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투자
타 아시아 국가보다 경쟁력을 가진 K-드라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현우 기자 = 전 세계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투자가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대부분의 산업이 얼어붙은 가운데, 유독 한국 드라마와 콘텐츠 시장에 투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드라마를 향한 인기와 그 이유를 알아보자.
먼저 중국이다. 작년 12월 중국의 IT 기업 텐센트는 '부부의 세계'를 제작한 국내 드라마 제작사 JTBC 스튜디오에 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지현이 출연하는 tvN 드라마 '지리산'은 방영도 전에 중국의 아이치이가 해외 판권을 독점 구매했다. 아이치이의 경우 MBC '나를 사랑하는 스파이', SBS '편의점 샛별이'(2020)와 tvN '간 떨어지는 동거'(2021) 등 지난해에만 30편이 넘는 한국 드라마의 해외 판권을 사들인 바 있었다. 중국은 판권이나 제작 외에 드라마 내부 광고에도 관심이 있다. 중국 유명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과 식품 브랜드 즈하이궈는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여신강림' 제작을 지원했다. 이러한 현상은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방영되지 않고 있는 드라마들이란 점에서 오히려 한국 입장에서 갸우뚱할 정도의 인기이다.
7일 넷플릭스과 다년 임대 계약을 맺은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에 위치한 콘텐츠 스튜디오/ 출처: 넷플릭스
해외 거대 OTT 기업들도 한국 드라마와 콘텐츠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일찌감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오던 넷플릭스는 판을 더 키우기로 했다. 1월 7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에 위치한 콘텐츠 스튜디오와 다년간에 걸친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2015년 이후 약 7700억 원 가량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넷플릭스가 앞으로도 한국 콘텐츠 시장에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을 시사한 것과 같다. 동시에 넷플릭스가 광폭 행보를 이어가자 한국의 OTT 기업인 웨이보, 카카오, 왓챠 등도 지지 않겠다는 듯 한국 드라마와 콘텐츠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의 디즈니 플러스 OTT 서비스도 한국의 출시와 덧붙여 한국 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가 된 한류와 코로나 시대의 드라마.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발간한 '2014년 한류백서'에는 응답자의 50%가 이미 한류가 끝났다고 대답했으며 대부분 응답자(85.8%)가 4년 이내(2018년 이내)에 한류가 사라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2021년 한류는 절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한류라는 용어는 동아시아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아이돌 그룹이나 드라마에 큰 인기를 끌며 생겨난 신조어였다. 2021년 한류는 이제 음악, 게임, 영화, 드라마 등 거의 모든 문화 산업을 내포하고, 향유하는 국가 역시 단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졌다.
특히 2010년대부터 유튜브와 같은 세계 공통 플랫폼의 등장, 타 인종에 대한 거부감 감소 등 세계화는 문화 한류에 속도감을 붙였다.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포함 4관왕이란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서양 외의 작품이 칸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또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 2부작은 해외 박스오피스에서 유의미한 흥행을 이뤘다. 음악의 경우에는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국 노래 최초로 ‘빌보드 HOT 100’ 10위 이내, 한국 노래 최초로 33개국 이상의 공식 차트에서 1위, 2010년대 빌보드 통합 스트리밍 차트 1위 등 기록을 휩쓸었다. 이후 방탄소년단이 2020년 신곡 ‘Dynamite’를 통해 21세기 최초로 빌보드 차트 HOT 100에서 1위를 한 아시아 아티스트가 되었다.
방탄소년단 'Dynaite' 조회수 6억 감사 포스터/ 출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의 한류가 심상치 않다. 과거에도 한국 드라마의 한류는 있었다. 대표적으로 2001년 전광렬 주연의 ‘허준’, 2002년 배용준 주연의 ‘겨울연가’, 2003년 이영애 주연의 ‘대장금’이 2000년대 초 한류 드라마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처럼 과거와 달리 동서양, 특정 국가를 가리지 않고 대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글로벌 OTT 서비스 넷플릭스가 있었다.
