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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다른 삶, 생활 플랫폼 통해 ‘N잡러’ 된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2. 3. 25. 22:34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내가 원하는 선생님, 내가 찾아 내가 고용한다

클래스 열고, 내 특기 살리고… 퇴근 후 소소한 돈벌이

원하는 인력을 찾아 고용하는 어플 인기, 벌레잡기도?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오승현 기자 = ‘평생 직장’은 사라진지 오래다. 직장을 평생 다니기보단 하나의 기술로 전문성을 갖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은 약 10~20년 전부터이다. 하지만 이젠, 하나의 전문성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대도 끝이 났다. 용돈벌이 수단이었던 배달 단기 알바를 넘어 다양한 재능을 살려 여러 직업을 갖는 ‘N잡러’가 요즘 2030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나만의 재능으로 클래스 열고, 내가 원하는 선생님 찾는다

각자의 재능을 살려 강의를 열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선생님을 골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이 인기이다. 선생님, 상담사와 수강 신청자를 중개해주는 어플인 숨고, 탈잉, 등의 플랫폼은 MZ세대의 니즈를 파악해 2030세대의 열광을 이끌어내고 있다. 클래스를 열기 원하는 플랫폼 이용자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플랫폼에 올리면 된다.

한 과외 중개 플랫폼에 포트폴리오를 올리고, 원하는 선생님을 찾는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조사해 봤다. 포트폴리오를 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레슨의 카테고리를 먼저 선택한다. 그 다음 선택한 분야 중 구체적으로 어떤 레슨이 가능한지 고르고, 그 후 활동 분야(지역, 가능 반경 선택 가능), 간단한 신상 정보를 입력하면 가입이 된다. 그 후로는 내 경력, 학력, 자기소개를 입력하고, 원하는 학생의 유형(자신의 수업을 어떤 상황의 수강자가 들으면 좋은지), 자신의 포트폴리오(본인 영상, 운영 홈페이지 등 링크 가능)을 입력해 클래스 수강생을 모집한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선생님을 고를 수 있고, 클래스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더 꼼꼼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인기있는 강좌, 선생님의 경우는 상단에 노출이 자주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수강을 원하는 수강생이 분야를 검색하면 수강 목적부터 원하는 선생님의 성별까지 세세하게 선택을 할 수 있다. 수강생의 카테고리 선택이 완료되면 해당 수강생의 신청서가 클래스를 운영중인 선생님들에게 전송된다. 이렇게 선생님과 수강생이 연결되면 클래스 운영방식, 시간 등을 1대 1로 조정 할 수 있게 된다. 정말 배우고자 하는 것만 배울 수 있고, 강의 횟수부터 목표까지 함께 상담하며 설정이 가능하다. 클래스 운영자의 유료 광고, 마케팅 없이도 가르치는 목적과 수강 목적이 맞는 선생님과 수강생들이 연결될 수 있다. 춤, 연기 등 입시 위주로 되어 있는 학원이나 오디션을 주로 잡아주는 기성 학원들에 가기는 부담스럽지만, 프리랜서 선생님을 찾을 수 없던 수강생들 또한 고민없이 나에게 맞는 강의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클래스를 열고자 하는 이용자들의 관심 속, 작년 상반기에만 과외 중개 플랫폼 '숨고'에 12만 명의 고수가 포트폴리오를 등록했다. 현재는 누적 72만 명의 고수가 수강생을 기다리고 있다. 같은 과외 중개 플랫폼인 '탈잉' 또한 4만여 개의 강의가 개설되어 있다. 

클래스 플랫폼에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MZ세대의 관심을 유발할 콘텐츠가 넘쳐난다. 도자기 만들기, 키링 만들기 등 이색 체험을 따로 알아볼 필요없이 플랫폼을 통해 찾고,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심지어는 데이트 관련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경험과 변화를 추구하는 2030세대에게 '이색 클래스'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는 이용자도, 클래스를 수강하는 이용자도 점점 늘 것이라고 예측한다.

