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매력으로 각인되고파... 차기작에선 파격적인 역할 도전하고 싶어"
14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일일극을 성공적으로 완주하며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배우가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첫 번째 남자>에서 무한 긍정의 아이콘 오태평 역을 맡아 안방극장에 밝은 에너지를 선사한 배우 이기창이다. 선배 배우들과의 끈끈한 호흡 속에서 캐릭터의 결핍과 아픔까지 세밀하게 채워 넣으며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인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층 더 단단해진 기본기와 즉흥적인 창의력을 증명해 보였다.
연극 무대에서 다져온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노래와 기타 연주, 러닝과 웨이크보드에 이르기까지 다재다능한 면모와 성실한 습관으로 흔들림 없이 극을 이끌어온 이기창. 앞으로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매력을 지닌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진솔한 연기 철학과 무대와 매체를 아우르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포부를 들어봤다.

배우 이기창 / 제공=심스토리엔터테인먼트
Q. 140부작 연장 속 오태평의 긍정 에너지가 전달된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A. 긴 시간 같이 연기한 선배님들과의 호흡이 비결인 것 같습니다. 사실 캐릭터는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같이 존재하는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내 주기도 한다고 생각거든요. 태평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같이 연기했던 백호(윤선우 선배), 장미(함은정 선배) 등 든든한 선배들이 진심을 다해 같이 연기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A. 사실 대본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태평이는 친어머니가 살아 계시지 않는다고 설정을 했어요. 그래서 엄마에 대한 결핍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을 했고, 그 결핍을 새엄마인 숙희와 새로 생긴 동생인 장미를 통해 채워 나가며 밝은 친구로 잘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극 중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데, 과연 이런 밝고 긍정적이고 단순 무식한 친구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표현할까? 그리고 이 일을 어떻게 이겨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대본에 나와 있지 않는 그런 사이사이들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남자 태평이를 연기한 배우 이기창 / 제공=심스토리엔터테인먼트
Q. 실제 이기창 배우와의 싱크로율과 매력이 잘 녹아든 장면은 언제였는지
A. 태평이와 저의 싱크로율은 30% 정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 평소 성격은 친한 사람과 있을 때는 말도 많이 하고 밝고 긍정적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좀 진중하고 차분한 편이거든요. 조금은 소심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디션 볼 때도 제가 갖고 있는 태평이와의 비슷한 면모인 그 30%를 잘 극대화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매력이 가장 잘 녹아든 장면은 아무래도 백호와 같이 있는 씬들,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씬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백호와 같이 있는 씬은 진짜 친한 친구와 같이 있다고 생각하고 대화하고 장난치기도 해서 재밌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렇게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옆에서 도움을 준 백호(윤선우 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태평이가 진짜 가수는 아니고 가수의 꿈을 꾸는, 아직은 실력이 조금 부족한 친구이기 때문에 그런 완성되지 않은 면모를 재밌게 연기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장면들에 제 매력이 가장 잘 녹아들지 않았나 감히 생각해 봅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발견한 스스로의 새로운 강점은 무엇인지
A. 말씀대로 정말 많이 성장을 했는데요. 배우로서 제가 느낀 새로운 강점은 기본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창의력(?). 사실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일일 드라마 특성상 촬영 시간도, 대본을 준비하는 시간도 여유롭지만은 않았는데, 그런 바쁜 촬영 현장 속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미약한 기본기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덕분에 그 기본기가 더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또한, 배우로서 갖추어야 할 즉흥성과 창의력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습니다. 재밌는 신을 찍을 때 감독님께 허락을 구하고 더 재밌게 마무리해 본다든지, 대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감독님 및 상대 배우와 의논하여 더 입체적인 장면을 만들어 보는 등 그런 과정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Q.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로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사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 본래 성격이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거나 분위기 메이커는 아니라서..ㅎ 현장의 진정한 분위기 메이커는 오현경 선배님이셨던 것 같습니다. 방대한 대사량과 타이트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시면서도 주연 배우이자 리더로서 현장에 계신 모두를 잘 챙겨 주시고, 굉장히 몰입감 있는 연기를 보여 주셨거든요. 그리고 가끔 던져 주시는 위트 있는 농담들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주연 배우가 되고 경험이 쌓이면 저런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세트 마지막 촬영 날 단체 사진을 찍는 시간이 있었는데, 선배님께서 단역 배우분들 한 분 한 분을 직접 챙기시며 "누가 안 왔다, 빨리 와서 같이 찍자"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마지막 단체 사진을 보면 그날 출연하신 단역 배우님들은 물론, 그 전 회부터 그날까지 함께해 주셨던 분들까지 전부 다 사진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선배님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고,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 남자 태평이를 연기한 배우 이기창 / 제공=심스토리엔터테인먼트
Q. 연극 무대 경험이 매체 연기에서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그간 쌓아온 기본기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무대에 계속 서다 보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과는 다르게 저 멀리 계신 관객분들까지 저의 에너지와 말, 감정을 전달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전달력들이 쌓였고, 동시에 매체 연기를 겸하면서 그 중간 지점을 계속 찾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돌이켜 보니 제가 다져온 경험들이 헛되지 않았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음악적 다재다능함이 연기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A. 사실 기타 실력이 수준급은 아니고요. 악보를 보지 않고 기본적인 코드를 진행할 수 있는 정도, 친구들과 술 한잔하며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연주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노래의 경우, 대학교 때 워크숍으로 뮤지컬 그리스의 주인공인 대니를 연기했었고 2019년 연극 무대로 데뷔했을 때도 음악극으로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 꾸준히 작품 속에서 노래하는 역할을 종종 맡게 되었습니다.
