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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영업비밀, '확률형 아이템' 논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1. 3. 4. 04:25

정치권의 규제 시도로 반발하는 게임 업계

확률 공개를 요구하는 소비자들, 갈등의 끝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출처 : 넥슨 '메이플 스토리' 커뮤니티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지환 기자 = 지난 2월 25일 오전 국회에 "카지노는 확률공개, 메이플은 영업비밀, 확률조작 해명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트럭이 등장했다. 문구 속 '메이플'은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뜻한다. '확률조작'은 최근 게임계에 등장한 '확률형 아이템 습득'과 관련한 문제를 의미한다.

트럭이 국회에 등장한 25일은 확률형 아이템 습득률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뿐만 아니라 '페이트 그랜드오더', '리니지 2M', '세븐나이츠 2'까지 굵직한 게임들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은 무엇일까?

 

제공 : pixabay

 

 


여러 규제 속에서도 버텨온 확률형 아이템

확률형 아이템은 일명 ‘뽑기’라고 불리는 ‘가챠’ 형태의 아이템을 말한다. 일정 확률로 좋은 아이템을 뽑을 수 있으며, 운이 좋은 소비자는 몇 번의 뽑기로 매우 오랜 시간 게임을 한 이용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의 시초는 게임 '메이플 스토리'다. 2003년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메이플 스토리는 확률형 아이템이 큰 인기를 끌자 2005년에 한국에도 도입한다. 한시적으로 판매를 했던 확률형 아이템은 성공을 거두고 상시 판매를 시작했다. 메이플 스토리의 성공기를 지켜본 다른 게임 회사들 또한 너도나도 확률형 아이템 사업을 시작한다.

단순히 아이템, 펫, 아바타로 수익을 얻었던 게임 업계에 다른 방식의 수입원이 생겨난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이제 확률형 아이템이 '없는' 게임을 더 찾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아예 확률형 아이템에 주력한 게임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논란도 여러 차례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은 대부분 '유료'로 진행되는 동시에 말 그대로 '확률'형이기 때문에 사행성 논란 등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당첨 확률이 비공개이고, 확률조작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러한 논란에 따라 지난 2010년, 한나라당의 안형환 의원은 게임 '마비노기'를 예로 들며 ‘"기관의 눈을 피해 시행하는 사행성 이벤트를 체크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어 2011년에는 한나라당의 이철우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강력한 행정처분 및 징계를 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밝힌다.

이외에도 게임물등급위원회, K-IDEA,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게임과 관련된 기구에서 여러 번 자율 규제안을 발표했으나, 회사의 판단으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속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제공 : pixabay

 

 


정치권의 강력한 규제 시도, 반발하는 게임 업계

최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의원 17명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일부가 아닌 '전면' 개정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2006년 게임법 최초 제정 이후, 2015년에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고시' 수정만 있었을 뿐 별다른 개정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이전과 차원이 다른 높은 수준의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인 것이다. 게임법을 대표발의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 아이템 법률 규제가 두려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에 대한 법제화에 반대하는 가운데, 이 의원은 "아이템 획득 확률 공개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라며 협회 측의 전향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게임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고 자율규제는 구색용 얼굴마담이 됐다"고 비판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 역시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황 장관은 2월 26일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제화를 담은 게임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안다"며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은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게임 업계는 법제화보다는 자율 규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임업계의 이익단체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최근 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의원실에 제출했다. 이 의견서에는 불명확한 개념 및 범위 표현으로 사업자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점, 기존에 없던 조항을 다수 신설해 의무를 강제한다는 점, 타법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한다는 점 등이 담겼다. 또한 협회는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이고,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여 연구해야 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대표적 영업비밀이며, 개정안 제2조 제13호, 제59조 등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및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모두 공개하게 하여 영업비밀이라는 재산권을 제한하므로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메이플스토리 인벤 커뮤니티에서 '0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유저들

 

 


시위, 청원, 챌린지, 행동하는 소비자들

게임을 직접 진행하며 확률형 아이템을 소비했던 유저들은 업계를 향한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게임 커뮤니티인 인벤에서는 트럭 시위에 이어 '한도 0원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한도 0원 챌린지'는 넥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월 충전 한도 설정 기능을 통해 본인의 계정의 캐시 충전 한도를 0원으로 만드는 운동이다. 더 이상 게임에 추가 지불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및 모든 게임 내 정보의 공개를 청원한다'는 게시물까지 올리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3월 2일 기준 32,142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자는 '1. 확률형 아이템의 전면 규제 및 확률에 대한 전면 공개와 2. 소비자에게 필요한 모든 게임 내 정보의 수치화 및 공개 의무가 필요함을 강력히 역설하며 청원합니다'라며 확률형 아이템의 투명한 확률 공개를 요구했다. 

이번 논란에 게임을 즐겨 했던 한 유저는 "그동안 재미있게 게임을 잘 해왔지만 연속되는 문제 상황에도 유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점이 정말 실망스럽다. 이번 일로 인해 추억도 다 털어버린 것 같다"라는 의견을 표했다. 또 다른 유저는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 형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즐거우려고 한 게임인데 오히려 기분이 상한다"라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비판했다. 

 

메이플스토리 측 사과문/ 출처: 메이플스토리 공식 홈페이지

 

 


업계의 사과문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해 

연이은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사과문을 올린 게임 업계도 있다. 지난 3월 1일 공식 홈페이지에 넥슨 '메이플 스토리' 측은 "메이플스토리를 아껴 주시는 많은 분께 죄송합니다"라며 유저들에게 사과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를 사랑해 주시는 고객님의 뜻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 추가 옵션 사태에서 보여드린 저의 부족한 결정과 대처에 대해 지난 의사결정 과정을 돌이켜보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진심으로 사죄드리려고 합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메이플 스토리는 앞서 2월 19일에 사과문과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유저들의 냉담한 반응만 이끌어냈다. 이번 사과문에도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유저는 "넥슨 경영진의 디렉터 총알받이 세우기다.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라는 의견을 표했다. "이제서야 사과문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확률을 제대로 명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논란에는 법제화가 진행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확률형 아이템이 큰 소비를 이끌고, 게임 업계에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다. 그러나 소비자들도 재미있는 선에서 즐기고 싶은 것이지, 도박이 떠오를 정도로 과금을 유도하고 확률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 형태는 불편하게 만든다. 시대가 바뀌며 행동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또한 법도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이번 논란이 게임 업계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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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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