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군대 가혹행위
누구의 잘못인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최은규 기자 =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가 연일 인기 콘텐츠 1위를 기록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가 다양한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햇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지금까지 군대 이야기를 다뤘던 다른 작품들과 어떤 점이 차별화되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을까?
원작 웹툰 'D.P. 개의 날'의 작가이자 드라마 공동집필자인 김보통 작가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 "같은 아픔을 겪은, 혹은 겪고 있는 피해자의 정서를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스토리에 감동받았다는 말도 많지만, "PTSD가 생길 것 같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군필은 물론 미필, 여성분들도 리얼하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등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이 는 군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면에서 호평받았다.
현실 속 군대 가혹행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20대 남성들이 '국방의 의무'로 모인 군대는 하나의 큰 조직이자 계급사회이다. 드라마 속의 탈영병들은 그 거대한 조직 안에서 선임들로부터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의 괴롭힘 및 폭행을 당하다 견디지 못하고 탈영을 택한다. 드라마의 과장된 연출이 아니라 현실에서 많은 군인들이 당했던, 그리고 지금도 당하고 있는 가혹행위이다.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실제로 발생했던 두 사건은 이 모든 것이 픽션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로, 2014년 4월 7일 육군 28사단의 윤 모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한 달여간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해 사망한 사건이다. 선임병 4명은 윤 일병에게 매일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가했고 사망하기 전날까지 구타, 인격 모독, 성추행 등 비인간적인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윤 일병 사망 당시엔 부대 내에서 벌어진 우발적 폭행 사건으로 추정되었으나 2014년 7월 31일 군 인권센터가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유튜브에 공개된 윤 일병 사건 현장검증 영상에서는 가해자들이 직접 재연한 상황이 윤 일병을 괴롭혔던 많은 날들 중 단 하루임에도 불구하고 가래침을 뱉어 햛게 하고 치약 한 통을 통째로 먹이거나 새벽 3시까지 기마자세를 시키는 등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가혹행위와 수많은 폭행이 이어진다.
두 번째 사건은 2014년 6월 21일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55연대에서 전역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임 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부대 내 5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사건이다. 임 병장이 사건을 일으키기 전 작성한 유서에 따르면 그는 오랜 시간 군대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고 동료 부대원들 또한 그가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임 병장은 2015년 사형을 선고받은 후 복역 중이다.
2014년 당시 이 두 사건으로 군대 내 부조리 문제가 드러나 떠들썩했다.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다 로 인해 재조명되었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고 "내가 생각했던 군 생활과 차원이 달라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도 많았다. 남동생을 둔 한 시청자 A씨(25,여)는 "드라마 속 군대 생황이 사실이라면 동생 군대 보내기가 너무 두렵고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외면하려는 사람들
① 이젠 바뀌었다는 의견
<D.P.>에 대해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일부 사람들은 "현실과 다르다", "다 옛날 일이다. 지금의 군은 좋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윤 일병이 숨졌던 육군 제 28사단에서 가혹행위가 지난해 또다시 드러났다. 제 28사단의 김 상병과 이 상병은 약 10개월 동안 박 일병에게 간장 1리터를 먹인 후 토하자 뺨을 때리는 등 지속적으로 폭행을 가했다. 결국 박 일병은 외상 후 특정부위에 만성적으로 극심한 통증이 계속되는 신경병성 통증인 복합통증 증후군(CPRS)을 진단받아 2020년 1월 의병 제대했고, 김 상병과 이 상병은 만기 전역한 뒤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박 일병의 부친은 "부대에서 아들이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아들은 아직도 폭행 트라우마로 밤에 잠을 못 자고 공황장애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야 겨우 잠이 든다. 지난 6월 재판에서 '재미로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가해자를 보고 용서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8월에는 전역한 20대 남성 A씨가 군대 선·후임으로부터 금전적 협박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군 적금으로 모아둔 돈을 군대 선후임 B씨와 C씨에게 수차례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오전 B씨와 C씨는 손도끼를 가진 채 A씨의 주거지까지 찾아와 금품을 요구했고 A씨는 당일 오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아다녔던 A씨의 여동생마저 숨졌다. 후임 C씨는 군사경찰에 구속됐지만 군판사의 영장 기각으로 불구속 상태이고 선임 B씨는 참고인 진술만 받고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A씨의 가족들은 B씨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 언제든지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윤 일병, 임 병장 사건과 같은 큰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대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보통 작가는 "내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좋아졌다'는 말이 '그러니 이걸로 충분하다'로 귀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② 국방부의 반응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군대 가혹행위 문제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에 대해 국방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폭행, 가혹 행위 등 병영 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병영 혁신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현재 바뀌어 가고 있다"며 드라마에 대해 7년이 지난 현재의 병영 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극화된 묘사라고 설명했다. 이에 군 부조리를 직접 겪은 사람들은 "바뀌고 있다고만 하지 말고 과거와 지금의 잘못에 대해 똑바로 사과해라. 군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개혁이 필요한 집단이다"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한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더 폐쇄된 환경의 군대에서 휴대전화 사용만으로 가혹행위가 없어질 수 있냐"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2015년부터 국방부가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한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군무이탈 입건이 2013년 640건에서 2019년 115건으로 80%가량 감소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군 내 자살사고 또한 2011년 97건에서 2020년 42건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수치만 보고 가혹행위가 근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군 조직의 폐쇄성 때문에 신고가 어려워 파악되지 않는 피해 사례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군 인권센터에 의하면 지난해 접수된 1710건의 상담 신청 중, 상해·폭행 등 구타와 모욕·폭언 등 언어폭력 피해를 호소한 상담이 각각 96건, 273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11.6%, 12.8% 증가했다. 강간, 준강간 등 성폭력 피해의 경우 16건으로 전년 3건보다 4배 이상 늘었고 성희롱 피해 역시 55건으로 2019년 11건에서 25% 급증했다.