2015년부터 한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콘텐츠 제공을 진행 중인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한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아시아권 7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차지했고, 일본에서는 2∼3위를, 남미 전역에서도 10위권에 올랐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종합 순위에선 6위까지 올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시즌2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인도의 '오늘의 Top 10'에 안착했고,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다른 한국 드라마도 넷플릭스 인기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렇듯 과거부터 이어진 한류는 문화가 되었고, 전 세계에 한국 콘텐츠가 통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19 때문이다.
2020년 5월,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및 폐쇄 조치를 취하자 상대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덜하였던 한국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넷플릭스도 당시 코로나 19 확산에도 가장 안전한 콘텐츠 제작 현장으로 한국을 소개하며 투자를 약속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는 LA타임스 기고를 통해 촬영이 가능한 국가가 몇 안 되며 그 중에서도 한국만이 현장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는 방침에 따라 정상적으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 감독과 작가가 창작의 자유를 통해 지금까지 어려웠던 이야기를 선보이도록 돕고 있다.” 며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사이트 통계
한류 열풍의 선두 영화 시장의 어려움도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 19 이후 2020년 영화계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와 예약 사이트인 오픈 테이블은 지난해 전 세계 영화 티켓 매출이 전년 대비 42.1% 감소한 78억 1000만 달러(약 8조5831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코로나 19 충격: 2020년 한국영화산업 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관객 수와 매출액은 전년 대비 70% 넘게 줄었다. 특히 지난달 매출액은 전년 대비 90% 급감했다. 사실상 전 세계 영화 시장 및 한국 영화계가 영화를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경우는 TV 프로그램 또는 OTT 시장을 통한 제작 및 배급이 가능하므로 자연히 투자가 쏠릴 수밖에 없다.
타 아시아 국가들의 콘텐츠 제작 약점
2000년대 이후 일어난 세계화는 이제 국가 내에서 제작하고 소비하는 문화 콘텐츠가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문화 콘텐츠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전 세계 기업들의 경쟁이 붙은 OTT 시장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고 지배할 수 있는 콘텐츠 찾기에 혈안이다. 따라서 2020년 12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에 2020년 대비 2배 수준인 1조 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해당 발표 후 OTT 업계는 넷플릭스가 2020년 한국 콘텐츠 제작에 약 3000억 원 가량 투자한 것을 고려해 1조 원 중 6000억 원 가량이 2021년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의 다양한 콘텐츠 제작 국가들을 생각하면 대다수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런 투자가 가능한 것은 타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보다 콘텐츠 제작의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내 정부 정책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먼저 2018년부터 진행된 미·중 무역 분쟁과 그의 연장선에서 진행된 서방 국가들의 중국 투자 금지가 가장 크다. 당장 1월 7일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는 중국의 3대 통신사에 대한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대해서도 투자금지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 주도의 중국 투자 금지 정책은 중국이 어마 무시한 콘텐츠 시장을 가졌음에도 투자를 꺼리게 하는 이유이다.
