 일부는 돈 캠벨과 미스터 위글스의 안무를 빌려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동작을 엮은 방식, 동선 등의 요소가 모두 합쳐져 저작물로 인정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부분적으로 저작권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특정 동작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면 이후 안무 창작에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다리춤’이 안무가 A 씨의 저작물로 인정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개다리춤을 출 때마다 A 씨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개다리춤을 넣은 모든 안무는 안무가 A 씨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니, 다른 안무가들은 이 동작을 사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저작물로 등록하기 위한 과정에서도 난관이 있다. 저작물로 등록하려면 안무를 데이터화해야 하는데, 제대로 데이터화하기 위해서는 3D 모션 캡처나 각 동작을 하나하나 표현한 문서, 영상 등이 필요하다. 비용이 많이 들거나 번거로운 과정이 동반되니 안무를 등록하기도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관련 기관이나 제도가 부족하다. 음악은 음악저작권협회 등 저작권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기관, 저작권료 지급 구조 등 관련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데 춤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2014년 ‘한국 안무협회’가 출범해 제도 마련 등에 힘쓰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안무 저작권의 개념이 대중화되지 않아 안무 저작권 관련 기관의 힘이 크지 않다.

이렇다 보니 안무가는 안무를 제작하는 대가로 받는 시안비 외의 관련 수익을 받기 힘든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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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 저작권을 더 잘 보호하려면

안무 저작권 보호는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한 출발이다. 박상현 한국안무협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것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라며 “안무가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권리에 대한 공감대와 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작권이 잘 보호된다면 안무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이 생기고, 더 많은 안무가가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이는 결국 저작자의 창작 의욕을 북돋아 더 좋은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게 되고 해당 분야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무 저작권에 관해 대중에게 알리고, 안무 창작자의 권리와 이익 보호와 저작권 시스템 정립 등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 안무 저작권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그동안의 관례를 따르다 보니 안무 창작자들도 모를 수 있다. 우선 춤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것을 홍보해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다. 더불어 창작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계약서 작성 의무화 등 안무가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한국안무협회가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저작권의 적용 범위나 표절 등에 대한 기준 마련이 부족하고, 사용료 계약 등의 형태가 정착되지 않았다.

 
최근 K팝, K드라마 등 한국의 대중 예술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전 세계가 한국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여고생이 앞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다니는 이유’ 등 사소한 문화까지도 기삿거리가 되었을 정도다. K팝 특유의 화려한 퍼포먼스도 이러한 한국 문화 열풍의 주역 중 하나다. 훌륭한 퍼포먼스 창작을 통한 대중 예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국의 안무가들이 만든 춤을 보호하기 위해 안무에 저작권을 도입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해외 뮤지컬의 경우, 계약할 때 안무가의 권리를 명시하고 공연할 때마다 안무가에게 로열티를 지급한다고 한다. 이처럼 안무 저작권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안무의 특성을 고려한 제도 마련 등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안무 창작가의 노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관련 단체의 설립과 저작권 제도화가 현명하게 이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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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교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