재능거래 어플 '긱몬' 예시 / 출처: 긱몬 홈페이지

 


단기 의뢰로 내 특기 살려 용돈벌이도

내 특기를 활용해 ‘단기적으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선생님이 되어 지속적으로 클래스를 여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의뢰자에게 필요한 거래를 해 주고, 내가 필요한 것을 해줄 수 있는 도우미도 찾을 수 있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알바몬에서 출시한 지역 기반 재능거래 어플 ‘긱몬’, 간단한 심부름 의뢰자와 수행자를 중개하는 어플 ‘급구’ 등이 그 경우이다. 이러한 생활 플랫폼은 의뢰자가 필요한 일을 올렸을 때 내 특기와 맞으면 자원을 하면 되고, 내 재능을 올렸을 때 이를 원하는 이웃이 있을 때에도 연결이 되는 방식이다. 청소 의뢰, 인테리어 상담, 특정 분야의 노하우를 구하는 것부터 벌레잡기까지 다양한 재능 이웃을 찾을 수 있다. 강아지 산책 대신해 주기, 타지에 있는 집 주인 대신 가스 꺼 주기 등 간절하게 필요한 일이지만 부탁할 사람이나 부탁할 방법이 없는 1인 가구들을 위한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다.

심부름, 단순 업무뿐만이 아니다. 단기적인 영상 편집, 웹 디자인, 번역, 통역 등 내 특기를 부담 없이 단기적으로 살릴 수 있고, 의뢰자도 부담 없이 단기적으로 사안을 의뢰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새 사업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이나 본업이 있어 기간 계약을 하기는 부담스러운 'N잡러'들에게 인기이다. 강남구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31)는 "매년 신메뉴가 나올 때마다 메뉴판 디자인을 바꾸는데 기성 업체들은 가격이 부담스러운데다 디자인도 정해진 시안 안에서 골라야 했다. 하지만 어플을 통해 메뉴판 디자이너를 구하니 매장 분위기에 맞게 디자인을 해주고, 소통이 잘 되어 너무 좋았다. 덕분에 단기간에 고급스러운 메뉴판 디자인이 완성됐다"라며 그 후로도 매번 어플을 통해 만난 디자이너에게 메뉴판을 의뢰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졸업을 앞둔 영상제작전공생인 노유진 씨(24)는 재능거래 어플을 통해 영상 제작을 한 편씩 맡아 용돈을 벌고 있다. 노모씨는 "공모전과 교내 근로로 정기적인 영상 편집은 부담스러울 뿐더러, 전문 편집자로 취직하기엔 아직 완성된 포트폴리오가 없어 지원해도 합격할지가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기적인 영상 제작 필요 없이 한 편씩 영상 편집을 의뢰받아서 하니 마음도 편하고 영상도 의뢰인과 즉각적으로 소통하며 만들어나가기에 부담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용돈도 벌고 다양한 영상을 편집해보며 포트폴리오도 만들어나가니 이게 일석이조다"라고도 덧붙였다.

다양한 일로 돈을 벌고, 내가 필요한 일을 해줄 사람을 깔끔하게 단기로 고용할 수 있는 점들이 부담감 없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하기 어려운 일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재능거래 어플 '긱몬'을 만든 회사 알바몬의 변지성 팀장은 "어떤 경험과 기술도 재능으로 발휘해 부업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며 긱몬 내 등록된 재능거래 건수도 매월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해진 방식 없어, 퇴근 후 다른 삶이 가능한 이유

이러한 플랫폼을 통한 강좌 개설, 수강은 본업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 회사의 디자이너로 있지만, 종종 대학 시절 전공을 살려 댄스 취미 클래스를 운영중인 29세 남성 윤 모 씨를 인터뷰해 봤다. 윤 모 씨는 "회사에서 맡은 일이 끝나면 그 후로는 깔끔하게 내 시간이다. 수강을 원하는 수강생과 일주일 전에 미리 강의 날짜와 시간, 곡을 정해놓는다"라며 본업인 디자이너와 댄스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윤모씨는 "수강생도 취미로 댄스를 배우는 것이기에 수업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그때 그때 정하는 것이 장점이다. 또 대부분이 직장인이나 대학생이다 보니 공감대도 있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되어도 서로 이해할 수 있다. 덕분에 횟수 차감이나 수업료를 날린다는 부담없이 수업을 미루고 자유롭게 다시 잡을 수 있어 서로 수업을 취소하거나 잡는 것에 부담이 없다"고 말하며 유동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기에 'N잡러' 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업을 가진 MZ세대가 N잡러를 하고,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강 일정을 잡을 때 ‘간편하며 부담이 없는 것’이다. 생활 과외 플랫폼들은 소속된 학원 없이 수강생을 구하고 싶은 프리랜서와 본업이 있어 클래스 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과외 형식을 원하는 수강생들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것이다. 이는 퇴근 후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취미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월금반, 저녁반 등 정해진 수업시간에 가야 하는 학원은 본업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고, 취미나 자기계발을 원하는 직장인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소이다.