사실 배우는 뭐라도 하나 더 잘하면 좋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너무 음치나 박치였다면 가수가 꿈인 태평이를 연기할 수 없었을 테고, 다음 작품에서 액션 연기가 필요한데 제가 할 줄 모른다면 캐스팅되기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배우는 무언가 하나라도 더 잘하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노래할 때 감정을 넣는 것, 즉 노래하면서 연기하는 과정이 굉장히 짜릿하고 재밌어요. 가수나 무용수 등 다른 예술을 하시는 분들도 전부 무언가에 굉장히 몰입하고 감정을 담는 일을 하시는 거잖아요. 노래에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아주 즐거운 작업이고, 확실히 음악이 연기에 더 좋은 시너지를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Q. 도전해보고 싶은 뮤지컬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A. 아직 제 실력으로는 부족하겠지만, 대극장 뮤지컬을 생각하면 <헤드윅>이나 <베르테르> 같은 작품들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평소 소극장 뮤지컬도 많이 보러 다니는데, 그중에서는 <빨래>라는 작품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사실 제가 가진 이미지가 있어서, 그 이미지를 깰 수 있는 파격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그래서 특히 <헤드윅>이라는 작품을 가장 하고 싶습니다.
Q. 대중들에게 앞으로 어떤 매력을 가진 배우로 각인되고 싶으신가요
A. 저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매력을 가진 배우로 각인되고 싶어요. 어떤 상황에서는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하고 주체적인 배우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편안하고 가끔은 능글맞기도 하며 인간적인, 소년미가 있는 배우, 그리고 배우 일을 하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연기 참 잘한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배우 이기창 / 제공=심스토리엔터테인먼트
Q. 긴 시간 응원해 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큰 진심은 무엇이었는지
A. 140부작 동안 저희와 함께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팬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방송이 시작되면 커뮤니티에 빠르게 올라오는 시청자분들의 피드백을 보며 정말 많이 놀랐고, 이 정도로 관심을 가져 주시는구나 싶어 '내가 정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의 가장 큰 진심은 그저 감사하다는 말뿐입니다. 더 열심히 해서 더 자주 찾아뵐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Q. 꾸준한 러닝 습관이 140부작 완주의 어떤 원동력이 되었는지
A. 러닝을 통한 체력 관리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촬영하다 보면 밤을 새는 일도 너무 많고, 세트장에 하루 종일 있다 보면 몸도 뻐근하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느라 소화도 잘 안 되거든요. 제가 평소에 뒷심이 조금 약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꾸준한 러닝이 그런 뒷심을 잘 잡아 줬던 것 같습니다.
Q. 러닝을 하면서 멘탈 관리나 연기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하셨나요
A. 영감을 얻는다기보다는 멘탈 관리가 확실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한번 뛰면 보통 5km에서 6km 정도를 달리는데, 뛰다 보면 어느 지점부터는 제 호흡에만 집중하게 되거든요. 집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와는 다르게 잡생각이 잘 안 나고 머리가 확 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게 정말 멘탈 관리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웨이크보드 취미가 현장이나 연기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
A. 벌써 웨이크보드를 탄 지 3년 차가 됐는데, 그 역동적인 취미를 저는 좀 안전하게 즐기는 편이에요. 원체 다치는 것을 싫어하고 안전을 추구하기 때문에 최대한 다치지 않는 선에서 기술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이 취미가 러닝과 비슷하게 멘탈 관리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웨이크보드 위에 올라서서 북한강을 가로질러 가다 보면 정말 멋진 자연이 펼쳐지거든요. 거기서 웨이크를 뛰어넘고 줄 하나에 의지해 강을 오가는 것도 좋지만, 다른 친구가 탈 때 배에 같이 탑승해서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정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듭니다.
Q. 시청자와 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
A. 안녕하세요, <첫 번째 남자>를 시청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태평이와 배우 이기창을 사랑해 주신 팬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140부작이라는 긴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보내왔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이 끝난 지금, 제가 감사 인사를 SNS에 올렸을 때 고생했다며 따뜻한 말을 전해 주시고, 방송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커뮤니티를 통해 아쉽고 섭섭하다는 말씀을 해 주시는 시청자 여러분들이 계셔서 태평이는 어느 곳에서든 잘 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고, 앞으로 배우 이기창의 행보도 잘 지켜봐 주세요. 늘 건강하시고 장마 조심하세요.

배우 이기창 / 제공=심스토리엔터테인먼트
황웅재 기자
fldjffkdlx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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