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미디언이자 배우, 그리고 화가로 활동 중인 임하룡이 그림을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풀어냈다
임하룡의 말에는 과장보다 담담함이 먼저 있었다. 그는 ‘착한 건물주’라는 수식어보다 현재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과 그 안에 담긴 기억을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코미디언으로 긴 시간을 살아온 그는 이제 화가로서도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작품에는 고향, 부모님, 어린 시절, 눈동자, 숫자, 사람에 대한 기억이 함께 놓여 있었다. 웃음을 주던 사람은 그림 앞에서도 결국 즐거움과 위로를 이야기했다.

코미디언이자 배우 임하룡 / 사진=김영빈 기자
Q. 요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고 있나.
A. 예전처럼 그렇게 바쁘지는 않습니다. 보통 오전 12시쯤 나가서 화실에 가고, 거기서 서너 시간 정도 그림을 그립니다. 일이 없는 날에는 당구장에도 갑니다. 요즘 당구에 빠져서 당구도 치고, 저녁은 집에 가서 먹습니다. 하루 일과는 비교적 단순한 편입니다. 유튜브 촬영도 하고 있습니다. ‘임하룡쇼’를 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고, 1년 6개월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또 JTBC 건강 프로그램도 하고 있습니다. 이호선 심리상담가와 함께 MC를 맡고 있습니다.
Q. 건강 프로그램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나.
A. 아무래도 제 나이대가 되면 건강에 관심이 많아집니다. 솔직히 아프기 시작하는 나이가 노년이기도 하니까요. 성인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가 건강이다 보니 그런 건강 프로그램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작품에 찰리 채플린이나 삐에로 같은 소재가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그건 제 직업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코미디언이다 보니 찰리 채플린이나 삐에로 같은 인물과 직업적으로 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쪽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됩니다.

코미디언이자 배우 임하룡 / 사진=김영빈 기자
Q. 화가로서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사실 어릴 때 꿈은 화가였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미술 쪽으로 활동하면서 그런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트위스트 같은 춤에 빠졌고, 학업도 조금 등한시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꿈이 바뀌었습니다. 영화배우를 하고 싶었지만 잘 풀리지 않았고, 이후 개그맨이 됐습니다. 개그맨으로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그림을 그릴 여유는 없었습니다. 낙서 정도만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다 2018년에 어머님이 아프셨습니다. 그때 방송을 한 6개월 정도 쉬었습니다. 일을 내려놓고 멍하니 어머님 병원을 오갔습니다. 어머님을 요양병원에 모신 뒤에는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운영하던 바에 아는 지인이 화가분들과 함께 왔습니다. 그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어릴 때 꿈이 화가였다”는 말을 했고, 그분이 화실을 소개해줬습니다. 마침 집 근처에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 보내러 가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Q. 어릴 적 꿈을 다시 이룬 셈인가.
A.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어릴 때 꿈은 화가였고, 중고등학교 때 꿈은 영화배우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살면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갤러리 몸'에 전시된 임하룡의 작품 / 사진=김영빈 기자

'갤러리 몸'에 전시된 임하룡의 작품 / 사진=김영빈 기자
Q. 이번 전시 주제인 ‘사람 그리고 그리움’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A. 나이를 먹다 보니 어린 시절, 고향, 부모님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그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또 제 그림의 시그니처가 눈과 아라비아 숫자를 활용해 인물을 그리는 방식입니다. 다양한 사람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주제가 나온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리움’이라는 주제로도 전시를 했고, 눈동자와 관련된 주제로도 전시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인물을 많이 그리다 보니 사람과 그리움을 함께 이야기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그리움이라는 정서와 관련해 떠오르는 개인적인 기억이 있나.
A. 저는 항상 불효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러 불효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불효자가 되어 있는 것 같은 마음이 있습니다. 아버님도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님과 함께했던 시절은 대부분 고향에서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어머니를 그려보기도 했고, 고향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제 고향은 충북 단양인데 경치가 참 좋습니다. 고향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있고, 야산이 있고, 작은 집과 초가집 같은 풍경이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그리움 시리즈로 이어졌습니다.
Q. 산이나 나무, 동물 그림도 고향의 기억에서 출발한 것인가.
A. 그렇습니다. 거기서 파생된 부분이 많습니다. 색깔을 다양하게 넣기도 하고, 빛과 보랏빛 같은 색감, 모양에 변형을 주다 보니 그리움 시리즈가 계속 나오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초가집이나 풍경에 눈동자를 넣었는데, 하다 보니 사슴이나 오리 같은 동물에도 눈동자가 들어가게 됐습니다. 실제 고향에 사슴이 많았던 것은 아닙니다. 사슴은 거의 없었습니다. 잘 사는 집 농장에나 가야 볼 수 있었을 겁니다. 다만 고향의 풍경을 바탕으로 변형을 하다 보니 사슴도 넣어보고 오리도 넣어보게 됐습니다.

