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창현 기자 = "대학 가면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우울하네요." 올해 서울 Y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A씨(19)는 한숨만 푹푹 내쉰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꿈꿔왔던 새내기 생활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중 아직 캠퍼스에 발조차 디뎌본 적 없는 인원이 많다. 오리엔테이션(OT)과 입학식이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전면 취소되고, 온라인 개강으로 인해 동기들과 교수님은 화면 너머로 만날 수밖에 없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20학번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까다로운 정보 얻기, 어떻게 하나요"
대학 새내기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선생님'이 아닌 '교수님', 레포트 작성법, 수업마다 다른 강의실과 동기들 등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개강 전에는 신입생들을 위한 새터(새내기 새로배움터)와 OT, MT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신입생들은 이러한 행사에 참여해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선배 및 동기들과 교류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20학번 신입생들은 그럴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서울 Y 대학에 재학 중인 신입생 A씨(19·남)와 서울 S 대학에 재학 중인 B씨(19·남)는 어떻게 정보를 얻고 있는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물어봤다.
A: (일반적인 교내 정보는) 카톡을 통해 전체 공지를 받거나 메일로 안내문을 받기는 하는데요. 안내문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보니, 선배들이나 친구들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이른바 '꿀팁'을 얻기는 불가능하죠.
B: 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죠. (웃음) 저희 과는 A네 과처럼 공지가 잘 되는 것 같지 않거든요. 정보 하니까 수강신청이 많이 생각나네요. 사실 수강신청이 대학 와서 처음 해보는 거잖아요? (고등학교 때는) 수강신청 관련 이야기들을 보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막상 대학생이 되고 아무 배경지식도 없이 수강신청을 준비하려니 걱정 100%로 바뀌더라고요. 저는 네이버나 구글에 수강신청 팁을 찾아보고 따라했어요. 서버시간을 알려주는 '네이비즘' 같은 사이트도 구글에서 찾아보다가 알게 됐어요.
자료: 대학생 시간표 애플리케이션 / everytime
A: 맞다, '에브리타임'이라는 시간표 앱도 있어요. 거기에 학교 게시판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때도 있죠. 특히 과제 제출하는 사이트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서 게시판에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많은 선배님들이 도와주시기도 했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는 학교 게시판에 '왜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의 글이 올라왔던 적이 있어요. 아직 새내기니까 모를 수도 있고 질문할 곳이 여기밖에 없는데, 그런 것은 조금 속상했죠.
B: 선배들을 직접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기는 해요.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온라인 커뮤니티뿐이니. 저도 최근에는 계절학기 관련해서 학교 커뮤니티에 물어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크게 도움을 받지는 못했어요. 결국 학교에 전화해서 물어봤죠.
"온라인 강의, 잘 되고 있나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교육부에서 비대면 수업을 강조하면서 대부분의 대학이 일부 실험·실습 과목을 제외하고 온라인 강의로 전환한 상태다. 첫 대학 수업을 집에서 듣고 있는 새내기들에게 온라인 수업 진행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B: 코로나19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것은 저도 마찬가지여서 당연히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쉬울 뿐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Zoom (줌)' 으로 실시간 화상 강의를 하는 수업이 세 개, 나머지 두 개는 녹강(녹화된 강의)을 보는 형식인데, 화상 강의는 아무래도 카메라도 켜고 참여도 간간히 하다 보니 집중이 잘 되는 편이에요. 녹화 강의는 뭔가 미루게 되더라고요. (웃음)
A: 저도 화상 강의는 두 개고 녹강 시청이 나머지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별로에요. 고등학교 4학년이 된 느낌이에요, 정말. 고등학교 때 수능 예상문제를 풀면서 EBS 인터넷 강의를 들었는데,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만 같아요. 잘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어도 교수님께 그 자리에서 질문하기도 어렵고.
B: 강의실 구경이나 해봤으면 좋겠어요. (웃음) 사실 궁금하거든요. 책상에 앉아서 다 같이 듣는 수업은 확실히 집에서 혼자 듣는 것과는 다르겠죠. 그래도 저는 전반적으로 온라인 강의 자체에 대해서는 만족합니다. 이제 적응해서 그런가? 다만 과제는 조금 줄여줬으면 하네요.
