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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미국은 열광하고 한국은 외면한 이유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6. 2. 4. 17:08

북미에선 ‘기생충’ 잇는 역대급 돌풍, 국내선 ‘300만’ 벽에 막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국내외 시장에서 극명하게 엇갈린 성적표를 거두며 2026년 한국 영화 산업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작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지만, 정작 안방인 국내 시장에서는 거장의 이름값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영화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NEON


해외에서의 열기는 수치로 증명된다. ‘어쩔수가없다’는 현재 월드와이드 수익 3,514만 달러(약 520억 원)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익 구조다. 전체 수익의 74.1%인 2,604만 달러를 해외에서 벌어들였으며, 북미 수익 역시 910만 달러(약 135억 원)를 기록해 당초 예상치였던 1,000만 달러 고지를 눈앞에 뒀다. 이는 ‘올드보이’를 포함한 박 감독의 역대 북미 개봉작 중 최고 수치다. 이로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북미 흥행 역대 2위 한국 영화 등극을 예고했다.

©NEON


이러한 흥행은 배급사 네온(NEON)의 전략이 주효했다. 네온은 ’기생충‘, ’슬픔의 삼각형‘ 등 칸 영화제 수상작들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젊은 시네필 층을 확보한 회사다. 톰 퀸(Tom Quinn) 대표는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한국 콘텐츠의 가치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마케팅에 녹여냈다.

이는 A24가 구축한 '아트하우스' 시장의 확장과도 맞닿아 있다. A24가 ‘유전’, ’애프터 양‘ 등을 통해 예술성과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잡은 것처럼, 미국 관객들은 박찬욱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 서사적 문법을 세련된 문화 자산으로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이 영화는 누적 관객 294만 명에 그쳤다. 박찬욱이라는 브랜드와 이병헌, 손예진 등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흥행에는 실패한 셈이다.

한국 영화 시장의 침체 원인은 여러 가지다. 첫째, 관람 행태의 변화다. 코로나19 이후 관객들은 확실히 검증된 영화만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둘째는 극장 스크린의 양극화다. 수익성이 악화한 극장들은 흥행 가능성이 높은 '텐트폴' 대작 위주로 스크린을 배정하고, 나머지는 안전한 재개봉 영화로 채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 규모의 축소다. 팬데믹 이전 세계 4위권이었던 한국 영화 시장은 현재 9위권으로 밀려났으며, OTT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 중이다. 겉으로는 여전히 1조 원대 매출 시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작비 상승과 관람료 인상으로 인해 '손익분기점' 달성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 상태다.

©찬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예술영화 수입 배급사 '찬란'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악마와의 토크쇼‘, ’존 오브 인터레스트‘, ‘서브스턴스’ 등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 소지섭이 14년째 묵묵히 투자를 지속하며 버팀목 역할을 하는 점도 고무적이다.

결국 한국 영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다양성의 회복에 달려 있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인구수가 적어 예술영화 시장의 자생력을 확보하기가 훨씬 어렵다. 현재처럼 천만 관객을 겨냥한 대형 블록버스터에만 자본과 스크린이 쏠리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시장의 체력을 갉아먹는다. ‘어쩔수가없다’가 보여준 미국 시장의 열광은 한국 영화가 지닌 예술적 가치가 여전히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임을 증명한다.

이제는 한국 영화계가 블록버스터 위주의 편중에서 벗어나 중소 규모 영화와 예술영화가 숨 쉴 공간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보인다. 극장은 단순한 상영관 수 확보를 넘어 관객의 세분된 취향을 공략하는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정부와 업계는 독립영화와 거장의 신작이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술영화와 대중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취향이 존중받을 때, 한국 영화는 비로소 팬데믹 이전의 활기를 되찾고 진정한 재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하윤 기자
bmocake@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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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s://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