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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문해력, 안녕한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2. 4. 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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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이라고 생각했던 단어, 이제는 설명 필수?

디지털 시대에 긴 글에 이어 짧은 글도 안 읽게 돼

처참한 문해력과 어휘력, 탈피 방법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오승현 기자 = 지난 달, 인터넷에 올라온 한 글이 화제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백신, 감염으로 인해 공결증을 신청하는 일이 잦아진 시점, 많은 학생들이 사유를 ‘병역’으로 신청했다. 병역은 입대와 관련된 내용이니 코로나 관련 신청은 전염성감염질환으로 다시 신청해야 한다”라는 문자를 받은 한 대학생의 글이었다. 대학교에서 전체 발송한 이 문자는 많은 대학생들이 ‘병역’의 뜻을 몰라 발생한 헤프닝이다. ‘병역을 역병으로 잘못 이해한 것 같다’ 등 짧은 단어 뜻조차 엇갈리는 해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 해당 게시글을 본 네티즌들은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상상도 못한 일들이 곳곳에서 적잖이 벌어지고 있다.

 
속출하는 낮은 문해력, 설명 없이는 이해 안 돼

뉴스를 통한 현세대의 어휘력, 문해력 저하 문제는 빈번히 보도되고 있다. 관련 문제가 심각해지고, 사회 문제수준으로 도래하자 EBS에서는 2021년 3월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실제 청소년을 대상으로 단어의 뜻을 맞추는 장면을 기획했다. 방송에 나온 교실 속 학생들은 가제(임시로 붙인 제목)의 뜻으로 랍스터라고 답하는가 하면 lawyer의 뜻이 변호사라는 것은 알지만 ‘변호’의 의미는 설명하지 못했다. 글피의 뜻을 묻는 문제에서는 10명 중 단 한 명만이 정답을 맞췄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사흘(세 날을 뜻하는 순우리말)'의 뜻을 기간을 나타내는 뜻 정도로만 알고있었고 '4일'을 외친 학생도 있는가 하면, '한 달'을 말한 학생도 비춰진다.

한국의 문맹률은 1%로 한글은 모든 국민이 읽고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문해력’은 다른 이야기이다. 각국의 문해력을 알 수 있는 OECD 국제 성인 문해조사 결과 한국의 ‘실질 문맹률’은 75% 수준으로 OECD의 22개국 중 최하위로 밝혀졌다. 문맹률은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고, 문해율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의 모든 영역이 가능하며 문자 해득 능력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한국인들 다수가 읽고 말할 수는 있지만 글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고 배우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또한 한국은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에서도 OECD 평균 식별률 47%에 미치지 못하는 25.6%를 기록해 최하위권을 달성했다. 이는 글을 읽고 소통하며 자신의 의견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비판적 해석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읽고 쓰기 쉬운 언어’인 한글을 사용하는 한국에서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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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점점 긴 글을 찾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필요한 정보에 대해 조사할 때, 일상생활을 하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네이버의 ‘초록 검색창’ 대신 유튜브의 ‘빨간 검색창’을 이용한다. ‘네이버 지식인’에 쓰인 단 한 판의 글보다 1분짜리 설명 동영상을 보며 따라 하게 된다. 결국 사람들은 한 페이지의 글조차 읽지 않게 된 것이다. 시청각 자료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종이에 쓰여진 검은 글씨는 풍부한 소리와 함께 빠른 화면 전환에 충분한 자극을 받은 뇌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꼭 책을 읽어야만 문해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독서를 많이 한다면 문해력에 도움은 되겠지만, 책을 한달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도 문해력은 좋을 수 있다. 문해력이 낮아지는 이유는 ‘한 편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탐독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책 뿐만이 아니라 종이 신문, 칼럼을 읽은 지 오래다.

