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아닌 아이돌 연습생, 무명 가수, 댄서가 조명 받는 시간
'관점의 전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임성은 기자 = 슈퍼스타 K, 케이팝스타, 위대한 탄생 등 서바이벌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프로그램의 시초는 일반인 중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원석을 발굴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인 중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원석이 아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보석을 찾아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즉,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포트라이트 대상을 바꿈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선물한 것이다.
LOUD : 연습생들의 도전
SBS 서바이벌 프로그램 ‘LOUD(라우드)’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과 피네이션(P-NATION)의 수장인 싸이가 기획한 서바이벌과 오디션이 결합한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라우드의 출연자는 각 소속사의 연습생으로 이들 중 최종 데뷔 멤버로 선정된 두 그룹은 양사의 지원 아래 2021년 하반기 월드와이드 보이그룹으로 데뷔한다.
출처 : SBS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박성훈 CP는 라우드 제작발표회에서 "이전에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 춤과 노래, 외모가 출중한 인재를 뽑고 그 사람들이 기획사 시스템과 만났지만, 이젠 그것 이상을 해내려고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라우드는 경쟁과 생존에 집중했던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심사 무대를 ‘매력 무대’와 ‘실력 무대’로 나누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습생은 두 무대 중 심사위원에게 무엇을 먼저 선보일지 선택할 수 있으며 매력 무대를 선택한 참가자는 다양한 형태로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면 된다. 또한 심사위원이 멀찍이 앉아 단순히 합격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아닌 앞으로 이동하는 ‘라우드 체어’를 활용해 심사위원이 직접 참가자의 무대를 보고 참가자에게 다가가도록 했다. 라우드는 실력만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누군가를 떨어트리는 단순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출처 : SBS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라우드 1회>에 등장한 16세 다니엘 제갈의 매력 무대는 박진영, 싸이 프로듀서를 비롯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영상의 주제는 내가 한국에 오는 것에 관한 것인데 내가 어떤 감정인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자체 제작한 영화 한 편을 매력 무대로 선보였다. 영화 ‘Ready to go’는 ‘어느 날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어. 그런데 나는 준비가 된 걸까?’라는 독백으로 시작했다. 이를 본 두 프로듀서는 3단계 패스 버튼을 눌렀고, 실력 무대 없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박진영은 "우리 프로그램의 이름이 '라우드'인 것은 안 보이는 부분을 보여달라, 소리 질러서 표현해달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니엘은 바로 우리가 찾던 그 인재인 것 같다"라며 그의 매력 무대에 극찬했다. 해당 무대는 SBS 공식 채널 유튜브에서 클립으로 시청할 수 있다.
싱어게인 : ‘나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있다면….’
JTBC의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은 무대에 설 기회가 없는 가수에게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를 기회를 제공하는 신개념 리부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참가 조건은 앨범을 단 한 장이라도 냈던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그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나는 OOO 가수다’라는 문장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한 뒤 준비해온 무대를 선보인다.