실제로 직장인 박지원 씨(26)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SNS에 그림 사진을 많이 올리는데, 그걸 보다 보니 미술이 배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퇴근하면 7시이고 가끔 퇴근이 늦춰지는 경우도 있어 월 8회 수업 등 정해진 시간에 꼭 들어야 하는 미술학원 취미반은 내게 부담이었다”며 “퇴근 후 취미활동은 시간이 많은 연예인이나 할 수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며 슬펐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플랫폼을 통해 이태원에 작은 화실을 운영하는 작가님과 닿게 되어 원하는 날 며칠 전에만 연락을 드리면 수강일정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라며 취미를 즐기는 데 부담이 없어졌다고 근황을 알려왔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앞으로도 더 달라지고 다양해질, 2030이 살아가는 모습

고용 업계 전문가들은 “주 5일 근무제, 52시간 근무제가 정착이 된 상태로 노동시간이 줄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 근무를 유지하는 업계가 많아지면서 노동 시간 외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라며 “디지털화된 업무 또한 부업을 할 수 있는 환경 요소다”라고 ‘N잡러’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앞으로도 부업을 하는 직장인은 쭉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030청년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도 분주히 움직인다. 그 모습은 한동안 뜨거웠던 '유튜버' 붐에서 더 다양해졌다. 클래스 운영, 단기 영상편집에 이어 자신이 찍은 사진을 스톡 사진 사이트에 판매해 저작물로 부수입을 얻고, 의뢰인의 강아지를 돌보며 용돈을 벌기도 한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 클래스를 열 교실로 향하고, 판매할 사진을 촬영하러 떠나고, 의뢰인의 강아지와 산책을 나선다. 부업을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는 부업하는 법을 알려 주는 클래스를 열어 또 다른 부업을 생성하기도 한다. 생업 외로 자신만의 사업을 하려면 초기자본이 필수인데, 이는 사회초년생에겐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재능 거래'는 초기자본과 준비가 필요하지 않아, 자신과 자신의 재능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기에 더 각광을 받고 2030세대의 이용이 활발할 수 있다. 의뢰자와 등록된 재능 거래자를 적절하게 중개해주는 플랫폼도 늘어나면서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는 중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부업'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N잡'을 시작한 이유가 고용 시장의 불안정, 코로나 사태로 인한 노동시간 강제 감소로 인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 연구소 연구위원은 "2030세대의 경우 안정적 일자리보단 시간제 일자리나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다보니 부업을 통해 소득을 보충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업 열풍을 대해 질 낮은 일자리의 형태가 많아지는 사회로 변화하는 모습으로 분석한다. 2030세대의 'N잡'의 이유가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 원하는 분야로의 자아 실현일 수도 있지만 생계 유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인 측면도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니즈를 가진 선생님과 수강생이 만나고, 필요한 사람을 찾고, 취미를 즐기고, 부업을 하는 2030세대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젠 평생직장을 위해 삶을 바치며 노력하는 시대가 아닌 생업과 동시에 또 다른 꿈을 실현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나서서 'N잡러'의 모습을 당연시 여기며 이를 부추기는 형태로 가지는 않도록 해야한다. 사회 초년생들의 정규직 전환이 어려워지고, 노동 시간을 보장받는 것이 어려운 사회가 될수록 자발적 N잡러가 아닌 '생계형 N잡러'가 많아지게 된다. 다양한 직업군과 생활 모습이 등장하는 것을 기대함과 동시에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청년들의 일자리가 단기적인 여러 가지의 일을 하는 형태로 점점 변화할 때 사회는 어떻게 움직일지도 고민하고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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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현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