국방부는 예나 지금이나 군대 내 부조리 문제를 밝히지 않고 은폐하려 한다. 이 때문에 윤 일병 사건 또한 질식사로 묻힐 뻔했다. 처음엔 냉동식품을 먹던 중 일어난 단순폭행으로 인한 질식사로 발표되었으나 부검소견서를 재검토한 결과 반복적인 구타에 의한 쇼크사로 판명되어 진실이 드러났다. 그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부검 감정서에 갈비뼈 15개가 부러진 점 등이 명시된 것으로 볼 때 구타에 의한 쇼크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구타로 인해 부러진 윤 일병의 갈비뼈는 1개이고 나머지 14개는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부러진 것"이라며 부정했다.
③ 방관자들
<D.P.>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도 잘못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김보통 작가는 실제 군복무 시절 자신이 복무하던 부대에서 폭언과 가혹행위, 구타가 자행되었으며 부대와 사회를 오가며 부대원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웠지만 가담하지 않는 것으로 자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방관자가 그 과정에 방관하는 것으로 가담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는 누군가를 고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다시 폭력의 굴레가 이어지도록 방관한 저 자신에 대해 참회하는 이야기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모두가 방관자라고 말한다. 목격자가 보고만 있지 않았더라면, 누군가 외부에 알리려 했다면, 군대 외부의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졌다면, 피해자의 이야기를 더 주의 깊게 들어줬더라면 조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국방신고센터 신고접수 및 처리방법/출처: 국방부 홈페이지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한 소원수리 시스템도 문제다. 윤 일병 사건 당시 동료 병사들은 "부대가 소원수리를 할 수 없는 분위기다" "간부들이 묵살한다"고 지적했다. 병사가 소원수리를 하더라도 신고한 병사의 신상정보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해 자칫 보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후 병사들이 국방부와 각급 부대에 설치된 국방신고센터에 인터넷으로 소원수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지만 신상공개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 지난해 '공군 황제복무 병사'를 폭로했던 한 청원인은 "저번 감찰 때 우리 부대는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려고 전역한 병사들의 인사자력까지 인쇄해갔다"고 말했다. 해당 부대장을 추가로 폭로한 또 다른 청원인 역시 "감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자들이 공개돼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보복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청원이 올라간 후 이뤄질 2차 가해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군인권 보호관 도입 필요
지난 6월 해군 강감찬함에서 복무하던 병사가 선임병들의 집단 따돌림, 폭행, 폭언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 발생 전 피해 병사가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함장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피해자·가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20여 일 방치되었고 상부 보고도 없었다. 게다가 피해자가 자해 시도를 하자 가해자들을 불러 함께 대화하게 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 해군은 뒤늦게 군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함장 등 주요 수사대상자를 해외파병 보냈고 이에 대해 군 인권센터는 "매번 군에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어떻게든 사건을 무마, 은폐하여 책임질 사람을 줄여보려는 군의 특성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해군에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했다.
이와 같은 연이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군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사람인 '군인권 보호관' 방안이 제시되었다. 군 인권센터는 "피해자들 사이에 '이야기해봤자 소용없다'는 무력감이 지속하는데, 군 스스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처리함으로써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독일처럼 외부에서 군을 독립적으로 감시하고, 가혹·부당 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처리할 수 있는 군인권 보호관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일병 사건 이후 정치권은 군인권 보호관 제도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도 도입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국방부가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군인권 보호관을 두게 된다면 군 내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부대 방문을 상시로 할 수 있으며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건 발생 시 군으로부터 즉시 통보를 받고 인권위 조사관이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예고 없는 불시 부대 방문 조사는 군의 지휘권을 위축시키고 군사보안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군대의 원활한 작전과 훈련 임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군인권 보호관이 군사기밀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고 1급 비밀을 제외한 조사에 필요한 모든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과도한 군사기밀 취급 권한을 행사하는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이렇게 군사보안이 군대 내 사건사고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속해서 사용된다면, 군인권 보호관 제도와 같은 군 외부기관의 제재는 더더욱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강한 안보, 자랑스러운 군, 함께하는 국방'을 운영 목표로, '행복한 국방환경 조성,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대'를 운영 중점으로 두고 있다. 2021년 현재까지 군대에서 몇 년째 악습처럼 남아 있는 가혹행위로 보아 이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이상 피해자를 억압하지 않고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와 처벌을 내려야 하며, 조직 내 개혁의 적극적 추진과 우리 모두가 방관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자세,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Tag#넷플릭스#D.P.#군대#가혹행위#폭행#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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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규 기자
출처 : 한국연예스포츠신문(http://www.korea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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