출처 : JTBC 홈페이지
싱어게인의 매력은 ‘순한 맛’ 서바이벌이라는 점에 있다.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자극적으로 편집으로 소위 ‘악마의 편집’을 통해 출연진끼리 불화가 있는 것처럼 담아내고, 그 과정을 이겨내 무대를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영웅적 스토리를 강조한다. 하지만, 싱어게인에서는 참가자의 불화나 다툼을 형성하지 않고 참가자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참가자끼리의 조화를 담백하게 담아냈다. 싱어게인은 순한 맛 편집뿐만 아니라 무명 가수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번호제를 사용했다. 윤헌준 CP는 싱어게인 제작발표회에서 “이름을 감춤으로써 시청자분들이 더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름 대신 번호제를 도입하게 됐다”라며 번호제가 무명 가수를 조금 더 유명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며 온전히 무대를 통해 참가자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출처 :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싱어게인 4회>에서는 특별한 만남으로 감동을 선물했다. 참가자들은 63호(이무진)과 30(이승윤)의 추구하는 음악적 가치나, 방향성에서 닮은 부분이 없었기에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지어 둘은 무려 11살 차이로 곡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세대 차이’를 느꼈다. 하지만 30호와 63호는 서로의 다름을 매력으로 소화하고,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시청자에게 선물했다. 그들의 무대를 본 시청자들은 ‘서울 쥐와 시골 쥐의 만남이다’, ‘기타만 봐도 저렇게 다른데 이런 게 예술인가’라며 극찬했다. 또한, 1호(벤티)와 45호(윤설하)는 서로에게 의존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 둘이 선택한 곡은 2010년대 곡으로 45호에게 다소 도전적인 무대였다. 빠르고 영어로 가득한 노래를 짧은 시간 안에 익히기 어려웠던 45호는 무대에서 박자를 놓쳤는 실수가 있었지만 1호는 승부와 상관없이 45호와 눈을 맞추며 무대를 끝까지 마쳤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 사람들만이 그려낼 수 있는 무대였다’ ‘이 곡의 가사에 처음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라며 그들의 진심이 가득한 무대에 박수를 보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 댄서에 의한, 댄서만을 위한
얼마 전 종영한 Mnet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댄스 크루 여덟 팀이 출연해 최고의 K-댄스 크루의 명예를 걸고 크루간의 배틀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댄서들은 왁킹, 락킹, 팝핀, 브레이킹, 걸스힙합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권영찬 CP는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대한민국 댄스신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댄스 크루들이 출연해서 넘버원 댄스 퀸을 뽑는 프로그램"이라며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소개한 바 있다.
출처 : Mnet 홈페이지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무대에서 조명을 받는 가수가 아닌 무대를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드는 댄서에게 집중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개혁’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는 그동안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댄서들의 실력과 기획력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팬덤문화까지 이어졌다. 사람들은 각종 방송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아이돌의 직캠이 아닌 모니카, 노제, 엠마 등 댄서들의 직캠을 보고, 각종 가수의 무대에서 응원하는 댄서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또한, 웨이비 노제, YGX 리정 등을 비롯한 여러 댄서의 춤을 예술로 승화한 각종 화보가 광고계를 섭렵하고 있다. 이러한 큰 관심 속에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는 온라인을 통한 팬들과의 소통에서 "모두가 댄서라는 직업에 무관심해지고, 공연도 없어지고, 동생들이 하나씩 주변에서 춤을 그만두려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라며 "모두가 누군가의 팬이 되어 그 댄서의 상황에서 공감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출처 : Mnet TV 유튜브 캡처
<스트릿 우먼 파이터 2회>에서는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던 ‘겸손’이 아닌 그들의 근거 있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계급 미션을 통한 메인 댄서 선발전에서 와이지엑스(YGX)의 안무가 채택되었고, 다른 서브 계급 댄서들은 메인 자리를 빼앗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과정에서 원트(WANT)의 엠마와 모아나는 엄청난 실력으로 다른 댄서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순간에 댄서들의 견제 대상이 된 원트는 안무를 선보이는 무대에서 뒤쪽 자리를 배정받았지만 이에 엠마는 “저는 솔직히 100명을 놔도 저만 보이게 잘 출 수 있다”, “아무리 뒤에 있어도 저 밖에 안 보일 거예요”라며 자신의 실력에 대한 겸손이 아닌 자부심과 자신감을 보였다. 엠마와 모아나는 다음 화인 3회에서 자신감을 증명하기로 하듯 엄청난 실력을 보여줬고 서브 계급의 메인 댄서 자리를 꿰찼다. 이에 사람들은 “원트 멤버들은 진짜 숨겨진 비밀병기였다” “괜히 한 말이 아니네” “근거 있는 자신감”이라며 그들의 자세에 응원을 보냈다.
K-pop부터 댄스, 트로트 심지어 이제는 국악까지 이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게 장르는 더 이상 고민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서로를 물고 뜯으며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경쟁에 지친 것일까. 시청자들은 잔혹하고 자극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연출에 거부감을 보인다. 참가자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노력에 집중하며 시청자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순위 그 이상의 메시지를 찾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지금 제 3막에 들어섰다. 시리즈 별로 기존 포맷에서 소재만 바뀌어 쏟아지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홍수 속에서 시청자들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Tag#서바이벌프로그램#방송#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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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은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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