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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족보, 불법인 거 다들 알고 계셨나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1. 25. 13:31

코로나19로 온라인 시험 진행돼 더욱 극심해진 대학의 공정성 논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수지 기자 = 대학에는 ‘족보’가 있다. 족보란 강의의 시험 기출문제와 정답, 과제 등의 시험 자료를 말한다. 대학에는 이미 족보가 만연화되어있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족보를 검색하면 수천 개의 글이 쏟아진다. 시험 기간이 가까워질수록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족보 게시물은 눈에 띌 정도로 증가한다. 일명 ‘족보 거래’가 암암리에 벌어지는 것이다. 익명으로 족보를 파는 행위부터 선배가 후배에게 족보를 물려주는 것까지, 족보를 받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족보는 강의 교수의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불법이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해 준 학생 3명 모두 족보가 불법인 걸 인지하지 못했다. ‘족보가 불법인가요?’

출처: 에브리타임



실제로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에서는 ‘새내기 꿀팁’과 관련하여 족보에 대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단국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족보를 얻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족보는 선후배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로 알고 있어서 문제가 되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에브리타임’이라는 캠퍼스의 커뮤니티가 생기면서 같은 학과 선후배나 지인들끼리 음성, 종이 자료로 전해지던 족보가 서류화되며 급격히 퍼졌다. 족보를 갖는 것에 대한 불공정 논란은 커뮤니티가 발전함에 따라 끊임없이 화두가 됐다. 족보 거래는 위법 사항인 만큼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교수의 저작권 문제와 더불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시험의 문제가 기출 문제인 족보 그대로 출제될 경우 족보를 갖고 있던 학생과 족보가 없는 학생 간의 공정성 문제가 발생한다. 익명을 요구한 20학번 B 씨는 “전공 시험이 끝나고 동기들끼리 얘기하는 것을 봤는데, 시험의 족보가 있었다”며 “코로나19로 학교에 올라오지 못해서 사귄 선배들이 없었는데 동기들은 학교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선배들과 친해져 족보를 받았다.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족보 거래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족보가 돈이 된다는 것을 파악한 한 기업은 족보를 학생 대신 판매해준다. 지난 2016년에 개업한 대행업체는 인터넷을 통해 족보를 제공한다. 업체 홈페이지에 방문해 해당 과목명 또는 교수명을 입력하면 돈을 내고 족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 업체의 족보 가격은 평균 5,000~10,000원 선이다. 에브리타임과 같은 커뮤니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해당 앱의 다운로드 수는 10만 회 이상. 해당 앱에 접속해보면 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해당 과목의 등급까지 써가며 족보나 리포트를 판매하기 위해 노력한다.


출처: Pixabay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부분의 시험 문제가 교수의 창작물이기 때문에 족보를 거래 및 공유 행위는 저작권법 중 어문저작물 등을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있는 족보를 바탕으로 창작을 가미해 새로운 저작물을 만드는 것은 이차적 저작물 작성에 해당한다”라며 “창작을 가미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충북대에 재학 중인 C 씨는 족보에 대해 “대학에서 1년 동안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수업 시작 전 교수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수업을 마음대로 녹화하거나, 2차 가공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배포하지 않을 것’이었다”라며 “족보도 이와 같다. 단순히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불법’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재학 중인 D 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후배들에게, 동기들에게 베푼다는 명목하에 불법을 저질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족보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교수의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미 우리 일상에 만연화된 ‘족보 문화’, 이를 개선하려면 교수, 학생, 학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수는 학생들이 족보로 인해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매년 시험 문제를 다르게 출제해야 한다. 또한, 학교 측은 ‘배움을 추구하는 곳’이라는 일차적 목표에 맞게 학생들이 제대로 된 학문을 공부할 수 있도록 족보 즉, 기출문제 유포에 대한 조치를 강력하게 취해야 한다. 학생들도 족보가 불법인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제작해 유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 저마다 법과 윤리 의식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행위들이 모이면 ‘지식의 요람’인 대학의 의미를 다시 복원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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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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