'갤러리 몸'에 전시된 임하룡의 작품 / 사진=김영빈 기자
Q. 코미디언과 배우로 활동한 경험이 그림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A. 코미디언은 아이디어를 직접 짜야 합니다. 대본으로 만드는 것은 작가분들이 하지만, 아이디어는 계속 내야 합니다. 그런 훈련이 그림을 그릴 때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그릴지 고민할 때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릅니다. 아마 개그맨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 그림도 그렇습니다. 어떤 노래 제목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굿바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웃으면서 헤어지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태양을 눈동자로 보고, 해바라기가 돌아서서 웃으며 떠나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해바라기의 결혼을 사람과 비교해서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선인장 그림은 어머님과 우리 오형제를 떠올리며 그린 것입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고 무엇을 느낄지는 각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작품에 아라비아 숫자와 동양적인 이미지가 함께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처음에는 아라비아 숫자를 활용해서 트럼프나 왕 같은 이미지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너무 서양 사람들만 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상모, 탈춤, 각시 같은 동양적인 이미지도 그리게 됐습니다. 일부러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기보다, 제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확장된 것 같습니다. 사인도 처음에는 한글로 하다가 해외에도 한번 진출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어로 바꿔보기도 했습니다. 아직 해외 전시는 싱가포르 아트페어 한 번뿐이지만, 언젠가는 해외에서도 전시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갤러리 몸'에 전시된 임하룡의 작품 / 사진=김영빈 기자

'갤러리 몸'에 전시된 임하룡의 작품 / 사진=김영빈 기자
Q. 작품의 소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나.
A. 화제가 되는 인물이나 떠오르는 이미지를 소재로 삼기도 합니다. 예수님, 석가모니, 이순신 장군 같은 인물도 그려봤고, 트럼프처럼 화제가 되는 인물도 그려봤습니다. 전시에 나오지 않은 작품 중에도 그런 소재들이 많습니다. 또 굴비처럼 묶여 있는 모습을 보고 전쟁 포로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중 한 마리를 거꾸로 표현하면서 전향하지 않은 포로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런 식으로 풀어내는 편입니다.
Q. 작품에 눈동자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눈동자를 넣는 것은 의인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눈은 사람의 몸에서 가장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 교감한다기보다 눈으로 교감한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품에 눈을 많이 빌려옵니다. 하트 같은 경우도 사랑을 표현하는 하트를 선인장 꽃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Q. 화가로서 앞으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A.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개그맨도 마찬가지입니다. 웃음을 준다는 것은 즐거움을 주는 일이고, 웃을 수 있으면 위로도 되고 편안함도 됩니다.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심오한 그림도 그려봤지만, 결국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작가였다고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Q. 그림을 통해 관객과 어떤 감정을 나누고 싶나.
A. 그림을 보고 웃을 수 있고, 푸근한 생각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그림은 읽는 그림이라기보다 고향이나 그리움 같은 정서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갤러리 몸'에 전시된 임하룡의 작품 / 사진=김영빈 기자

'갤러리 몸'에 전시된 임하룡의 작품 / 사진=김영빈 기자

'갤러리 몸'에 전시된 임하룡의 작품 / 사진=김영빈 기자

김영빈 기자
kimmedia@korea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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