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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의 발자취] 손석구, 자신만의 리듬으로 쌓아올린 연기의 궤적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5. 6. 5. 16:00

- 화려함보다 밀도, 속도보다 진정성. 배우 손석구가 걸어온 묵직한 시간들

배우 손석구 / 출처 - 손석구 인스타그램

 


손석구는 단번에 각인되는 스타는 아니었다. 데뷔작도 조용했고, 첫 주연작도 천천히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그의 이름 앞에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붙이기 시작했다. 화려함보다 진중함을, 속도보다 밀도를 택한 그의 연기 행보는 어떤 캐릭터든 설득력 있게 만드는 힘으로 이어졌다. 어느새 손석구는 ‘그 배우가 나오는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름이 되었다.

1983년 대전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시카고에서 대학을 다녔고, 캐나다 밴쿠버의 Vancouver Institute of Media Arts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국내 시스템과는 다른 해외 커리큘럼에서 연기의 감각과 태도를 체화한 그는, 귀국 후 상업 연극 무대를 거치며 배우로서의 토대를 다졌다. 기술보다 감정, 기교보다 내면을 먼저 고민하는 그는 데뷔 초기부터 독특한 시선과 해석으로 캐릭터에 접근해왔다.

그의 공식적인 데뷔는 2016년 독립영화 <블랙스톤>이었다. 전쟁 후유증을 다룬 이 작품에서 그는 진중하고 내면적인 인물을 연기했고, 상업성보다는 메시지와 형식에 집중된 영화 안에서 자신의 방향성을 확인했다. 대중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연출자들과 평단에서는 그의 표현력과 존재감을 주목했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그는 단역보다는 의미 있는 캐릭터를 선택하며 커리어를 쌓아갔다. 이야기를 완성하는 중심에서 연기를 해내는 태도는 그를 ‘작품을 고르는 감각이 있는 배우’로 평가받게 했다.

2018년 드라마 <마더>에서 그는 아동 학대 가해자 이설악 역을 맡아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됐다. 폭력을 묘사하는 방식마저 절제된 연기로 표현한 그는, 단순한 악역을 넘어서 인물의 불안정성과 현실감을 설득력 있게 전했다. 같은 해 <슈츠>와 <최고의 이혼>에서는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 폭을 넓혔고, 2019년 <멜로가 체질>에서는 유쾌한 CF 감독 역으로 등장해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이 시기 손석구는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연기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1년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에서 탈영병 임지섭을,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는 현실적인 남자 박우리 역을 연기했다. 전작들과 전혀 다른 결의 인물들이었지만, 그는 특유의 관찰력과 리듬감으로 캐릭터들을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로맨스 장르에서도 감정 과잉 없이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쳤고, 이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얼굴의 손석구를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2년,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그를 일약 ‘구씨 열풍’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말이 적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 속에 내면을 채운 그는, 오히려 그 침묵으로 감정을 전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같은 해 영화 <범죄도시2>에서는 서늘한 악역 강해상 역으로 출연해 또 다른 극단의 연기를 펼쳤다. 이 작품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고, 손석구는 연기력과 흥행력을 겸비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서는 ‘장난감’이라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현실과 비현실, 선과 악을 오가는 연기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2024년 <댓글부대>에서는 실존감을 갖춘 악역 임상진으로 등장했고, 2025년에는 디즈니+ 시리즈 <나인 퍼즐>의 형사 김한샘,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고낙준 역을 통해 장르와 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유연함을 보여줬다. 손석구는 해마다 장르를 달리하며 스스로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그는 가족이 운영하던 공작기계 제조업체의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도 참여하고 있다. 단순한 부업을 넘어, 실제 경영과 책임을 함께 짊어진 삶은 그가 현실적인 감각을 갖고 캐릭터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 복잡한 인물들을 연기할 때, 실제 삶의 경험이 뒷받침되는 그의 연기는 더욱 깊이를 얻는다.

손석구는 지금도 “좋은 작품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배우”로 남아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스타가 아닌,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는 연기자. 그는 작품을 고르고, 인물을 만들고, 감정을 쌓는 모든 과정에 있어 자기만의 리듬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 리듬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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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웅재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