A: 과제 폭탄... (웃음) 저도 동감해요. 대부분의 강의가 출석 확인용 과제를 따로 내줘요. 그런데 출석 확인용 과제는 실제로 배워간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그냥 보여주기 식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러다보니 의욕도 안 생기고 시간도 많이 뺏기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학생회에서 출석용으로 추가 과체를 제출하는 것을 줄여달라는 요구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고 하더라고요. 학교가 그 요청을 잘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B: 2학기에는 정말 학교 가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졌으면 하고 바랄 수밖에 없는데, 뭔가 무기력해지는 기분이죠.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요"
A씨와 B씨가 입을 모아 아쉬움을 표한 것은 바로 대학가 축제 연기다. 대형 콘서트 못지않은 유명 가수들의 공연을 즐기고, 친구들과 함께 학교 응원가를 부르며 노는 것은 A씨와 B씨의 오랜 꿈이었다. 5월에 몰려있는 대학가 축제는 현재 대부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자료: 대학 축제 '아카라카' / 연세대
A: (축제가) 연기될 것은 당연히 예상했죠. 걱정되는 것은 2학기 때도 코로나 때문에 축제를 안 하지 않을까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대학 생활의 꽃이잖아요. 저 고등학교 때 공부가 잘 안될 때마다 대학교 축제 영상 찾아보면서 동기부여를 했거든요. 대학 합격하고 '드디어 내가 그 축제에 참여하겠구나' 하며 좋아했는데... 정말 많이 아쉽죠. 아마 이건 새내기나 선배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B: 저도 비슷해요. 듣다보니 생각이 났는데, 어차피 축제도 못하고 대학생활도 제대로 못 즐기니까 속된 말로 '반수 마렵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오히려 밖에 나갈 일 없는 지금이 반수를 준비하기 좋은 기회라는 거죠. 애초에 학교에 가보지 않았으니 학교에 대한 애정도 크게 없고.
A: (웃음) 저도 사실 '이참에 반수해볼까'하는 욕심이 있긴 했어요. 다들 똑같죠, 뭐.
"새내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신입생들이 우울감이나 답답함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라는지 물어보았다. 두 인터뷰이 모두 하고픈 말이 많다고 한다.
A: 학기 초에는 많이 우울했었는데, 계속 그렇게만 있을 수는 없겠더라고요. 저는 동아리 면접을 보고 합격해서 지금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어요. 면접도 화상으로 봤는데,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더라고요. (웃음) 현장에서 만나는 것은 어렵지만 온라인으로 동아리 부원들과 선배들을 만나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 중이에요. 글쓰기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니 위로가 되더라고요. 동아리나 대외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답답함을 이기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교 게시판에 모집 공지도 종종 올라오는데, 비대면 활동을 강조하는 동아리도 많이 보였어요.
B: 저는 코로나19 시기를 자기계발 시간으로 삼으려고 해요. 최근에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홈 트레이닝)'를 시작했거든요. 집에 있는 시간동안 외국어 공부나 운동을 하면서 생산적으로 보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넷플릭스 정주행도 추천합니다. (웃음)
A: 바라는 점이라면, 2학기에는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정상적인 캠퍼스 생활을 하고 싶어요.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요. 사실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미 인터넷 강의에 적응해서 굳이 학교에 안 가도 되겠다는 친구들도 꽤 있어요. 그렇지만 다들 한번쯤은 '캠퍼스 로망'을 가져보지 않았을까요? 새내기 때, 새내기라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캠퍼스에서 해보고 싶어요. 온라인 말고요.
B: 저는... 여자 친구와 손잡고 캠퍼스를 거닐고 싶네요. 일단 만나야 연애를 하든 말든 하죠. (웃음) 모쪼록 20대의 첫 시작이 무의미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는 웃음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코로나19의 위협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지금, 새내기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커져가고 있다.
Tag#새내기#대학생활#신입생#코로나19#페어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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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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