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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부서진 파편을 맞추는 각본의 힘, 요아킴 트리에의 신작 ‘센티멘탈 밸류’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6. 2. 22. 18:18

갈라진 벽 틈새로 스며든 진심, 집은 어떻게 가족이 되는가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2025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가 마침내 국내 개봉했다. 비영어권 영화로서는 최초로 주연 배우 전원이 주요 시상식 연기상 후보로 올랐다. 특히 구스타브 역의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비영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성취의 바탕에는 상실 이후의 삶을 지탱하는 정서적 가치에 대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깊은 통찰이 자리한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남겨진 두 자매 노라(레나테 레인스베 분)와 아그네스(잉가 릴레오스 분). 슬픔의 무게가 가시기도 전, 십수 년 전 가족을 떠났던 아버지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가드 분)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 한때 명감독이었던 그는 오랫동안 품어온 시나리오 한 권을 들고 왔다. 그는 연극배우인 딸 노라에게 주인공 역을 제안하지만, 노라는 이를 단칼에 거절한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과거의 상처를 상기시키는 존재일 뿐이다. 

영화는 노라의 완강한 거부로 시작되지만, 구스타브가 건넨 시나리오는 차후 부녀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매개체가 된다. 아그네스가 먼저 읽어본 결과 시나리오는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외면해 온 가족에 대한 회한과 진심을 돌려 말하는 고백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아그네스는 노라에게 “언니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아”라며 대본을 그녀에게 다시금 건넨다. 노라는 텍스트 사이를 유영하며, 아버지의 내면과 그가 건네는 서툰 사과를 발견한다. 

제목인 센티멘탈 밸류는 남들이 보기엔 평범해보이더라도 자신에게는 뜻깊은 의미가 있는 물건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제목이 가리키는 영화 속 물건은 무엇인가. 바로 보그 가문의 집이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보그 가문의 집은 단순히 배경에 머물지 않고 가족의 역사를 증언하는 화자로서 기능한다. 집에는 초기 공사 오류로 생긴 물리적인 금이 가 있다. 이 균열은 구스타브의 어머니 카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겪었던 고문과 자살이라는 비극부터, 구스타브의 부재를 거쳐 노라에게까지 세대를 걸쳐 대물림된 정서적 상처를 시각화한다.

노라의 초등학교 시절 일기 속에서 집은 "시끄러운 싸움보다 침묵을 더 싫어하며, 사람들로 가득 찬 것을 좋아하는 살아있는 존재"로서 묘사된다. 하지만 현실의 집은 유령 같은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구스타브가 이 집에서 영화를 찍으려 하는 시도는, 오래도록 유지된 균열을 애써 고치기보다 그 존재를 비로소 인정하려는 첫걸음이다. 

결국 ‘센티멘탈 밸류’는 부서진 조각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파편들을 하나씩 주워 담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예술가들이 건네는 무형의 위로다. 예술은 갈라지고 찢어진 관계를 꿰맬 수 있다.




김하윤 기자
bmocake@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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