3월 15일부터 4월 2일까지 대학교 3, 4학년 124명에게 설문을 진행했다. 이 중 최근 6개월 동안 독서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대학생 100명에게 추가 질문한 결과, 그 중 96명이 종이신문 또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종이 신문을 보지 않는 대학생 중 대부분이 인터넷 기사는 헤드라인만 읽는다(80명, 복수응답), 중요한 뉴스는 클립 동영상으로 본다(70명, 복수응답)로 답을 하며 긴 글, 완성된 글을 읽는 경험이 일상 속에 아예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독서를 자주 한다고 응답한 24명의 학생 중 17명이 독서의 이유로 과제, 교수의 지시 등 '강제성'을 이유로 답변해 주도적인 독서를 하는 대학생은 124명 중 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속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동영상과 화려한 시청각 자료로 생활하기에 글을 읽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한다.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업무가 많아지고 문자 중심의 소통이 늘어나며 이 같은 문제는 점점 더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취업 플랫폼 ‘인크루트’가 2021년 하반기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자영업자 중 절반(50.8%)이 보고서 등의 비즈니스 문서를 읽을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설문 참여자의 30%가 글을 읽는 것 말고도 문서를 작성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글에 거부감을 느껴 글과 멀어지는 것이 글을 어려워하게 만드는 악순환인 것이다. 실제로 기업인턴 1년차 박 모 씨(24)는 "학생일 땐 긴 글을 읽을 일도, 작성할 일도 없어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의 필요성을 몰랐는데 직장 생활을 해보니 많은 업무가 글로 전달되고 긴 글을 써 보고해야하는 게 일상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보고서 하나를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논문 등 자료를 조사할 때 읽는 것 조차 시간이 너무 과하게 들어 힘들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박씨는 덧붙여 "전공은 글을 접할 일보단 실기 위주였다. 같은 과 동기들도 직장 생활을 하며 글을 다뤄야 할 일이 많아지자 다들 적응을 못하는 분위기"라고도 말했다.

성인도 이렇게 문해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문해력과 관련된 능력이 키워져야 하는 시기인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낮은 문해력 문제를 해결하고 비판적 해석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성인들은 어떻게 해야 낮은 문해력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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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 투자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특히 한국 청소년들이 다소 낮은 어휘력과 문해력을 가지게 된 이유로 적은 독서량, 과도한 유튜브 이용을 꼽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과서 외의 ‘어휘력' 교육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 교육 흐름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문제를 풀고 필요한 답을 작성하는 위주의 한국 교육은 '삶'이 아닌 '시험'만을 위한 훈련이 된다. 수학 풀이, 과학 이론이나 사회 현상 개념 외우기에 드는 시간처럼 '글'에도 시간을 투자하고, 그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이미 읽고 쓰고 말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 모국어 글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지루할 수도,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성인의 경우 '오로지 글로만 이루어진 문단이 나뉜 글'을 스스로 읽고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책 한권이 아니어도 좋다. 문해력 키우기 첫 단계로는 문단 서너개로 이뤄진 글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것만으로도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 다음 단계로는 빠르게도 읽어보고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보는 등 반복해서 읽어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반복해서 읽은 후에는 문단별로 해당 문단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글을 전체적으로 읽으며 느낀 점, 자신의 의견을 생각해보며 글에 대한 주도성을 키워야 한다. 이 단계들로 다양한 글 읽기를 매일 훈련하면 글을 읽는 속도는 빨라지고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실력은 향상된다.

또한 문해력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는 '어휘력'이다.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아도 문제 없던 어려운 단어를 글에서 만난다면, 뜻을 대충 짐작해 넘어가지 말고 사전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앞뒤 문장을 보고 단어의 뜻을 파악하면 해당 단어가 기억에 남지 않을 뿐더러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결국 다음에 같은 단어를 마주했을 때에도 그 뜻을 다시 짐작하고 넘어가게 된다. 정확하게 아는 단어만 사용하게 되면 결국 쓰던 단어만 사용하게 되고 어휘력은 떨어지게 된다. 모르는 단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글만 읽는 것이 아닌 자신이 잘 모르는 생소한 분야의 칼럼, 사설 등을 의식적으로 찾아 읽는 것이 다양한 분야의 용어, 마주할 일 없는 표현법을 접하게 해 어휘력을 향상시키고 사고의 폭을 확장한다.

유아용, 아동용 교육 동영상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아이의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패드나 스마트폰을 쥐어주기보다는 그림책을 보여주고, 함께 페이지를 넘기며 읽어주며 독서를 체화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또한 아이에게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고 아이가 그림을 보고 느낀 점, 하고싶은 말을 물어보고 이야기하게 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글쓰기를 익히지 못한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글을 쓸 때 풍부한 표현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아이에게 언어를 들려주는 것도 좋지만 그림책 속의 짧은 문장을 아이가 직접 소리내어 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리내어 읽기' 훈련은 한글을 다 익혔더라도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반복을 해야 아이의 해독 능력이 충분히 개발된다. 아이의 공부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문제를 풀게 시키는 것보다 문해력을 위한 시간 투자가 필수인 것이다.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이 다소 번거로운 과정일 수 있다. 특히 자극적인 시청각 자료에 익숙해지고, 그 마저도 길이가 짧아지는 추세에 스스로 모든 정보를 뇌가 직접 받아들여야 하는 ‘글’에 쏟는 시간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 능력이다. 글과 멀어지면 글에 대한 정보 수용능력과 비판 능력이 사라지고 나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 어색해진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꽂아주는 동영상 위주의 생활에서 벗어나  완성된 하나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탐독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풍부한 소통을 위해 글과의 시간을 인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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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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