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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정확성 VS 01% 드라마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6. 5. 20. 23:18

- ‘공정성 확보’라는 기술 관료적 효율성과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정서적 핵심’ 사이의 딜레마

게티이미지뱅크(gettyimagesbank)


내용21세기 기술 문명의 급격한 팽창은 스포츠에 ‘인공지능(AI)’이라는 정확한 관찰자의 시대가 찾아왔다. 스포츠에 기술이 개입하기 시작한 근본적 이유는 ‘인간의 시각적․인지적 한계 극복’과 ‘판정의 객관성 확보’이다.

시작은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서 도입된 ‘전자계측’ 기술이다. 단순한 물리적 시간 측정에 불구했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점점 스포츠가 고도화되며 경기 속도가 빨라지면서 심판의 피로도, 무의식적 편향, 육안 판정의 한계로 인한 오심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미식축구 등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경기 전략을 수립하고 선수의 퍼포먼스를 분석하는 단순 데이터 분석을 거쳐, 2000년대 현대적인 판정 자동화의 시초인 ‘호크아이(Hawk-Eye)’ 기술이 2001년 크리켓 경기에 처음 도입되었고, 이후 여러 대의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추적하고 예측하는 컴퓨터 기술 향상으로 2006년 테니스 경기의 라인 판독 시스템으로 확장 적용되었다.

현재는 딥러닝 기반 AI 알고리즘으로 진화하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이 적용 되었고, 2024년 한국 프로야구(KBO)에서는 세계 최초로 1군 리그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전면 도입하였다.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스포츠 현자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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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 프로야구가 도입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획기적인 결단으로 칭송받는 동시에, 인간이 구축해 온 전통적 경기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경기장은 오심을 제거하고 투명성을 높인다는 기술 관료적 효율성 아래, 경기의 리듬과 인간적 교감, 수십 년간 연마된 숙련 기술의 가치를 데이터화된 수치 속으로 매몰시키고 있다.

KBO 리그에 도입된 ABS는 홈 플레이트를 기준으로 설정된 가상 공간을 여러 각도의 카메라가 추적하여 스트라이크와 볼을 실시간으로 판정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히 인간의 시력을 보충하는 도구를 넘어,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수치적 무결성을 지향한다. ABS의 투구 추적 정확도는 99.96%에 달하며, 이는 인간 심판의 주관적 기준이나 신체적 피로도에 의해 발생했던 판정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격투 종목인 태권도와 펜싱에서도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2024년 파리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활용된 AI 분석 시스템은 국제 심판과의 판정 일치도에서 높은 수치를 보여주며 기술의 신뢰성을 증명했다. 특히 인간 심판이 육안으로 놓치기 쉬운 머리 공격이나 찰나의 접촉을 자동으로 식별함으로써 비디오 리뷰 시간을 약 81% 단축하는 비약적인 효율성을 기록했다. AI의 도입은 심판 개인의 자질에 의존하던 판정의 신뢰도를 시스템적 신뢰도로 치환하며, 판정 시비로 인한 불필요한 경기 중단과 감정 소모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회적으로 인공지능 심판 도입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명분은 ‘공정성’의 확보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며, 스포츠 심판 또한 체력 저하, 심리적 압박, 홈 관중의 편향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NBA 경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심판의 오류율은 경기 마지막 2분 동안 급격히 상승하며, 이는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축구에서도 후반전으로 갈수록 심판의 피로가 누적되어 파울 선언 횟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AI는 이러한 생물학적 한계와 감정적 동요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편향되지 않은 일관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선수와 팬들에게 ‘공정한 경기’를 제공한다. KBO 팬들의 94.6%가 ABS 도입을 인지하고 있으며, 73.5%가 ABS 제도가 리그 성장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공정성에 대한 대중의 강력한 열망을 반영한다. 인간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형태를 띠며 주관에 따라 유동적이었다면, ABS는 네모반듯한 기하학적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공정성의 기준을 물리적 수치로 고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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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가져온 무결성이 역설적으로 경기의 본질적 즐거움을 위협하는 지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심판의 도입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2023-24 시즌 VAR 평균 체크 시간은 64초로, 전 시즌(40초) 대비 50% 이상 증가했으며, 2025-26 시즌 데이터에 따르면 EPL의 평균 VAR 지연 시간은 4분 12초로 판정의 정확도를 기하기 위한 신중함이 오히려 경기의 흐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잉글랜드 축구서포터즈연합(FSA)의 2026년 설문에 따르면 약 7,000명의 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1%가 “VAR이 없는 축구가 더 낫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92%는 VAR이 “골 세리머니의 즉각적인 기쁨을 앗아갔다”는 점에 동의했으며, 오직 2%만이 VAR이 축구를 더 즐겁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노르웨이 리그 팬들은 VAR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경기의 ‘정서적 핵심’을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계적 공정성’이 스포츠가 추구하는 진정한 정의와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성찰이 요구된다. 과거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결코 심판의 무능을 옹호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포츠가 인간의 영역이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그에 대응하는 인간적 분투가 스포츠의 서사를 풍요롭게 한다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었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경기장에서 선수의 항의와 분노는 이제 ‘시스템에 대한 무지’ 혹은 ‘비합리적 감정 과잉’으로 격하된다. 판정의 ‘정확성’이 반드시 경기의 ‘정의’와 동일시될 수는 없다. 스포츠에서의 규칙은 기계적 집행을 넘어 경기의 맥락과 선수의 의도를 읽어내는 인격적 판단을 전제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심판은 오심으로 인한 불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였지만, 그 대가로 스포츠의 ‘인간미’를 지불했다. 스포츠의 매력은 인간의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나는 드라마와 투쟁에 있었다. 하지만 모든 판정이 기계적으로 완벽해지는 순간, 스포츠는 인간의 유희가 아니라 ‘데이터 최적화 시뮬레이션’으로 변모할 위험이 크다. 기술은 더욱 화려해지고 판정은 빨라지겠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인간적 분투에 대한 존중은 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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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심판의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데이터가 제공하는 정확성은 스포츠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분명 기여한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스포츠에서 ‘인간’을 지우려는 오만함이다.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는 99.9%의 정확도가 아니라, 0.1%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사적 감동에 있다. 현재 논의되는 ‘하이브리드 모델’, 즉 AI가 정밀 데이터를 제공하되 최종적인 맥락적 판단은 인간 심판이 내리는 방식은 기술의 합리성과 인간의 통찰력을 결합하는 타협점이 될 수 있다.

스포츠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경기장 안에서 알고리즘이 인간을 압도하는 풍경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 진행되는 기술적 통제와 인간 소외의 축소판이다. 인공지능 심판의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기술이 얼마나 정확한가”가 아니라 “기술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여야 한다. 스포츠의 심장인 인간의 열정과 드라마가 데이터의 파편 속에 매몰되지 않도록, 기술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멈추고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비판적 사유를 멈추지 말아야한다. 진정한 공정함은 기계의 수치가 아닌, 인간이 합의한 윤리와 서로의 분투를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상용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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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s://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