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재성은 30여 년간 무대와 강연을 오가며 웃음을 선사해왔다. 그러나 어머니의 오랜 치매 투병을 경험하며 뇌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는 최근 책 『개그맨처럼 쌩쌩 돌아가는 뇌 만들기』를 통해 치매 예방과 뇌 활성화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단순한 개그가 아닌, 새로운 도전과 건강한 습관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개그맨 이재성
Q. 간단하게 본인 경력을 소개해 주신다면?
A. 1991년에 SBS 개그맨으로 입사했습니다. 신동엽과 동기로 시작했죠. 영화 투캅스 1편에도 출연했었고요. 이후 기업체와 관공서 등에서 수천 번의 행사 MC와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또, '개그맨처럼 신나게 말해야 인생이 즐겁다'와 '가치 있어야 같이 간다'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Q. 신간 '개그맨처럼 쌩쌩 돌아가는 뇌 만들기'는 어떤 계기로 집필하게 되셨나요?
A. 저희 어머니께서 20년 가까이 치매를 앓으시다가 2023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로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치매의 초기 증상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불교의 금강경을 외우시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실 줄은 상상도 못했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매일 “너의 아버지 왜 안 들어오니?”라고 물으셨고, 결국 저조차 알아보지 못하실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신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뇌가 제 기능을 하지 않으니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겁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뇌 건강과 치매 예방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개그맨 이재성의 신간 '개그맨처럼 쌩쌩 돌아가는 뇌 만들기'
Q. 왜 개그맨의 뇌가 특별하다고 강조하셨나요?
A. 가수는 똑같은 노래를 수백 번 불러도 관객들이 좋아하지만, 개그맨은 똑같은 개그를 하면 절대 웃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개그를 배우고 외워야 하죠. 행사나 강의에서 개그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개그를 했는데 반응이 없으면 등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떤 개그맨들은 이런 부담 때문에 공황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그맨들은 뇌를 단련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고 새로운 개그를 개발합니다. 이 점이 개그맨의 뇌를 강조하게 된 이유입니다.
Q. 뇌를 건강하고 활발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A. 하버드대에서 6~8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20년 전 생활 환경을 제공한 실험이 있습니다. 집의 인테리어부터 TV 프로그램, 신문까지 20년 전 분위기로 꾸며 놓고 생활하게 했더니 지팡이를 짚던 노인들의 상태가 개선되고, 허리가 굽었던 이들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EBS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고 유사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뇌를 활성화하려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뇌가 더욱 활발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뇌는 기존 지식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어 새로운 도전을 자꾸 포기하게 만듭니다. 예술가들은 매일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기에 자연스레 뇌를 활성화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Q. 치매를 예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처럼 내 몸이 아프면 우리는 스스로 치료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치매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상 행동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밥솥을 열면 곰팡이가 핀 밥이 나오거나 장롱 속에서 곰팡이 핀 빵이 발견됩니다. 깔끔했던 집에서 소변 냄새가 진동하기도 하고요. 이 때문에 가족들이 생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저희는 외아들이라 다툴 일이 없었지만, 다른 가족들은 부모를 모시는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저 역시 어머니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결국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Q. 치매 예방을 위해 피해야 할 습관이나 음식이 있을까요?
A. 뇌에 해로운 음식을 피하는 겁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설탕인데, 암세포가 설탕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등 설탕이 들어간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밀가루나 튀긴 음식도 마찬가지죠. 또 불필요한 약물 복용을 주의하는 것입니다. 뇌의 50%는 지방, 25%는 콜레스테롤로 이루어져 있어, 콜레스테롤을 무리하게 낮추면 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고혈압약을 복용할 때도 적절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혈액 공급이 원활해야 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과도한 약물 조절로 활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서 오랜 기간 고혈압약을 드시면서 체력이 점점 저하되는 것을 지켜보며, 약물 복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상시에 건강 공부를 하는 겁니다. 돈을 벌다가 병이 생기면 그 돈을 병원에 다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 당뇨, 고혈압 등 병에 걸린 뒤에야 공부하기 시작하는데,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에 건강에 대해 공부해야 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Q. 건강과 관련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A. 긍정적인 말과 생각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은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B엔돌핀을 분비시키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세포를 공격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긍정적인 말과 생각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만큼,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그맨들이 사랑받는 이유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때문입니다.
Q. 치매 예방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A. 치매는 50~60대에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뇌는 20대 초반에 완성되고, 그 이후부터 서서히 노화되기 시작합니다. 스포츠 스타들이 30대 이후로 활동을 줄이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죠. 요즘 젊은이들이 일하기 싫어하고 집에만 머무르거나 연애를 꺼리는 이유도 저는 음식과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가공식품과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밤낮으로 먹으면 뇌와 몸이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신체와 뇌를 위해 젊었을 때부터 공부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Q. 부모가 건강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우리 몸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으로 형성됩니다. 건강 공부를 한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합니다. 반면 건강에 무지한 어머니는 가공식품, 튀긴 음식 등을 쉽게 선택합니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달려가 약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저는 여드름 약을 먹고도 오랫동안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부모가 건강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자녀가 평생 병원을 오가며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Q. 치매 예방과 건강에 좋은 음식을 추천해 주신다면?
A. 단백질 섭취가 중요합니다. 고기를 못 드시는 분들에게는 계란을 추천합니다. 특히 계란에 인쇄된 숫자 중 끝자리가 1이나 2로 끝나는 것을 고르세요. 이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방사해 키운 닭에서 나온 계란입니다. 조금 비싸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에 더 좋습니다.
Q. 채식과 육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여러 권의 건강 서적을 읽으며 생각이 바뀌곤 했습니다. 초식 동물들도 근육이 있으니 채식을 지향한 적도 있고, 단백질과 지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고기를 챙겨 먹은 적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몸 상태에 맞게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눈으로 저를 바라보시던 모습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책을 쓰면서 많이 울었죠. 왜 진작에 치매를 알아채지 못했을까 후회도 했습니다.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2035년에는 치매 인구가 350만 명에 이를 거라고 합니다. 이는 서울 인구의 3분의 1이 치매를 앓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치매 예방법을 알리며 활동할 계획입니다. 유튜브 채널 ‘뇌쌩쌩TV’도 준비 중입니다.
Tag#이재성#개그맨#인터뷰#신간#개그맨처럼 쌩쌩 돌아가는 뇌 만들기#치매#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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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웅재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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