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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시스템을 이용한 암표 거래, 여전히 대책 없나?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2. 2. 23. 16:07

여전히 기승부리는 암표매매, 원인은 ‘매크로’ 시스템

암표 거래 사기피해에 곳곳에서 앓는 소리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이효진 기자 = 지난 15일, 뮤지컬 ‘데스노트’의 피켓팅(피가 튀기는 전쟁같은 티켓팅)이 시작되었다.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전 회차, 전석매진을 기록했으나 불과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 뮤지컬 ‘데스노트’의 명당석을 판매·양도한다는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출처: ‘중고나라’ 캡처

 


공식 예매처에서 판매하고 있는 뮤지컬 ‘데스노트’의 VIP석 가격은 15만 원이다. 그러나 이 날(15일) ‘중고나라’에 올라온 뮤지컬 ‘데스노트’의 VIP석 1층 중앙블럭 3열 티켓은 무려 7만 원을 더한 22만 원에 판매되었다. 공연은 뮤지컬 배우가 하는데 이득은 애먼 암표 거래자들이 취하는,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암표 거래는 왜 발생하는가?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은 바로 ‘매크로(macro)’ 시스템에 있다. 일반적으로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선 예매처에서 미리 설정해놓은 예매 절차의 각 단계를 빠르게 입력해나가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매크로’ 시스템은 미리 설정해놓은 하나의 키 입력 혹은 마우스 클릭만으로 각 단계를 빠르게 지나갈 수 있게 한다. 암표 거래상들은 바로 이 ‘매크로’ 시스템을 이용해 좋은 좌석을 대량으로 선점함으로써 중고거래 사이트에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팔고 이득을 얻는다. 이러한 티켓은 일명 ‘플미(프리미엄 티켓)’, 그런 티켓을 파는 사람들은 ‘플미충(프리미엄+벌레의 합성어)’이라고 불린다.  

‘매크로’ 시스템을 이용해 판매되고 있는 암표를 과연 누가 구매할까 의아해할 수 있지만,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암암리에 암표 거래를 행하고 있다. 실제로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플미’를 구매해 본 적이 있다는 20대 여성 A씨는 “인기 있는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은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이왕 한 번 보는 거 뒷자리에 앉아서 볼 바엔 그냥 4~5만원 더 주고 ‘플미’를 구매하는 게 차라리 낫다.”라고 밝혔다. 


암표 거래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되고 있나? 

현재 암표 거래에 관한 법적 처벌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암표 거래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포함해 대부분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은 오프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만을 규정하고 있고, 이마저도 ‘경범죄처벌법’으로 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전부이다. ‘매크로’ 시스템의 상황도 불법으로 간주되지 않아 제대로 처벌조차 받지 못한다. 사실상 우리 사회는 암표 거래 문화 및 ‘매크로’ 시스템에 대해 방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모습은 단연 공연·예술계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고속열차표에 대한 암표 거래 문제도 매년 명절 때만 되면 끊임없이 대두한다. 암표상인들은 명절 시즌의 고속열차표가 오픈되면 ‘매크로’ 시스템을 이용해 티켓을 전부 사들인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수법을 이용한다. 고속열차표의 암표 거래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2011년 ‘기차 암표에 대한 처벌 및 단속법’이 생겼으나 당시 국토교통부는 단속에 관한 세부규정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누가, 어떻게 기차 암표를 단속할 것인지에 관한 세부규정이 없는 단속법은 기차 암표 거래가 지금껏 이어지게 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기차 암표 단속법에 이어 2020년에는 공연·예술계의 암표 거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연법 개정안’이 새롭게 개정되었다. ‘공연법 개정안’에 제 4조의2(입장권 등의 부정판매 방지 노력)를 신설했고, 이 조항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공연의 입장권·관람권 또는 할인권·교환권 등의 부정판매를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부 규정 없이 추상적이기만 한 이 조항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암표 거래를 막는 것은 역시나 불가능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매크로 및 암표 거래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암표 거래의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매크로’ 시스템을 완전히 제재할 수 있는 기술이나 법적인 제도는 현재 마련되어 있지 않다. 티켓팅 사이트 측에서는 이에 대한 방편으로 티켓 예매 과정에서 보안문자 입력이나 ‘로봇이 아닙니다’와 같은 여러 인증 절차들과 예매 대기 시스템을 도입해 왔지만, 여전히 ‘매크로’ 시스템의 벽은 단단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크로’ 및 암표 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① 예매처의 상시 모니터링

우선 예매처의 상시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암표 거래가 의심되는 티켓에 대해서 예매자에게 신분 확인을 요청하거나, 불법적인 수단의 이용이 확인될 경우 강제적으로 티켓을 취소시키는 것이다. 암표 거래에 대한 신고를 접수받는 창구를 예매처 홈페이지에 운영하는 것도 암표 거래 근절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해법이다.

② 제작사 및 주최 측의 개입

제작사 및 주최 측에서 관람 당일에 티켓 예매자와 관람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 2019년, 부산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팬미팅에서는 암표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서 공연 당일 날 예매자와 관람자가 일치하지 않으면 입장을 제한시켰다. 물론 당시 이에 대한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관객들에 대한 충분한 공지와 동의가 선행된다면 이와 같은 방법도 암표 거래를 억제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③ 대중들의 참여와 의식 개선

무엇보다 암표 거래 근절에는 시민들의 참여와 의식 개선이 중요하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플미’를 판매하겠다는 글 못지않게 구매하고 싶다는 글 역시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대중들은 ‘매크로’가 불법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단 한 번의 편의를 위해서 ‘플미’를 구매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대중들의 ‘플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암표의 공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중들은 공정한 티켓팅과 합리적인 가격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공연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콘텐츠산업은 이제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있다. 그러나 사회적 제도와 시민의 의식은 여전히 예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준 높은 공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암표 거래의 주 원인인 ‘매크로’ 시스템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하며, 동시에 예매처와 공연 주최 측 및 시민들의 참여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암표매매 문제는 우리 사회에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고질적인 문제이다. 콘서트나 뮤지컬 등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싶어 하는 팬들의 순수한 마음을 악용한 암표 거래는 이제 근절되어야 한다.

Tag#암표거래#매크로#티켓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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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