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부터 공중파에서도 밤 10시 이후 주류 PPL 가능
청소년에게 유해하게 작용 뿐 아니라 음주 부추켜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지환 기자 = A씨(24)는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이 되면 배달 음식을 시켜놓고 TV를 보는 것이 소소한 낙이다. 다음 날도 학교에 가고, 알바를 해야 해서 식사만 하려고 했음에도, 저녁 시간에 송출되는 방송에서는 꼭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에서 홀로 술집에 가 술을 먹는 주인공이나 관찰 프로그램에서 동료 연예인들과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지금 술을 먹어도 된다'라는 명분이 생기는 듯 하다. 특히 예능에서 "힘든 하루의 마무리", "목넘김이 부드러운 이 맛", "상쾌하게 톡톡 쏘는 맥주 한 잔"과 같은 자막을 보면 당장이라도 편의점에 가 술을 사오고 싶은 충동이 든다.
술을 마시는 행위 말고도 청소년과 함께 볼 수 있는 저녁 시간 TV에서는 주량을 과시하는 것, 과음으로 인한 무용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연예인에게 같이 회식에 참여하는 동료 연예인은 누구인지 물어보거나, 소위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셨던 경험이 있는지, 그 때 어떤 주사를 부렸는지 같은 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여겨진다. 미디어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는 연예인들의 술 관련 이야기는 이제 PPL(Product Placement의약자이며, 협찬을 제외한 대부분의 간접광고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더 우리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1월 13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인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 방안'을 통해 17도 미만 주류의 가상, 간접광고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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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불합리한 형식규제를 풀기 위해 주류 PPL 허용
현재 주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 의해 7시부터 22시까지 지상파, 종편 채널에서 모든 광고가 금지되고 있다. 즉, PPL을 제외한 모든 광고는 22시 이후 심야 시간 방송이 가능하다. PPL의 경우 2010년부터 방송법 시행령(제59조 3제 2항)에 의해 모든 시간에 금지되어 왔다. 그러나 1월 13일에 발표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주류의 가상, 간접광고가 허용된다. 심야에 방영되는 지상파, 종편 드라마와 예능에서 특정 술을 마시는 장면을 그대로 브랜드까지 노출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22시 이후에는 주류 광고를 할 수 있는 시간대 임에도 불구하고 가상, 간접 광고만 할 수 없어서 불합리한 형식규제를 풀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보건복지부 측은 방통위와 앞으로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그냥 광고가 아닌 가상, 간접 광고는 프로그램 속에 포함되기 때문에 시간대를 7시부터 22시까지 제한한다고 해도 재방송,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시간대와 무관하게 송출될 것이며 이번 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10일 '미디어 속 음주 조장 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통해 복지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디지털콘텐츠 크리에이터협회, 소비자시민모임 등 각계각층의 단체들이 미디어에서 보이는 주류 광고와 음주 장면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모은 바가 있다. 이미 방통위를 제외한 다른 계층에서는 현재 시행법 하의 주류 광고, 음주 장면도 규제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여 시행되기 전까지의 갈등이 예상된다.
미디어 속 주류 노출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 보건복지부는 주류 광고 규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미디어 속 주류 광고는 2018년 50만 3591건에서 2019년 70만 1529건으로 증가했고, 미디어 속 음주 장면 건수 역시 2018년 1183건에서 2019년 1780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작년인 2020년 보건복지부는 '음주 폐해 예방 실행계획'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을 추진하면서 주류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주류 광고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와 '캬~'하는 소리 등 음주 욕구를 자극하는 장면을 넣을 수 없게 규제한 것이다. 또한 미성년자 등급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게임에서도 광고를 제한했다. 또한 화제가 되었던 주류 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않는 방안 또한 이 규제에 포함된 것이었다. 보건복지부 측은 과도한 음주로 인한 국민 건강 저하를 우려하여 규제를 하는 반면, 방통위 측은 공평한 광고 기회를 위해 오히려 주류 관련 광고를 허용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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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음주 장면을 통해 음주 욕구가 늘어난다는 연구 입증 결과는 이미 많이 존재해
미디어 속에서 등장하는 음주 장면은 실제로 시청자들의 음주 욕구를 증진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존재했다. 또한 시청자가 미디어 속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 수준이 높아질수록 드라마를 보며 음주한 경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미디어 속 음주 장면은 폭음, 병째 마시는 행위 등의 매우 위험한 음주 행동을 묘사하고 있었고, 전체 음주 장면 중 30.6%가 고성방가, 만취, 폭력 등 문제행동을 담고 있었다. 단순히 술을 마시는 장면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미디어 속의 음주 행태가 부정적인 면이 많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65%가 주류광고, 음주장면에 노출됐고, 이중 12.6%가 노출 후 음주 충동을 느꼈다고 답변했다. B씨(18)는 "현재 청소년들의 시청 제한을 위해 10시 이후에 주류 광고가 진행되지만, 오히려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를 끝내고 오면 밤이기 때문에 광고에 쉽게 노출된다"라고 이야기했으며,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오는 광고가 아니더라도 요즘 인기 있는 예능이나 드라마에 맥주나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보다보면 어떤 맛이길래 프로그램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다가, 나와 친구들이 호감이 있는 연예인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면 괜히 따라하고 싶어진다"라고 밝혔다. 청소년 자녀가 있는 C씨(48)는 "아이가 아주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15세 미만 시청금지 표시가 있는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같이 보는데, 술을 마시는 장면은 가끔 인사불성이 되어 행패를 부리는 장면까지 나오기 때문에 걱정이 될 때가 많다."며 "미디어에서 음주를 다루는 장면이 적어져야 하면 적어졌지, 늘어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혼술 증가, 악영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 집합 금지, 10시 이후 영업 제한 등 방역 조치가 시행되자 '혼술족'이 늘어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마트 24는 수도권에서 거리 두기 2.5단계가 실시된 2020년 9월에 서울 지역 매장의 와인 매출이 2019년 보다 225.4% 급증했다고 밝혔으며, 양주 매출은 175.2%, 소주와 맥주는 각각 75.7%, 46.9% 늘었다고 밝혔다. 또한 CU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매출은 재작년보다 17.9% 늘었으며, 분기별로 증가폭이 커졌다고 밝혔다. '혼술'은 과음이나 알코올 중독으로 빠지기 더 쉽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심재준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코로나를 피해 집에서 편하게 음주를 즐기다 보면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여러 종류를 섞어 섭취하는 등의 잘못된 음주 습관으로 이어져 간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미디어에 잦은 음주 노출이 이어진다면 실제 국민들의 건강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디어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미디어에 자주 송출되는 내용들은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잘 알지 못했던 유행어가 친구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고, 새롭게 나온 옷들을 온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입을 정도로 빠르게 유행이 퍼지는 상황에는 미디어가 큰 영향을 끼친다. 새로운 것들을 미디어로 접하며 그것들이 우리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거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과도한 음주는 신체, 정신 건강에 큰 악영향을 준다. 잦은 음주는 알코올 의존증이나 알코올 중독을 불러오며, 간 말고도 다른 신체 부위에 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광고 주목도를 자연스럽게 높이면서 광고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PPL로 주류를 노출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음주를 부추겨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음주량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음주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성인들을 위해 미디어가 가야 할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Tag#PPL#방송법#주류광고#술#방통위#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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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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