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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뽑고 팬이 키운다, '참여형 팬덤'이 만든 오디션의 진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5. 9. 9. 00:03

이젠 팬사인회 대신 투표권 구매…직접 데뷔를 결정하는 시대의 소비 방식

출처: Pexels


“누구 픽했어요?”

이 말은 더 이상 오디션 프로그램 팬들 사이의 농담이 아니다. 이제 K-팝 팬덤은 자신이 ‘선택한 연습생’의 데뷔 여부, 포지션, 센터까지 결정짓는 주체가 됐다. 응원은 클릭이 아닌 직접적인 소비와 투표를 통해 이루어지고, 오디션 프로그램은 점점 더 ‘팬 참여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Mnet <보이즈 플래닛>, <걸스 플래닛 999>, 그리고 하이브의 <R U Next?>다.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 시청을 넘어서, 팬들이 직접 유료 투표권을 구매하거나 멤버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미션 결과에 돈을 사용하게 만든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앨범이나 MD를 구매할 때마다 ‘투표 코인’을 제공하고, 그것을 연습생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참여도를 수치화한다.

이러한 구조는 ‘팬사인회 응모’와 같은 전통적인 팬덤 소비 방식에서 확장된 형태다. 단순히 이미 데뷔한 아이돌을 응원하는 데서 나아가, 데뷔 전부터 소비에 참여하며 아티스트를 함께 만드는 과정에 팬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실제로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탄생한 제로베이스원(ZB1)은 정식 데뷔 전부터 팬덤 기반이 단단히 형성되었고,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은 182만 장을 기록하며 4세대 최고 수준을 보여줬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연습생 개인의 굿즈, 개인 콘텐츠 구독권, 영상 통화권까지 등장하면서 팬이 투자하는 감정과 자금의 무게도 커지고 있다. 응모형 소비에서 지분형 소비로, 팬과 아이돌의 관계는 점점 더 밀접해지는 동시에 거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일부 플랫폼은 팬 참여 결과에 따라 실제 계약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히며, 팬들에게 실질적인 ‘의결권’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 구조는 ‘참여’라는 이름 아래 과도한 경쟁과 지출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응원 방식이 상품 구매로만 귀결되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도 “돈으로 멤버를 결정한다”는 피로감과 윤리적 회의감이 발생하고 있다. 익명성과 자율성 뒤에 숨겨진 구조는 점점 팬들에게 감정적 부담과 금전적 책임을 동시에 요구하는 양상이다.

오디션은 더 이상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그 자체가 산업의 설계도이며, 팬들은 단순한 시청자에서 나아가 투자자이자 연출자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기획사와 플랫폼이 먼저 나서 투명한 참여 기준, 지불 상한선, 데이터 검증 방식,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팬덤의 열정이 기업의 성과로만 흡수되는 구조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상호 신뢰와 존중 위에서 작동해야 할 이유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남철우 기자
deer72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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