7일 부로 상장 폐지된 차이나 텔레콤/ 출처: 차이나 텔레콤 공식 홈페이지
중국이 추구하는 공산주의도 표현의 자유를 막아 콘텐츠 생산의 한계를 가진다. 현재 중국 내부에서 제작되는 대부분의 콘텐츠들은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뉴스 출판 라디오, 텔레비전 총국에서 검열하고 있다. 이곳에서 공산당 이념에 맞지 않거나 중국에 부정적인 내용 또는 작품이 금지되며 이러한 검열에 대해서 문제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중국 내부에서 제작되는 영화나 드라마가 중국 내부에서는 흥행이 보장될 수 있으나. 해외 시장에서는 의문부호가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중국 시장을 겨냥하여 중국 자본을 끌어들인 2020년 디즈니의 영화 뮬란이 순제작비 2억 달러를 지급했음에도 월드 와이드 수입 6600만 달러에 그쳐 흥행에 참패했다. 심지어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발언 및 작품 내부의 중화우월주의로 평론가들에게 날 선 비판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 내부에서도 자국 콘텐츠 제작이 아니라 한국에 제작 및 광고 투자를 통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시장에 투자하는 우선순위가 다르다. 2020년 12월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귀멸의 칼날’은 코로나 19 와중에도 역대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다. 이전 기록은 역시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었다. 이렇듯 일본 시장은 애니메이션 시장에 관한 관심이 높고 해외 시장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2013년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만화 시장 규모는 30억 9000만 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며 그 인기도 상당하다. 자연히 해외 기업의 투자도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계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으며, 일본 내부에서도 영화, 드라마의 글로벌화 보다는 세계 만화 시장 1위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하고 있다. 그 예시로 2020년 10월 일본 넷플릭스 탑 10에는 애니메이션 5작품, 한국 드라마 4작품, 할리우드 영화 1편이 차지하는 모습이 나타났으며, 2020년 9월 넷플릭스 간담회에서는 앞으로도 일본 애니메이션 비중이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후반기 일본 넷플릭스 TOP 10 순위 캡처/ 출처: 넷플릭스
또한 기존에 제작된 명작 일본 드라마와 영화의 상당수 판권이 현재 특정 OTT 업체에 독점 계약이 되어있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예를 들어 2014년 일본의 텔레비전 방송망 HJ 홀딩스가 일본 훌루 OTT 서비스를 인수하면서 대다수의 일본 드라마 판권이 홀루 독점 계약으로 전환되었다. 또 현재 한국에 서비스되지 못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일본 민영 방송국 TBS 드라마들을 독점 계약하면서 해당 두 OTT 기업이 아닌 이상 일본의 드라마와 영화를 거의 서비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 홍콩 넷플릭스와 대만 넷플릭스 랭킹/ 출처: 한화투자증권
동남아 국가들은 세계와의 시장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2018년 말 OTT서비스 '드라마피버', 그리고 올해 초 '훅'이 차례로 무너졌다. 한화 투자 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동남아 국가의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시장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자국 콘텐츠 기업의 몰락은 자국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게 만든다. 반대로 2020년 후반기 넷플릭스 동남아 주요국 TOP 10은 한국 드라마 ‘더킹’,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청춘기록’, ‘스타트업’ 등이 휩쓸며 한류 콘텐츠들이 더 많이 선택받는 모습을 보인다. 해외 기업들 입장에서는 동남아 국가에 콘텐츠 제작을 맡길 기업도 부족하며, 차라리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작품을 제작해 배급하는 것이 더 큰 흥행이 되는 것이다.
더 큰 잠재력을 가진 한국 드라마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출처: 넷플릭스
지난달 18일 선보인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공개와 동시에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호주,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등 70개국 이상에서 '오늘의 Top 10'을 기록하며 'K-몬스터' 신드롬을 이끌고 있다.
에이미 레인하드 넷플릭스 스튜디오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은 "영화와 시리즈를 아우르는 K-콘텐츠의 성장에 대한 투자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새로운 콘텐츠 스튜디오와 함께 다양한 한국 콘텐츠 제작은 물론, 한국 창작 업계의 수준 높은 전문가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는 한국 진출을 선언하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미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어 한국의 쿠팡 플레이도 새로운 도전장을 제시하여 한국 드라마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발맞춰 한국의 콘텐츠 기업들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 JTBC스튜디오가 텐센트로 부터의 1,000억 원 외 총 4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에 해당 기업 주가도 크게 요동쳤다. 그 밖에도 스튜디오 드래곤, 카카오 M 등 다양한 콘텐츠 회사들이 공격적인 투자 및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지금이 어쩌면 한국의 기존 기업들이 기대 받고있는 수준 높은 드라마와 영화를 꾸준히 제작해 새로운 한류를 이끌어 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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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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