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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부터 일반 기업까지… 팬덤 경제의 확산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2. 26. 13:51

케이팝 팬덤 위력이 기업 수익으로 연결

블루보틀, 테슬라 등 팬덤 경제에 힘입어 성장한 사례도 등장

팬덤 관리가 성공 위한 핵심 전략으로 부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흔히 ‘팬덤’이라고 하면 아이돌이나 스포츠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1세대 아이돌 전성시대라고 불리던 1990년대에는 스타를 맹목적으로 따라다니던 소녀 팬을 일컫는 ‘빠순이’라는 표현이 흔히 사용되었다. 팬들의 애정 어린 활동이 일방적이고 다소 한심한 일이라고도 평가 절하되던 때였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던 팬덤의 힘이 최근 막강해졌다. '팬(fan)'은 이제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경제활동의 적극적인 주체가 되었다. 방탄소년단의 거대 팬덤 ‘아미(ARMY)’는 자발적으로 형성된 팬덤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강력한 유대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이들은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올리고, 콘서트에 참석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콘서트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시가총액 7조 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팬덤 경제의 최대 수혜자로 불리고 있다.



아이돌 팬덤을 활용한 기업 전략

케이팝 팬덤의 위력에 IT기업들도 엔터테인먼트 회사와의 협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자사의 ‘브이라이브’와 빅히트의 ‘위버스’를 통합한 글로벌 팬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빅히트에 네이버의 기술력을 더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그동안 아이돌 덕질로 치부됐던 팬덤 문화가 이제는 새로운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며 진화하고 있다”며 팬덤 경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방탄소년단과 라인프렌즈가 제작한 BT21 캐릭터 / 출처: 라인프렌즈



일찍부터 아이돌 팬덤을 흡수한 덕에 대략 3000만 명의 글로벌 팬덤을 확보할 수 있었던 ‘라인프렌즈’의 성공 비결도 눈여겨볼 만하다. BT21은 라인프렌즈가 방탄소년단과 함께 제작한 캐릭터로, 모든 멤버가 스케치부터 캐릭터 정교화 작업까지 직접 참여했다는 데에 차별점을 두었다. 라인프렌즈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캐릭터의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도 아이돌 팬덤과 만나며 더욱 빛을 발했다. BT21의 세계관을 다룬 애니메이션 ‘BT21 유니버스 시즌3’는 누적 조회수 3천만 회를 돌파하는 등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에 힘입어 ITZY(있지), YG의 신인 그룹 트레저(TREASURE)와의 프로젝트도 체결되며 팬덤 비즈니스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일반 기업들도 팬덤 문화에 힘입어 성장

아이돌을 넘어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나는 등 팬덤 문화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에 직접 의견을 내고 참여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팬’이 되었다.

일방적으로 좋아한다는 의미가 강한 ‘충성 고객’이라는 용어보다 ‘팬슈머(Fan+Consumer)’나 ‘팬노베이터(Fan+Innovator)’로 불리는 데에는 팬이 있어야 스타가 있는 것처럼 팬과의 상호작용이 일반 기업들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출처: 블루보틀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은 전세계에 있는 커피 애호가 팬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의 성공 전략은 매장에서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만을 사용하며 숙련된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는 특별함에 있었다. 블루보틀을 좋아하는 팬이기 때문에 마실 수 있는 특별한 커피라는 점이 팬들에게 ‘나만을 위한’ 블루보틀이라는 인식을 준 것이다.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에도 팬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블루보틀은 소수의 마니아층에서부터 꾸준히 팬덤 관리를 해온 덕에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을 냈을 당시, 아침부터 2시간이 넘는 대기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화제거리가 되면서 자연스러운 마케팅 효과를 낳았다. 이처럼 한 명의 팬이 또 다른 팬을 데려와 집단의 크기를 불리는 모습은 팬덤이 얼마나 강력한 마케팅 요소인지 보여준다.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 / 출처: 연합뉴스



테슬라는 고객을 매료할 기업만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팬덤을 견고하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이다. 해당 팬덤은 CEO 일론 머스크가 주장하는 ‘세계를 지속가능한 가치로 전환시킨다’라는 메시지에 열광한다. 이들에게 테슬라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수단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믿음이 종교와도 같다며 ‘테슬람(테슬라와 이슬람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테슬라 팬덤은 신차 품질에는 만족하지 않더라도 브랜드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결점을 감수할 만큼 높은 팬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테슬라 패러독스’라고 지칭했다. 이들은 테슬라 고객들이 품질에는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이는 현상을 역설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가 ‘클럽하우스(소셜 오디오 어플리케이션)’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자 비트코인 시세가 순식간에 14.45% 급등하기도 했다.



누구나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시대

이제는 누구나 팬덤이라는 지지 기반을 딛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미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거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팬덤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기업 못지 않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자이자 경영 멘토인 팀 페리스는 저서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1000명의 팬을 확보하는 것’을 성공 비법으로 소개했다.




(왼쪽) 올리브영 라이브커머스 '올라이브' / 출처: CJ 올리브영
(오른쪽) 인플루언서 굿즈 제작 '마플샵' / 출처: 마플샵 화면 캡쳐




유튜브에서 충분한 구독자 수를 확보한 사람들이 다양한 광고 활동에 참여하거나 인기를 토대로 개인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트렌드도 팬덤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뷰티 인플루언서의 팬덤 인기를 활용한 마케팅도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전략이다. 올리브영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시도한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올라이브’는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제품 시연, 카운셀링 등의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와 함께한 방송에서는 방송 시작 1분 만에 준비된 수량이 매진되는 성과가 있었다. 크리에이터와 팬덤을 이어주는 굿즈를 판매하는 ‘마플샵’도 현재 1만 5000여명의 크리에이터가 17만개 이상의 굿즈를 제작하며 오픈 초기 대비 900%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개인이 구축한 팬덤을 토대로 인플루언서와 그들과 협업하는 플랫폼 모두 수익을 얻게 되었다.



견고한 팬덤을 구축해야 하는 시점

지난 한 해 동안 예고 없이 닥친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닥뜨리며 기업들은 예기치 못한 변화에서도 굳건한 팬심을 보여줄 고객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팬덤을 등에 업은 성공 사례 또한 속출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올해 경영 목표로 ‘고객’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실천 방안으로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을 언급하며 LG만의 팬덤을 형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저자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도 팬덤이 생기기를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인 ‘팬더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팬덤과 경제 활동이라는 낯설고도 신선한 조합을 현명하게 활용하며 고객의 참여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통 방식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이제는 단순히 제품 구매자로서 고객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크고 작은 일에 함께 의견을 내고 위기를 돌파해 나갈 든든한 팬을 모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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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령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